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데 왜 성당에 안갑니까? 기쁜데 왜 주일미사에 빠지고 냉담하겠습니까? 우리는 ‘기쁨이 넘치는 교회’부터 만들어 가도록 모두 노력합시다.”
정명조 주교(64·아우구스띠노)는 부산·울산·양산·김해·밀양시와 그 인접지역으로 이뤄진 부산교구의 교구장 착좌식에 앞서 부산의 일간지와 방송사, 교회신문 및 방송들과 부산 남천동 교구청에서 1주일 전 미리 정주교께 서명으로 제출한 내용을 중심으로 각각 기자 회견을 가졌다.
가톨릭신문, 평화신문, 평화방송과 가진 8월 18일 회견에서 『기쁨이 많은 교회가 되도록 힘껏 돕겠다』고 말하고 『기쁨과 웃음이 많다면 쉬는 신자(냉담자)도 되돌아오고 예비신자도 많아질 것』이라며 사목 방침을 밝혔다.
▲60만 국군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군종교구의 초석을 닦으신 후 부산에 오셔서 우리 교구민들을 반갑고 희망차게 하셨습니다. 그 어렵고 힘든 군종교구의 첫 수장을 9년 이상 하시고 부산교구 부교구장과 부산, 경남 지역의 성당들에서 주임, 보좌 신부 생활을 하셨습니다. 교구를 앞으로 어떻게 사목하시렵니까?
=(A₄용지 5∼6장에 깨알같이 써둔 답변 내용을 보지도 않은 채 특유의 힘차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시다시피, 우리 교구는 꽃이 막 활짝 피어있는 단계가 아닐까요. 이 꽃이 계속 활짝 피어나도록 뒤에서 힘껏 도와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450만이나 되는 부산은 마치 용광로와 같아 크게 드러나는 지역 감정도 없고 울산 양산 등은 공업도시인데 이 교구에서의 구체적인 사목방침을 말씀해 주십시요
애향심부터 가집시다
=애향심·불우이웃 사랑·지역복음화 이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애향심을 첫째로 내건 것은 부산은 아시다시피 산 바다 온천 모두를 지닌 천혜의 아름다운 땅입니다. 뱃고동과 열차소리 새소리도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이 좋은 도시, 그리고 신흥공업도시 울산 양산지역에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부산교구 사람들이 애향심을 가짐으로써 이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될 뿐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예수 그리스도께서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소외계층’ 사랑에 우선을
그리고 두 번째로 IMF로 실업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가 또 부산입니다. 또한 주변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이길 거부당하는 사람들이 있고 인격적인 대우를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 남의 사랑을 느껴 보지 못하고 살다 죽는 사람들이 우리 교구에 많지요. 예수께서 세상에 오셔서 항상 그들, 소외된 계층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셨는데, 그들에 대한 사랑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서 예수 사랑을 실천한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지요. 그래서 항상 그들과 함께 하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겠고 타종교인 등 여러 계층의 모든 이에게 마음 열어서 함께하는 마음을 가져야 겠습니다.
지역복음화에 전념
▲3번째 사목방침과 관련, 전국의 평균 신자율이 8.3%인데 부산교구는 6.3% 불과합니다. 전교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수립되어 있습니까?
=지금 교구에서 분과를 두고 열심히(입술을 깨물며 「열」자를 길고 오래 발음하며) 연구하고 있습니다만, 전교율이 낮은 것은 지역적 특성이 있는데 부산, 울산은 항구도시라 미신도 많은데다가, 교구설정도 늦었다는 것 등의 원인이 있습니다만 신자율이 낮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미신자도 그만큼 많다는 뜻 아닙니까? 우리 모두 열심히 해 봅시다.
▲부드러운 얘기 하나 드리겠습니다. 8개월 전 부산 부교구장으로 취임하셔서 첫미사 때 『사랑아,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란 시귀를 읊으시며 강론을 하셔서 신자들이 참 기뻐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사랑아,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신자들이 기뻐했다는 말 때문이었는지,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로부터 불려지던 그 「백만불짜리」의 소년같은 웃음을 지으며)
아! 그때 최기자도 있었던가. 그런데 그 때가 어느 본당이었더라…. 금년 1월 1일 천주의 모친 대축일이었지. 이해인 수녀님의 겨울 아가(雅歌)의 「새해 아침에」란 시였지. 참 좋아, 마음에 들어! 그냥 좋아서 읊으며 다니곤 했지. 지금 다 기억이 안나는데…. 이런 시였어 『내가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아,/ 말은 필요없어 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새해라는 것이 뭡니까? 지나가는 사람이 내 형제로 보일 때 새해이지요. 새해는 모두가 내 형제로 보일 때 새해지요. 눈 부릅뜨고 얼굴 찡그린다면 지긋지긋한 새해죠. (주교님은 『이해인 수녀님께 판촉비 좀 받아야 겠어』라고 농담을 하여 웃음을 만들었다) 책은 좀 읽었지요. 밤 낮 없이 돌아다니며 군인들을 찾던 군종신부 때도 계속 읽었지요. 군종 신부 때 좁은 방의 4면에 책만 빽빽했는데 임지가 바뀔 때마다 그 책들을 다시 정리하다가 뭐∼ 한권이라도 잃어버리면 그놈 찾느라고 온데를 다 다니며 뒤져보고 그랬어요. 그걸 찾아서 딱 한 귀절의 내용을 찾아 읽었을 때의 기쁨은 참∼ 말할 수 없이 컸었지. 본당신부할 때 강론 중 신자들께 책들을 권해서 미사후 책을 사겠다며 제목 한번 더 가르쳐 달라고 묻는 신자도 상당히 많았어요.
▲주교님은 본당신부 시절 가톨릭신문 보급도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13년 전 남천성당은 당시 교구 내에서 최고부수를 기록했습니다. (보급 당시 강론 내용을 기자가 상세히 알려주자 )
=교회신문, 서적, 방송 등의 매스컴들은 진리, 지식을 쉽고 빠르게 전합니다. 누구를 위해서라기보다 이 매체들을 읽고 들어야만 지식 습득이 되고 또 교회 매스컴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알아야 다른 사람과 얘기가 되니까 매스컴 종사자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내∼ 서울 있을 때 가톨릭신문, 평화신문, 방송 직원들에게 밥도 많이 사줬다구.
▲부산교구 신자는 평화방송을 언제쯤 듣게 될까요?
=부산교구가 직접 운영하지는 않겠지만 교구 신자들은 평화방송을 내년 상반쯤에는 듣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듣게 된다면, 서울의 평화방송사가 주관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좀 따가우실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산교구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복음화율도 낮지만 주일미사 참례율이 23.9%로 전국 평균치보다 7%나 낮습니다. 거기다 본당 수도 대구나 수원등에 훨씬 못미쳐서 불과 91개입니다. 13~14년전 제가 부산 주재기자 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수도권이 커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습니다. 이러다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역전시키실 방안이 있으십니까?
기쁨이 넘치는 교회가 우선
=그 문제도 지역 복음화 분과에서 깊이 연구중이고 제 자신도 깊이 고심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신자들이 정체성을 재인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선 시급히 7곳에 성당을 짓고, 빠른 시일 내(몇년내, 늦어도 10년이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힘) 22곳에 성당을 지을 계획입니다. 내년에 20명의 사제가 배출되고 5년내 100명의 새 사제가 나올 것이라 최기자처럼 그렇게 초조하게 보지 않고 희망적으로 전망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 몇 년 전 서울대 종교사회학과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이 조사는 천주교·개신교·불교 등의 신자를 대상으로 했는데, 많은 질문과 답이 나와 있었어요. 저는 우리 신자들이 수는 적지만 「정예」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정(강한 어조로)반대였잖아요. 글쎄. 스스로 생각하기를 「열심하다」「아주 열심하다」가 개신교가 70% 천주교는 십 몇%로 20% 미만이예요. 다른 문항도 다 그랬어요. 단지 「낙태 반대」 문항에만 천주교 신자가 높았을 뿐이에요. 도무지 「가톨릭 신자로서 정체성이 흔들린다」이겁니다. 신자들을 다시 교육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사제 평생교육」도 주교회의에서 연구중입니다. 예비신자 교육도 더 잘 돼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교회가 「기쁨의 교회」가 돼야 할 것입니다』 개신교의 교회는 예배가 끝나고 나올 때 그 표정에 기쁨이 가득한데, 왜 우리 교회는 주일 미사가 끝난 후 침울한 표정에다 그렇게 바쁘게 성당을 빠져나가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기쁨의 교회」가 아니고 「침울한 교회」가 우리의 현실이라면 누가 책임져야 한다고 하기 전에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 「기쁨의 교회」로 바꿔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쁜데 왜 성당에 안 갑니까. 기쁜데 왜 주일미사에 빠지고 냉담하겠습니까? 그 모두를 위해 우리는 「기쁨이 넘치는 교회」부터 만들어 나가도록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냉담자 문제는 사실 심각한 문제죠. 그런데 지난번 당감본당이 3년간 1000명인가 냉담자를 회두시켰다는 가톨릭 신문 기사를 본적 있었는데, 신부님들이 그렇게 잘 하시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주교님부터 자주 웃으셔야 온 교회가 웃지요. 그러지않아도 주교님의 웃음은 백만불짜리라고 소문나 있던데요.
=아니, 내∼ 가 딱딱하던가? (시종 웃다가 처음으로 아주 엄숙한 표정을 지어) 배석한 10명은 일제히 『절대로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했으며 기자 회견장에 기자들은 각각 수천만불씩 벌게 됐다) 대희년이 다된 지금 정말 모든 신자는 정말(강한 어조로) 모두가 좥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가?『자기 정체성을 깊이 인식하면서 대희년을 맞이함은 좋겠습니다. 저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다시 태어나야만 되겠습니다.』
▲성격이 대쪽같다고들 하던데요.
=다 옛날 얘기지. 지금은 대쪽(대나무조각)은커녕 무쪽(무우조각)도 못 돼지.
▲좋아하시는 운동은?
=『테니스 안하고 밥 먹는 이는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나』고 했을 정도로 테니스를 즐겨 쳤습니다. 그런데 무릎 연골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할 수가 없습니다. 그 대신 거의 매일 교구청 뒤의 황령산(476m)에 오릅니다. 정주교는 운동을 취미 이상으로 좋아하는데 군종신부 시절 강원도 체육대회에 테니스 대표선수로 뽑힌 경력도 있고 김수환 추기경께 개인지도 하기도 했다.
부산의 거의 전체와 바다 그리고 부산을 제외한 교구 땅의 일부도 훤히 내려다보이는 황령산에서 정주교는 오늘도 부산 경남 지역민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안고 예수님이 서 계실 곳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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