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한가위 고향가는 길이 만원이다. 보통때 같으면 짜증나는 길이 분명하건만 이때만큼은 엄청 막히는 길도 즐겁다. 왜 우리는 이러한 귀성전쟁을 치르는 것일까. 그리고 한가위가 신앙인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가위는 우선 풍성함을 나누는 사랑의 축제이다. 풍요로운 결실의 시기가 다가오면 우리 조상들은 반드시 조상과 자연의 은혜를 생각했다. 추석보다 한달전인 백중날이 백가지 햇과일을 조상께 올린 날이어서 백종이라고 불렀다는 것에서 알수 있듯 우리의 풍습은 새것과 햇것은 반드시 조상에게 먼저 올렸고 이를 천신(薦新)이라고 했다.
추석 한가위 때에도 햇곡식으로 송편과 술, 차례음식을 만들어 결코 먼저 먹지않고 사당에 먼저 천신한 다음 이웃과 돌려 먹었다. 따라서 우리가 추석에 차례를 지내는 것은 감사와 보은의 마음을 갖기 위한 것이다.
즉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은 모두가 부모와 조상의 은덕이고 올 농사를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은 자연의 은혜이기에 이에 감사하고 보답하고자 하는 것이다. 추석에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고 자연의 은혜에 감사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에게 이런 마음을 가지라는 선조들의 오랜 가르침일 것이다.
이러한 추석은 신앙적으로도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 한가위 추석명절을 거룩하게 지내면서 조상들 뿐 아니라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권고해왔다.
그래서 한가위 명절미사 전례는 죽은 조상을 위한 청원을 중심으로 먼저 하느님의 품으로 떠난 조상들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길 간구하고(감사송), 풍요로운 결실을 주신 하느님과 그리스도께 대한 희생에 대한 감사(입당송), 민족의 축제를 맞아 평화와 번영을 비는 내용(본기도)으로 되어있다.
독서 말씀 또한 오늘의 결실을 베풀어 주신 축복에 대한 감사가 주 내용을 이룬다. 1독서는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풍요로움을, 2독서는 이러한 풍요로움을 주신 하느님께 순종하며 섬기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복음말씀은 그러므로 풍요로움에 현혹되지말고 이 풍요로움를 이루어주신 하느님의 은총을 기억하라는 내용이다.
결국 한가위 명절 미사 전례의 핵심은 하느님의 축복에 대한 감사를 통해 더욱 하느님께 충실할 것을 일깨우면서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풍요로움을 사랑으로 함께 나눌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추석 명절이 돌아오면 경건한 마음으로 차례와 성묘로 하늘과 조상들에게 감사를 드린 다음에는 신명나는 놀이판으로 풍년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 놀이 또한 부의 분배와 베품의 미덕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부자는 재물을 베풀어 그들을 위로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대접을 받는 대신 마음에서 나오는 축원을 해주는 대동세상을 구현했다.
이렇게 신앙적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전통 명절이 이제는 더이상 막힌 고속도로나 붐비는 기차역으로 상징되지말고 훈훈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고향가는 길의 소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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