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따르는 상해 제주간 해상성지순례가 9월 19일 오후 2시 제주도 한경면 용수리 포구에서 제주교구 순교자 현양미사 및 성지선포식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제주 선교 100주년을 맞아 제주교구와 가톨릭신문사가 공동사업으로 추진한 이번 해상성지순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김대건 신부가 타고 왔던 라파엘호를 복원한데 이어 처음이자 마지막 해상성지순례이자 김대건 신부의 표착지인 용수리 성지 조성의 출발점이라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8일 역사적 순례의 첫발을 내디딘 이번 순례는 12일까지 금가항성당, 횡당성당 등 중국 내 김대건 신부의 유적지를 순례하고 13일부터 라파엘호의 단독항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상해시 정부의 비협조로 라파엘호를 상해 현지에서 하역하지 못하고 제주항으로 되돌아와 하역 후 다시 예인해 공해상으로 나가 라파엘호의 항해를 시작하고 도중 태풍을 만나 라파엘호의 단독항해 일정을 축소하는 등 일정의 차질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순례가 상해-제주간 항로 탐사가 아니라 당시 한국교회를 위해 몸바친 선조들의 삶을 체험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는 점에서 라파엘호를 이용한 해상성지순례는 그 자체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라파엘호는 1845년 항해 당시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조선 3대교구장 페레올 주교, 후에 5대 조선교구장이 된 다블뤼 신부와 현석문 가를로를 비롯한 신자들을 태우고 온 배로 가히 한국교회를 태우고 온 한국교회의 방주라 할 수 있다.
일정의 변경으로 14일 오후 5시 제주항에 도착한 순례단은 라파엘호 하역을 마치자 라파엘호에 제주교구 현승보 신부와 서울대교구 이종남 신부 등 7명을 태우고 바로 출항해 공해상까지 나아갔으나 또다시 태풍 앤의 영향으로 15일 새벽 3시경 제주도 쪽으로 회항한 다음 비양도 앞바다에 해상정박 했다.
이 과정에서 라파엘호를 타고 있던 순례자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위험에 처해 김대건 신부의 순교 여정을 잠시나마 체험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15일부터 순례자들은 조별로 라파엘호를 타고 150년전 당시 신앙선조들이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고뇌하고 고통받았을 모습을 묵상하기도 했다.
16일 점심식사 후 더욱 거세진 풍랑으로 순례단은 라파엘호 순례에 참가한 7명의 사제들만 태우고 비양도로 피항 시키고 나머지 순례단은 일단 이날 오후 5시 40분 제주항에서 임시 해산한뒤 19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라파엘호와 함께 비양도에서 숙식하던 7명의 사제들은 19일 오전 라파엘호를 타고 순례단과 만나기로 한 용수리 포구로 운항해 순례단을 다시 태운 다음 오후 2시 순교자현양미사가 거행되는 용수리 포구에 입항해 신자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49명의 순례단 입장과 함께 이번 순례의 대미를 장식한 제주교구 순교자현양미사 및 성지선포식에는 2000여명의 신자들이 참석해 순례단을 환영하고 순교신심을 통한 신앙 재무장을 다짐했다. 순교자현양미사는 라파엘호 입항 환영식, 미사, 성지선포식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미사에서 서울대교구 이종남 신부는 강론을 통해 이번 순례의 체험을 이야기 하면서 선조들은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을 기본으로 알았다고 말하고 이제는 우리들의 차례좭라며 참석자들에게 실천하는 신앙을 강조했다.
미사에 이어 진행된 김대건 신부가 표착한 제주도 한경면 용수리를 성지로 선포하는 성지선포식에서는 제주교구 관리국장 현상보 신부가 김대건 신부 생애와 라파엘호를 소개하고 김대건 신부님은 한국교회 모든 성직자들의 수호자이며 용수리 성지는 한국교회에 봉헌하는 것인 만큼 한국교회 전체의 동참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제주교구장 김창렬 주교는 성지선포에 앞서 제주도에 김대건 신부가 표착한 것은 하느님의 섭리라고 밝히고 우리는 이 하느님의 섭리를 기리고 잊지 않기 위해 용수리를 성지로 선포하고자 한다좭고 말하면서 성지조성에 모든 신자들이 동참하기를 당부했다.
성 김대건 신부가 표착한 용수리를 성지로 선포한다는 김창렬 주교의 선포가 있자 하늘에는 오색 풍선이 날아 올랐고 신자들은 뜨거운 환호로 이를 축하했다. 제주교구는 앞으로 용수리에 표착성지를 조성하고 라파엘호를 이용한 신자 및 사제들의 신앙체험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해상성지순례는 제주교구와 가톨릭신문사의 공동작업으로 가톨릭신문사장 최홍길 신부와 권순기 총무국장이 출발행사와 환영행사에 참석했으며, 김상재 기자가 라파엘호에 동승 전과정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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