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동안 우리는 근대화에 몰두한 나머지,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를 우상처럼 섬기며 자연과의 조화 속에 살아온 아름다운 전통 생활양식을 버려 왔고, 생산성과 경쟁력의 논리 앞에서 절제의 미덕, 이웃과의 따뜻한 정, 공동체의 유대감을 잃어버렸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는 우주의 조화, 그 자체의 완전함, 그 내부의 역동적인 균형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조화와 균형이 깨어진 것은 인간의 오만과 탐욕과 이기심 때문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새 세상은 「하느님 나라」이다. 그 나라는 화해의 나라이며, 사랑으로 곧 「나눔과 섬김」으로 다스려지는 나라이다. 이제는 나눔과 섬김으로 인간과 하느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여야 한다. 섬기고 나누는 가운데 무너진 조화와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탐욕과 이기심을 버리고 유기적인 나눔을 실천하고,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한없는 경외심으로 하느님과 인간과 자연생태계를 존중하는 섬김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생명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고 물질적 풍요와 절제 사이에서 슬기로운 균형을 이루는 생활규범을 실천 한다. 우리는 끝없는 욕망과 이기심, 편의와 풍요에 눈먼 소비문화에서 벗어나, 나눔과 섬김, 조화와 절제로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는 길을 찾아 나선다. 우리는 생명을 학대하고 무시하는 온갖 죽음의 문화와 죽음의 활동을 단호히 배격한다.『하느님께서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이 이용하도록 창조하셨기 (사목헌장 69항)』때문에 우리는 소수가 자연의 해택을 독점하려는 것과 그로 인해 생겨난 부담이 다른 이들에게 떠넘겨지는 것을 반대한다.
생명·환경신앙대회를 마치면서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너희 후손이 잘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신명기 30, 19~20)는 말씀을 되새기며 우리는 이 땅과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대희년을 선포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화해와 해방의 기쁨이 이 땅에 넘치고 모든 피조물 역시 태초에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던 창조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자연 생태계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이루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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