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낮의 뙤약볕이 따갑기만 한 훈련장. 고됨 조차 떠올리기 힘든 한 주일의 훈련을 접고 선 훈련소 한켠에선 아직도 젊음의 함성소리가 맴돈다. 전방 철책선이 멀지 않은 경기도 광탄 육군 전진부대 훈련소. 얼룩무늬 군복, 빡빡 민 까칠한 머리, 그리고「짬밥」…. 모든 것들이 낯설기만 한 훈련병들에게 가장 반가운 손님은 단연 군종교구 전진본당 박진용 신부. 군번과 이름표는 고사하고 아직 번호표만으로 자신을 말해야 하는 훈련병들에게 박신부는 딴 세상에서 온 존재다. PX조차 낯선 훈련병들에겐 박신부보다 그가 들고 온 초코파이가 더 반가울 때가 많다.「가톨릭」이 어떤 종교인지,「신부」가 뭘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초코파이」가 먹고 싶어 따라온 훈련병에겐 더더욱 그러하다.
「군기」가 가득 든 훈련병들에게 박신부의 '대위' 라는 계급장은 처음엔 부담스런 존재. 그러나 이내 훈련소의 휴일을 웃음으로 보낼 수 있게 하는 고마운 존재가 된다. 군에 성당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원진(아폴리나리스.대전 괴정동본당) 훈련병. 힘들고 의지하고 싶어질 때 성당을 찾게 된다는 그는 『이 때 신부님께서 주시는 초코파이는 사랑 그 자체 라는 느낌이 든다』며 까만 얼굴로 뜻모를 웃음을 짓는다.
한번이라도 더 찾아보고 더 챙겨주고 싶은 것이 병사 들을 찾는 군종사제의 마음. 그러나 하나뿐인 몸을 탓할 때보다 빠듯한 예산이 아플 때가 많다. 대부분의 군인본당들과 마찬가지로 전진본당의 1년 예산도 2000만원 안팎. 그나마 절반 이상은 훈련병들에게 줄 초코파이를 사는 몫이다. 『밖에서는 너무도 작은 것 하나가 이곳에서는 관심과 사랑이 돼 큰 힘을 발휘합니다』군이라는 또다른 세계에서 젊은 청년들을 위해 발로 뛰는 군종사제들의 바람은 박신부처럼 한결같다. 빵 한개, 따뜻한 커피 한잔에 눈물을 흘리는 훈련병들. 이들이 감사하는 것은 누군가가 보내준 작은 관심과 사랑인 셈이다. 그 초코파이를 선교의 황금어장인 군에 던져보자. 신앙과 위로를 필요로 하는 젊은 청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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