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제2대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된 이기헌 주교는 다음날 오후 5시 서울대교구 사무처에서 교구장 임명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체의 성원들이 서로 기도해주고 이해해주는 가운데 훌륭한 교회공동체 건설을 위해 애써 나가겠다』며 기도를 당부했다. 신임주교들의 기자회견을 준비해오던 사무처장이라는 위치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입장이 된 신임 이주교는 환한 얼굴로 기자들을 맞았다.
-먼저 이 주교님의 군종교구장 임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2대 군종교구장이 되신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정말 부족한 사람인데 군종교구장에 임명된 사실에 너무나 두려움이 앞섭니다. 잘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도와주시고 함께 해주시니까 가능하리라 생각하며 한발한발 내디뎌 나가겠습니다.
-제3천년기 새로운 천년의 군종교구를 이끌어갈 목자로서 교구 운영 및 사목활동에 있어 특히 중심에 두고 싶으신 내용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군종교구의 특성상 군종사제를 돌보고 함께 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군종사제는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는 대상이므로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고 배려하고 격려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제들을 아끼는 것이 신자들에 대한 격려가 될 터이기 때문입니다.
-군종사제로 복무하시던 시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십시오.
▶군종신부로 임관된 후 첫 미사를 드리러 가는데 그날은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어요. 중간에 차가 고장나 고생고생 끝에 찾아갔는데 두명이 미사를 봉헌하러 나왔더라구요. 한명은 신자, 한명은 예비신자였어요. 한사람을 위해 드린 소중한 미사였지요. 사제의 신원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던 시간이었죠. 전방을 찾아다니며 만난 병사들은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너무나 반가워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들과 바위에 걸터앉아 성사를 주던 일도 기억에 남는군요.
-오랫동안 청소년 문제와 민족화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해오셨는데 특별히 관심을 두고 활동을 하시게 된 동기나 배경이 있으십니까. 또 이 경험을 군종교구 사목과 어떻게 연계해 펼쳐 나가실 생각이신지요.
▶평양에서 태어나 8남매 중 두분의 누님이 북한에 남아 계셔 이산가족의 슬픔이 녹아있는 분위기 속에 자랐지요. 또 평양교구 기림리본당 주임으로 사목하시다 순교하신 이재호 신부님이 삼촌이셔서 갈라진 반쪽에 대한 애정이 남모르게 흐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군대는 청년이 대부분인 특수사회입니다. 이들에겐 인생의 도량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점에서 군종교구는 청년사목을 하고 있는 교구라 할 수 있습니다. 청년신자들이 갈라진 조국의 현실을 생각할 수 있고, 통일을 위해 묵주기도나마 드릴 줄 아는 신자로서의 역할을 찾아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또 교육국장의 경험을 살려 신세대 장병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에서 24년간 사목활동을 통해 지녀오신 좌우명이나 삶의 지침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십시오.
▶omnibus omnia!(모든 이에게 모든 것) 제가 신학생 때부터 마음에 품어오던 성서 구절입니다. 마음으로나마 모든 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이 말씀은 모든 사제의 성품과 삶의 방식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성과 계층을 차별하지 않고 특히 소외된 이들에게까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주는 것이 이상이자 본연의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서울대교구에서 사목해오시면서 가장 뜻깊었던 일이나 잊지 못할 일이 있으셨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주임으로 부임한 첫 본당이었던 잠원동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본당 신자들과 성당을 짓느라 무던히 애썼죠. 그 때 마음에 성전을 짓자는 말을 신자들과 많이 나눴습니다.
-90년부터 5년여에 걸쳐 일본에서 교포사목을 하셨는데 교포사목을 하시며 기억에 남는 일과 이 경험을 군종교구 사목에 어떻게 살려나가실지 말씀해주십시오.
▶해외 교포들에겐 우리 민족의 고난의 역사가 녹아 있습니다. 일본에서 사목할 때 교포들을 어떻게 위로해야할 지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고아와 과부, 집을 떠나온 이들을 특별히 아끼고 잘 대해주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지침 삼아 사목했었습니다. 군대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는 신자들도 교포들과 마찬가지로 고향을 떠나온 이들이라 비슷한 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들이 군이라는 공간을 하느님을 절실히 생각하게 되는 기회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십시오.
▶어려운 신앙생활 여건이니 만큼 더 많은 기도와 신앙생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리라 보여집니다. 소공동체를 통해 신앙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배려할 생각입니다. 지리적 여건 등 여러 어려움 속에 처한 군종사제들을 귀하게 생각하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이해해주는 가운데 함께 훌륭한 공동체를 이뤄나갔으면 합니다. 부족한 저를 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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