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은 한국교회가 선교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한 시기였다.『하면 된다』는 생각이 일선 본당 신자들의 의식에 뿌리내리기 시작했고 인천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던 본당 단위 대규모 선교운동은 이제 전국으로 확산돼 신자 배가의 효과 뿐만 아니라 본당 공동체의 형제애를 다지고 신심을 고양하는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90년대 들어서 전체 한국교회를 압도하던 위기 의식을 넘어서 이제 한국 교회는 새로운 천년기 「선교하는 교회」로서의 자세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선교의 위축기를 지나 새로운 활력을 찾기 시작한 한국교회의 최근 추이를 살펴보고 이러한 선교 의식이 한국교회 전체 신자들의 신앙 자세로 자리잡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을 몇 차례에 걸쳐서 모색해보고자 한다.
한국 교회는 86년초 신자수 200만, 92년 300만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한편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천주교 전래 200주년, 서울 세계 성체대회 등 대규모 종교 행사를 통해 교회 내외에 저력을 과시했고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세계 교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한국교회는 90년대 들어서면서 냉담자 증가와 교세 증가율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80년대말을 지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교회의 선교는 단지 의식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통계상으로도 극심하게 위축되는 경향을 드러냈다.
80년대 연평균 7.7%를 기록하던 신자 증가율 (전년도 신자 총수 대비 금년도 신자 총수 증감 비율)은 91년 6.3%로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92년 4.9%, 93년 4.6%, 94년 4.02%로 추락했다. 이후부터 3%대로 떨어져 95년에는 3.36%, 이어 96년과 97년 연속 3.2%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98년 「한국천주교회 통계」에서는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소폭이나마 신자 증가율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3.2%에 머물던 교세 증가율이 0.3% 늘어난 3.5%로 높아졌다. 그리고 이어 99년도 통계에서는 또 다시 0.3% 증가해 전년 대비 3.8%의 신자 증가율을 보였다.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70년대와 80년대 격동의 시기를 지나오면서 한국 천주교회는 민족과 함께 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이면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큰 관심과 애정을 얻었다. 그리고 그러한 모범적인 모습은 당연히 급격한 교세 증가율로 이어졌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침체되기 시작한 선교 활동은 한국교회 신자들의 신앙 양태에 대한 겸허한 반성 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소위 「새로운 양 찾기」「잃은 양 찾기」로 대변되는 본당 단위 대규모 선교운동이 지난 94년 인천교구 만수1동 본당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선교에 소극적인 천주교 안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이 운동의 성과는 놀라웠다. 그것은 전국의 모든 본당 사목자와 신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가기에 충분했다. 천여명을 헤아리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일거에 영세를 하고 새 교우로 입교한 것은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교회만의 독특한 선교운동의 성과였다. 그후 이 운동은 서울대교구는 물론 교구 차원의 운동으로 적극 확산시킨 수원교구를 비롯해 전국 각지로 확산되어갔다.
이와 함께 마치 예수 그리스도가 거리를 다니며 길에서 복음을 선포했듯이 길거리와 지하철역 등 인파가 많은 지역을 찾아다니며 선교활동에 나서는 가두선교가 활기를 띠었고 현대사회의 특성을 바탕 으로 한 직장인 사목의 활성화 등은 90년대 선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몸부림이었다. 지난 2년간 나타나기 시작한 신자 증가율의 상승은 선교에 대한 한국교회 신자들의 의식 전환이 처음 으로 구체적인 통계 수치로 나타났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지금의 추세로 볼 때 내년에는 더 큰 성과를 얻을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특히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비롯한 한국 교회 전체 교구장 주교들은 너나 없이 새 천년을 맞아 발표한 사목교서를 통해 선교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모든 신자들이 선교에 나서야 함을 더할 수 없이 강조한 바 있다.
교회의 지도층과 일선 본당이 혼연일체가 되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천년의 선교 활동은 그래서 매우 밝은 전망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이처럼 전에 없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선교운동이 이제는 하나의 이벤트성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뛰어넘어 신자 개개인의 선교 의식의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로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이 운동 자체가 상당한 인력과 재정이 투여되는 한시적 운동으로서 선교 의식의 진작을 위한 초기 단계의 선교 전략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같은 이벤트성 운동이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고 모든 신자들이 선교 활동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소명이자 의무로 인식하도록 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두선교나 직장인 사목, 소공동체 운동 등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들은 이제 그 초기 단계를 벗어나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선교 자체가 그리스도인의 삶의 일부분이라는 깊은 인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선교 의식 고취 프로그램의 운용, 선교 전략과 정책을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할 선교연구센터의 설치 등 다각적인 방안을 본격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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