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순교자 성월로서 순교자들이 지녔던 불굴의 신앙을 묵상하고 본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기도하는 달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우리의 신앙 선조들이 가졌던 깊은 신앙을 글과 전례음악, 교회미술 등을 통하여 다양하게 표현해 왔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1984년 5월에 200주년 기념행사를 치른후 7월에 「영원의 모습」을 주제로 한 현대 종교 미술전을 개최했다. 그 미술전에는 바티칸과 프랑스 독일의 주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빼어난 교회 미술품들과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었다. 이 전시회를 위하여 장발 교수는 1983년(당시 82세)에 「순교자Ⅶ 」를 그렸다. 후에 이 그림의 이름은 「성녀 김효임(金孝任 골롬바 1814-1839)과 김효주(金孝珠 아녜스 1816-1839) 자매」로 불리기도 한다. 열심히 신앙생활과 작품활동을 하던 노년의 화가에게 꽃다운 나이에 순교한 자매의 삶은 강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1839년 5월 기해박해로 체포된 김효임과 김효주 자매는 옥에 갇힌 후 5개월 간 갖은 잔혹한 고문을 하느님께 향한 굳은 신앙으로 이겨냈다. 그들은 동정을 지킨 채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9월 3일 김효임이, 9월 6일 김효주가 장렬히 순교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높이고 복음의 진리를 증거하였다. 그들은 1984년에 여의도 광장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서 시성되었다.
좁은 감방에 갇힌 순교자들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다. 하느님께 대한 신앙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들의 모습이 전라(全裸)를 통해서 표현되어 있다. 언니 김효임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합장한 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하늘을 우러러 부릅 뜬 눈은 신앙의 확신에 가득차 어둠 속에서도 별처럼 빛난다. 동생 김효주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바닥에 웅크리고 한 손으로는 머리를 감쌌지만 다른 손은 언니처럼 하늘을 향해 들고 있다. 이 그림에는 두 명의 순교자가 있지만, 한 명의 순교자가 고통을 극복하며 순교의 길에 나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어둠은 이들의 암울한 처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순교자들은 세상의 온갖 고통을 넘어 천상의 영광에 들게 될 것이다.
작가 장발의 작품세계
한국 성화의 개척자
미국서 비구상회하에 전념
장발(張勃) 교수(루도비꼬·1901-) 역시 성화(聖畵)를 통하여 순교자들의 신심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노력한 사람이다. 그는 서양화단의 선구자이며 한국 성화(聖畵)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1922년 도쿄(東京) 미술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가서 한국인 최로로 콜럼비아 대학에서 미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 귀국 후에는 한국 가톨릭 교회의 발전과 작품활동, 미술 교육에 전념했다. 8·15 해방 후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학장을 지내면서 많은 성화를 제작했다. 지금은 미국에 머물면서 동양적 정서가 강하게 풍기는 비구상회화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그린 성화 중 널리 알려진 것으로 「사도화」(使徒畵)(명동성당의 제단 장식 벽화), 「성 김대건 신부상」(가톨릭대학교 전례박물관, 절두산 순교 지념관)과 여러 성인화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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