처음 하얼빈에 도착해서도 아무 정신없이 있다가 중국인의 「샬라 샬라」소리에 내가 중국에 도착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뒤로 8일간 많은 것을 배웠다. 기름 번지르르한 중국요리, 중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들의 교통수단 자전거, 타고 다니는 말과 소, 난장판 이었지만 알아서 돌아가는 교통질서, 그리고 안중근 의사……. 안중근 의사의 신앙과 그가 신자이면서도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지 않을 수 없었던 점. 안중근 의사가 신자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면 생각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가 신자라는 건 몰랐기에 그의 이토 저격은 오로지 그의 애국심으로 죄책감 없이 저질러진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신자라는 사실은 십계명을 어기는 대죄를 감수하면서도 그가 국가를 위해 동양 평화를 위해 이토를 죽였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의 희생정신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틀은 이렇게 보냈는데 그 다음부터 있던 여행은 기대대로 재밌었다. 아슬아슬하게 본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웅대한 천지. 중국 땅에서 보는 게 아쉬울 정도로 멋진 광경이었다. 언젠가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쪽에서 바라보기로 하고 내려왔다. 그리고 4일째 밤에 도착한 북경. 그곳에서 580년 역사의 자금성과 천안문, 천단공원을 5일째 봤는데 자금성의 금빛지붕과 넓은 궁궐, 자그마치 9999개나 되는 방 개수에 깜짝 놀랐다.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으로 좀더 많은 걸 알 수 있었고 내가 모르던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6일째. 서태후의 여름별장으로 불리는 이화원에 들렀다. 그러나 그 곳의 인공호수와 인공산은 한 사람의 욕망을 위해 엄청난 사람들이 고생하게 되는 슬픈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호수와 산은 실로 엄청난 중국인의 힘을 느끼게 했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명 황제들의 무덤이 있는 명 13릉. 그 곳에서는 정릉만 볼 수 있었지만 그 지하궁전을 보고 그들도 죽음 이후를 믿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북경의 마지막 방문지인 만리 장성. 그곳의 제한 구역까지 땀 뻘뻘 흘리며 오르니 엄청나게 멋진 광경과 함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성을 쌓기 위해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 긴 장성을 위해 험한 산세에서 죽어간 사람들……. 전쟁이 없다면 그 성도 없었고, 엄청나게 죽은 인명 들도 없었을 거라 생각하니 평화의 중요성이 새삼 다시 느껴졌다. 그리고 북경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인천으로 오는 배를 타면서 지난 7일을 생각하니 뿌듯하고 보람있었다. 넓은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또한 우리 신앙의 모태가 된 북당성당과 남당성당을 방문하고 미사도 봉헌했다는 점에서 이번 순례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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