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 주일 서울대교구 세종로본당(주임=안병철 신부) 마당은 보기에도 버거운 큰 초를 안고 성당문을 나서는 아이들이 뿜어내는 활기로 넘친다. 세종로본당의 활기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이 본당이 지난해부터 한달에 한번씩 온 가족이 함께 한 가운데 봉헌하는 「가정주일 미사」.
미사가 시작되자 어른들과 나란히 앉은 아이들도 제법 의젓하게 전례에 임하며 미사에 빠져드는 모습이 엄숙하기까지 하다.
성찬 전례를 거쳐 미사의 말미, 안병철 신부가 익숙한 듯한 손짓과 함께 온 가족이 함께 한 가정을 부르자 가족 모두가 미사에 참례한 가정의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제대 앞으로 뛰쳐나간다. 아이들이 한 달을 손꼽아 기다려온 때, 아빠 엄마는 물론 가족 모두가 빠짐없이 미사에 참례하도록 이끌어 성당을 찾게 한 공로로 큰 초를 나눠 받는 시간이다. 초를 가지고 돌아간 가정은 한 달간 정해진 때에 촛불을 밝히고 온 가족이 함께 기도하며 성가정을 기원하는 시간을 갖는다.
세종로본당이 가정주일 미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신앙생활의 기초인 가정의 성화를 강조해온 안신부가 가정사목에 역점을 두면서였다. 초기엔 가족들이 다같이 미사에 나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직장 일로 빠지는 아빠, 학원에 가야 하는 학생들 때문에 가정주일 미사가 자리잡기에는 적잖은 공이 필요했던 것. 수시로 가정주일 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독려 차원에서 초를 나눠주길 1년여, 이제는 어느 정도 미사가 자리를 잡아 근래에는 평균 40∼50여 가족이 꼬박 초를 안고 돌아간다. 가정주일 미사의 효과가 조용히 열매맺고 있는 모습이다.
부인 이래현(율리안나·39)씨, 딸 유진(에우제니아·13·초교 4)양 등 다섯 가족과 미사에 참례한 이승철(요한·47)씨는 『한 밥상에서 밥을 먹어야 가족간의 정이 돈독해지듯 같은 미사를 봉헌하며 함께 신앙을 다질 수 있어 좋다』며 『가족조차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없어지는 가운데 어려서부터 함께 하는 습관을 들이면 성가정을 이뤄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정주일 미사는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의 미사전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장이 되기도 한다.
미사 진행 자체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또래만의 미사에서는 아무래도 담아내기 힘든 전례의 의미를 아이들이 스스로 깨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아울러 함께 한 부모들도 자녀들과 함께 하는 미사에 보다 많은 애정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안병철 신부는 『가정에서부터 신앙교육에 대한 부모의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주고 가족 성원간의 이해를 높임으로써 가정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장이 돼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히고 『가정에서부터 부모가 기초적인 신앙교육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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