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교구장 착좌 후 다른 종교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에 있는 군종교구의 현실을 타개하고자 누구보다 발로 뛰는 모습을 통해 모범을 보이고 있는 군종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자신이 군 선교를 위한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주교는 군종교구 역사상 최대의 성장을 보인 지난해 8252명의 영세자수를 넘어서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한해 영세자가 1만5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군종교구의 거듭남을 위해 자신을 세 번이나 군종교구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이주교, 군종교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그를 군인주일을 맞아 만나보았다.
▷교구장 취임 후 처음 맞는 군인주일이라 감회가 남다르실 줄로 생각됩니다. 군에서 맞는 군인주일의 느낌이 어떠십니까.
▶신학생 시절 사병으로, 또 군종사제로, 이제는 교구장 으로 군을 맡겨주시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 묵상하게 됩니다. 군의 복음화가 그 중요성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군종교구를 맡겨주셔서 군선교를 위해 다시 겸허히 생각하라는 과제를 주신 것 같습니다.
▷발로 뛰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는데 지난 시간을 평가해 주십시오.
▶평사제로 가지고 있던 의식을 극복하며 보다 넒은 생각과 관점을 지닐 수 있는 한 교구의 책임자로서 거듭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부대방문을 하며 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군사목에 많은 애정을 가지려 노력해왔습니다. 올해 안에 모든 본당을 사목방문해 본당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알아볼 생각입니다. 또 일선에서 뛰고 계신 신부님에 대한 격려에 가장 무게를 뒀고, 본당공동체 안에서 군선교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교구장으로 일 해오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교구장이 되자마자 실시한 전방 철책선 방문부터 논산훈련소와 동티모르 방문이 가장 남습니다. 이를 통해 군종교구의 몫이 신자 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젊은이, 그리고 지구촌의 형제들 가운데서도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선교에 대한 각오를 다졌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군종교구를 이끌어 오시면서 어려움이나 갈등도 있으셨을 텐데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군종교구는 전국구라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본당간의 행정적 연계, 전후방 신자들의 만남 등의 기회가 적어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신자재교육이나 재정적 어려움에 갈등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교구장의 큰 몫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본당에 후원과 지원의 손길을 연결하는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개신교의 경우 「비전 2020」을 통해 매년 20만명의 신자를 군을 통해 배출해 2020년에는 우리 국민 중 4000만명을 개신교 신자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천주교에 비해 10배가 넘는 물량, 인적 지원을 펼치고 있는 이들 앞에서 우리 신자들도 힘을 모아 나가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인터넷 등 전자매체에도 관심이 많으셔서 인터넷을 통해 많은 신자들을 만나고 계신 걸로 아는데, 어떤 계기나 목적이 있으십니까.
▶서울대교구 사무처장으로 일할 때부터 전자매체의 중요성을 많이 느껴왔습니다. 다른 교구에 비해 전자 매체에 익숙한 젊은 신자들이 많다는 것도 계기가 됐습니다. 선교는 물론 공간적으로 만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구와 전국을 묶는데도 인터넷 등의 매체가 한몫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교구 발전을 위해 꼭 선행되어야 할 과제를 말씀해 주십시오.
▶교구청 내에 전담사제가 없어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많은 교구들이 사목활성화 등을 위한 연구소를 두고 있는데 아직 군종교구는 그럴 처지가 못됩니다. 앞으로 군에 권위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연구, 자문 위원으로 두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 새 각도에서 사목을 펼쳐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 연예인선교단 등 다양한 선교방안을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교구 발전을 위해서는 예산 증대가 필수불가결 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를 위한 복안이 있으십니까.
▶군사목의 중요성과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군선교 현실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해나갈 생각입니다. 또 무엇보다 절실한 예산확보를 위해 현재 30군데서 진행중인 본당자매결연을 더 확대하고 군종후원회 회원 모집에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끝으로 군종교구 관계자들과 일반신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군의 특수성으로 일치를 이루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계층을 뛰어넘는 형제애를 통해 하나된 공동체를 이뤄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일반신자들의 경우 군인주일에 대해 타성에 젖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선교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몫이라는 점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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