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들, 현장 정리 심혈
⊙…착좌식 행사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오전 8시경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신자들, 그러나 이들보다 먼저 명동성당을 점령(?)한 사람들이 있었다. 명동성당 내 남성 7개 단체를 비롯한 10여개 단체와 운전기사사도회, 가톨릭합창단 등 200여명의 봉사자들이 그 주인공들.
김수환 추기경 송별미사 때도 봉사자로 나서 수문장역을 맡았던 털보 황영운(아우구스티노)씨는 『문을 지키느라 교구장님들이 오가시는 모습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역사의 현장에 서 있게 돼 더없이 영광』이라고 피력.
내외귀빈 대거 참석
⊙…정진석 대주교의 착좌식에는 21명의 주교단을 비롯 많은 내외귀빈들이 참석했는데 주교단중에는 사제서품중인 나길모 주교,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회의 참석차 로마에 가 있는 박석희 주교, 사제서품예정자 피정중인 두봉 주교, 몸이 불편한 최재선 주교, 서정덕 주교등을 제외한 전 주교가 참석했으며 박찬종, 김상현 등 여야 정치인, 배찬병 상업은행장, 한국평협 이관진 상임고문, 박정훈 고문을 비롯한 각 교구 평협회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종교간 화합의 장 방불
⊙…정진석 대주교의 착좌식을 축하하기 위해 각 종교 지도자들이 대거 11시 미사 시간에 맞춰 명동성당에 도착했다. 불교 측에서는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이 가장 먼저 도착해 성당 사무실 맞은편 귀빈실에서 축하식까지 잠시 기다렸다 성당으로 입장하기도. 이날 타종교 지도자들 중에는 KNCC 총무 김동완 목사, 성균관 최근덕 관장, 천도교 김광욱 교령,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한양원씨 등이 속속 도착했고 원불교 조정근 교정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축하식후 정대주교를 비롯한 주교단과 성당안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다.
대주교는 명동성당 토박이
⊙…착좌식에 이어 열린 축하식은 지난해 7월 사제로 서품된 2명의 교구 막내신부가 전해주는 꽃다발 증정에 이어 정진석 대주교에 대한 약력보고가 있었는데 염수정 신부는 『정진석 대주교야말로 7성사중 명동성당에서 혼배성사와 종부성사만을 제외하곤 모두 받은 유일한 분』이라고 소개, 정대주교가 명동성당 토박이임을 강조.
기념 배너, 아치 눈길
⊙…이번 착좌식때 유난히 눈길을 끈 것은 착좌기념 플래카드와 배너. 세련된 색감과 모양으로 행사장인 명동성당 전체의 전경을 화려하게 꾸몄다.
이채를 띤 것은 가로등 배너. 정주교는 연두색과 흰색, 교황기는 노란색과 흰색의 두 개를 1세트로 성당 곳곳에 정주교와 교황기 각각 4세트씩 걸렸다. 크기는 0.7m, 2.6m.
플래카드와 배너 뿐만 아니라 성당 정문을 둘러싸고 세워진 대형 아치도 행사장을 아름답게 꾸미는데 한몫 했다.
⊙…착좌식을 시작하면서 성당 뒤편 성모동산부터 입구까지 이어진 100여m 사제단 행렬의 맨 뒤에서 입장한 정주교는 좌우에 늘어선 신자들을 향해 만면에 인자한 웃음을 머금고 크게 손을 들어 강복을 주었다.
신자들은 특히 신임 교구장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기 위해 행렬 중인 정대주교에게 다가갔으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강복을 받는 성숙한 모습이었고 일부 신자는 손을 흔들면서 박수로 착좌를 거듭 축하했다.
87세 할머니 극진한 기도
⊙…87세의 노구를 이끌고 성당을 찾은 화양동본당 채규화 할머니. 성당에 미처 입장을 못해 나무 그늘을 의지한 채 꼬박 3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 채규화 할머니는 『죽기 전에 새로운 대주교님을 꼭 가까이서 지켜 보고 싶었다』며 『죽는 그날까지 새 대주교님을 위해 기도하는 걸 잊지 않겠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채 성당에 입장하지 못한 신자들은 모두 1천5백여명. 6백여명 수용 규모 문화관에 1천여명에 가까운 신자들이 운집해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착좌식에 함께 참여했고 나머지 5백여명의 신자들은 성당마당 곳곳에 모여 기도를 바쳤다.
한총련도 “축하합니다”
⊙…이날 착좌식이라는 호기(?)를 타 명동성당 입구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던 한총련 학생들도 「13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니콜라오 대주교착좌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들고 축하의 뜻을 전해 눈길. 또 이들은 축하연을 마치고 교구청으로 들어가는 정대주교에게 일제히 일어서서 『비록 이곳에서 농성을 하고 있지만 대주교님의 착좌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일제히 일어서서 축하의 예를 갖추었다.
“여러분들의 행복을 위해”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7층 행사장에 들른 정대주교는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도록 애쓸 것』이라고 말해 크게 박수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이어 『형제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것 얼마나 좋은고』라고 노래하는 라틴어 성가 「Ecce Quam Bonum」을 함께 불러 서로에 대한 애정을 돈독히 하는 모습.
⊙…정대주교는 이어 성직자ㆍ수도자와 함께 본당 총구역장 등 평신도들을 위한 축하연이 마련된 교구청 별관에도 들러 따뜻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정대주교의 입장과 함께 뜨거운 박수로 환호했다. 강주희 평협 사무총장은 정대주교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건배를 제의, 축하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정대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주교는 하느님의 백성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모든 시간과 열정을 바쳐 여러분들을 위해 살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대주교 뜻따라 검소한 준비
⊙…이번 착좌식은 평소 정대주교의 검소함이 그대로 반영된 행사라 할 정도로 검소하게 치러진 것이 특색. 바지 하나를 15년간이나 입을 정도로 검소한 정진석 대주교는 이날 착좌식때도 낡은 주교수단을 그대로 입고 나왔을 정도. 착좌식을 준비한 서울대교구에서는 정진석 대주교로부터 검소하고 심플하게 준비하라는 특별주문을 수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착좌식에는 정진석 대주교의 가족들도 많이 참석했는데 정진석 대주교가 독자였기에 정진오(요한) 정진성(도밍고)씨 등 주로 사촌들이 참석했으며 정진석 대주교의 부모님이 양녀로 키운 정 마리엣다 수녀도 참석, 오라버니의 서울대교구장 착좌를 진심으로 축하하기도.
착좌위해 28일 입성
⊙…정진석 대주교가 청주교구를 떠나 30년만에 서울로 입성하는 28일. 보좌주교가 각국장신부, 교구청직원들이 나와 정진석 대주교의 서울교구장으로의 입성을 맨 먼저 축하했다. 이날 오후 2시경, 마중을 갔던 염수정 사무처장신부와 교구장 비서 정민수신부와 함께 도착한 정대주교는 곧바로 명동성당으로 가서 교구장좌에서 잠시 기도를 바쳤다.
방주교 생각하며 기도
⊙…8일 명동성당을 찾아 교구장임명 이후 처음으로 기도를 바쳤던 정대주교는 이날 6ㆍ25 전쟁당시 초대 교황사절로 있다가 인민군에게 끌려가 순교한 방주교를 생각하며 기도를 했다고. 특히 정대주교는 명동성당에서 어떤 기도를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럽에 간 노기남 대주교를 대신해 서울을 지키고 있던 미국인 방주교는 미군들이 특별기를 제공하며 피신을 권했지만 노대주교님이 안계시니 내가 지키겠다며 피난을 가지 않고 있다가 6ㆍ28일 피랍, 순교한 방주교를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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