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본당의 이베드로씨는 오늘도 미사 봉헌 시간이 되자 습관처럼 호주머니를 뒤적거려 천 원짜리 두 장을 빼어든다. 신자들의 행렬을 따라 헌금함에 주일헌금을 넣고 들어왔지만 신자의 의무로서 교회의 유지비를 헌납한다는 것 외에는 대체 봉헌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야채 행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어렵게 꾸려나가는 최수산나 할머니는 저녁에 집에 돌아와 정확하게 그날 번 돈의 10분의 1을 떼어 성모상 앞에 바친다. 6일간 꼬박 이렇게 모은 돈을 주일헌금과 교무금으로 봉헌하는 것. 이미 몇 년째 이렇게 해왔다는 할머니는 『하느님이 한 푼도 주지 않으실 수도 있는 돈인걸…』이라며 계면쩍게 웃는다.
『지난 한 주일간 보살펴 주신 것을 감사히 여기고 앞으로 한 주일도 신앙인으로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봉헌에 임하지. 물론 그것을 금전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런 마음으로 또 이웃사랑을 실천해야지』미사 전례봉사자인 박글라라씨는 주일헌금을 집계 하며 헌금 봉투에 돈 대신 쪽지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고 한다. 「헌금할 돈이 없어 죄송합니다. 대신 주님의 기도를 바치겠습니다」맞춤법에도 어긋난, 어느 노인이 쓴 것이라 생각되는 이런 쪽지를 대할 때 성서 속 가난한 과부의 헌금 이야기를 떠올린다고. 곤궁한 과부가 봉헌한 동전 두 닢조차 없는 노인의 정성과 희생을 가슴아프게 느끼며 헌금에 대한 자세를 가다듬는다.
주일헌금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 중에는 웃지 못할 일도 많다. 서울의 한 본당에서는 주일헌금 봉투를 없앤 후 헌금의 액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결국 옆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체면 때문에 헌금을 더 넣게 된다는 얘기다. 특별한 명목의 2차 헌금이 있을 때 주일헌금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 젊은 신자는 『미사 중 헌금이 어쩔 수 없는 의무로만 여겨진다』며 『북한동포돕기 등 특별한 명목의 2차 헌금은 오히려 선뜻 많은 돈을 아깝지 않게 내게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일선 본당의 한 사목자는 주일헌금, 교무금과 관련해『늘 살림이 빠듯한 신자들에게 헌금을 거론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일반 신자들이 성전신립금, 각종 후원회비 등으로 교회에 봉헌하는 돈이 알게 모르게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히며『가난한 이들이 힘들게 모은 것을 헌금하는 것을 볼 때면 이들의 마음이 곧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의 표현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 없이 의무만 남아있는 헌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 봉헌금 의미와 유래
봉헌의 근본적인 목적은 하느님께 대한 흠숭이다. 신자들은 봉헌을 통해 하느님의 최상의 주권을 인정하고 은혜를 구하며 받은 은총에 대해 감사 드린다. 또한 속죄의 행위로서 하느님께 예물을 봉헌한다. 이외에도 봉헌은 예식을 유지하고 그 예식에 위임된 직무자들의 생활을 위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초기 교회에서 빵, 포도주 등과 같은 봉헌물은 실체변화와 영성체를 위한 것이었고 그 나머지는 가난한 이들과 성직자들을 위해 사용됐다. 교회에서 봉헌물 명목으로 빵과 포도주가 아닌 현금을 제대에 바치는 관습은 9세기경부터 봉헌의 편리성 때문에 이뤄졌다. 4세기경부터 미사에 쓰이는 빵과 포도주 및 기타 필요한 것을 신자들이 미사 중에 봉헌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 헌금도 함께 봉헌되면서 헌금은 전례적인 성격을 갖게 됐다.
이미 4세기에 현금 봉헌을 위한 헌금통의 설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헌금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초대교회에서 헌금은 가난한 자와 성직자를 돕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것이 미사 도중에 봉헌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즉 헌금은 처음부터 전례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미사성제와 본질적인 연관을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에 봉헌물은 자발적으로 바치는 것이었으나 점차 신자들의 신앙심이 감소되면서 봉헌물이 줄어들어 이미 5세기에 와서는 의무적인 경향을 보였다. 주교들과 교회회의는 자발적인 봉헌은 하느님께 대한 흠숭의 표현인 만큼 봉헌물의 진정한 의무와 권리에 대해서 강조했다.
헌금은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자기 희생의 상징으로 하느님께 대한 봉헌이다. 신자들은 교회에 헌금하여 교회의 중개행위에 의해 희생제사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도록 일임하는 것이다. 그 재료 중 희생 제물인 빵과 포도주는 미사 중에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하며 신자들은 사제와 함께 희생제물을 하느님께 봉헌함으로써 자기 자신도 그리스도에 포함시켜 봉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들은 정성된 마음으로 자기 희생의 상징이며 희생제물인 헌금을 자발적으로 교회에 바칠 의무에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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