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바이에른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거행된 서명식은 가톨릭과 루터교 대표들이 서로에 대해 일치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 용서를 청하는 참회 예절로 시작됐다. 일치는 화해를 전제로 하고 화해는 다시 서로의 잘못에 대해 용서하고 용서를 청하는 자세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참석자들은 무려 500년에 가까운 오랜 동안 일치를 이루지 못한 부족함과 과오에 대해 마음을 열고 용서를 청한 것이다.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 에드워드 E. 캐시디 추기경과 루터교 세계연맹 크리스티안 크라우저 감독, 그리고 수 명의 양측 관계자들은 이어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아우구스부르크 거리를 행진해 인근의 루터교 성 안네 교회로 가서 일치 예배를 드린 후 서명식을 거행했다.
이날 공식 서명은 가톨릭과 루터교의 오랜 일치 노력의 산물이다. 양측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직후인 1967년부터 신학적 대화를 추진, 의화 교리 문제를 16세기 논쟁의 핵심으로 규정했다. 교황청 일치평의회와 루터교 세계연맹의 임명을 받은 신학자들은 공동대화위원회를 구성해 꾸준한 대화를 지속, 1994년 공동 선언 초안을 작성했고 1996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이를 수정했다. 이듬해인 1998년 6월 양측은 마침내 선언문을 발표했고 몇 가지 남은 문제에 대한 절충을 벌여 이날 역사적인 공동 선언문 서명에 이르렀다.
공동선언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물론 오랜 일치 노력의 가장 커다란 성과이다.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세상과 타 종교, 형제 그리스도교들에 대해 마음을 연 가톨릭 교회는 이후 꾸준한 일치 운동 노력과 타종교와의 대화 노력에 힘을 기울였다. 물론 이번 공동선언이 의화 교리에 관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완전한 일치로 향해 가는 험난한 여정의 한 초석이지만 그것으로 교리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캐시디 추기경은 강론에서 『공동선언은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이라며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회복을 향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크라우저 감독은 『루터교와 가톨릭은 적이 아니라 형제자매』라며 『언젠가는 가톨릭과 루터교가 서로의 성찬례에 초대되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화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로를 이단으로 지목하고 갈등과 반목으로 지속됐던 지난 500년의 대립 관계를 해소하고 추후의 일치 노력을 위한 토대를 놓았다는 의미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루터교 외의 다른 개신교들과의 일치 추진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의미는 이른바 「기억의 정화」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날에 앞서 29일 일반 알현에서 공동 선언은 가톨릭과 루터교가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는 사랑과 일치의 증거자가 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기억의 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억의 정화」란 2천년 대희년을 앞두고 교회의 성찰과 회개에 대한 교황의 요청과 관련이 있다. 교황은 새 천년기의 시작을 앞두고 두 번째 천년기에 교회가 범한 과오에 대해 과감하게 용서를 청하고 있다. 갈릴레오 사건이 그렇고 종교재판이나 유대인 학살 등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도 그러하다. 특별히 교회의 분열 문제에 대한 교황의 아픔은 절실하다.
그리스도인의 분열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길 기도한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은 하나가 되어야 할 그리스도 교회가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제3천년기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며 따라서 일치를 이루지 못한 교회의 역사적인 과오를 반성하고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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