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우리는 새 천년을 눈앞에 두고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되는 제(諸)문제들로 인해 일어난 변화가 개개인의 안방까지 바로 파급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같은 시대에 문제를 단순명료화 하기위해 인류를 그 기원에서부터 밝혀 제(諸)문제를 살펴 보고자 한다.
인간만이 직립(直立)한다
인류학자·인류고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두개골·골반·사지의 세부(細部)에서 인식되는 바, 영장류(靈長類)의 한 과(科)로서 규정되고 있다. 약 4백만년 전에 출현한 인간은 인간과(科)에 속하며 여러 가지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생물학자 줄리안 헉슬리의 말대로 사람만이 직립한다는 사실이다.
또, 손가락이 분화돼 도구를 제작·사용했으며, 이로인해 오늘날의 기술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밖에 뇌용량이 특이하게 크다는 사실이다. 현대인의 평균 뇌용량은 1450cc에 달한다.
이 뇌로 인해 인간은 사고할 수 있게됐고 타생물체와 완전히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을 결정짓는 반성력(反省力)을 지니게 됐다. 이 반성력은 인식할 뿐 아니라 자기가 인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곧 단순한 앎이 아니라 이중적인 앎을 말한다. 타동물도 안다고 할 수 있으나 인간만이 아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빅뱅으로 인한 우주 생성 150억만년, 48.5억년 역사의 지구위에 단세포 생물이 생겨난 32억년전 이래 무수히 많은 종의 동식물들이 지구 표면을 가득 채운 때, 사고하는 존재가 탄생된 것이다. 이 사고하는 존재의 출현에 앞서, 대륙과 대양과 지층이 형성돼 기반조성이 됐고 식물이 생성돼 숨쉴 산소와 음식물을, 동물이 생성돼 먹을 것과 가축으로 이용되도록 미리 배려되었던 사실을 우리는 간과할 수 없다.
인간 생명이 생존하는 것은 지구의 산소·동식물들만이 그 생존 조건이 아니다. 이에 앞서 지구 자체가 생존케한다. 비상할 정도로 풍부하고 다양하게 인류와 생물들을 살게 하는 지구는 생명체를 존재케 하는 유일한 행성이다. 우주물리학자·천문학자들이 미래의 언젠가는 지구보다 더 신묘한 행성을 발견하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48.5억년에 걸쳐 끊임없이 운동과 변화를 거듭한 지구는 그 자체가 신비의 보고다. 지구가 처해 있는 위치부터 그렇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자로 잰 듯이 적절한 거리에 떨어져 있다. 즉 지구는 태양의 열과 에너지가 생명에 좋은 조건들을 만들어 내기에 족할 만큼 가깝고, 수성이나 금성의 경우에서 발생했던 것처럼 모든 것을 압살할 정도로 가깝지는 않은 그런 거리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자연과 친근했던 부족시대
선사학이 가르쳐주는 바, 원초의 인간은 자율적인 소집단을 이루고 살았고 그후 가족간의 관계가 성립 되었다. 원초의 인간들은 자연과의 친화력이 대단했다. 그들은 자기 존재의 기반이 되고 호흡할 산소, 먹을 것, 몸에 걸칠 것, 맹수로부터 숨을 곳 그리고 활동할 무대가 되는 자연에 대한 외경심이 대단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세계도처에 이주해 나갔던 부족시대 사람들도 자연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 수많은 자료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족의 각 사회는 문자화된 말을 통하여 천체의 운동들을 그려낼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이 다시 역법(曆法)의 발달로 이어졌다. 이 역법의 발달과 정교화는 지구와 인간 관계들에 있어서 한 획기적인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각 개인들과 전체 사회들이 스스로를 더욱 더 깊이 자연의 리듬 속에 통합시킬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다. 또한 이것은 인간에게 농경생활을 하는 공동체에게 일종의 선물이었던 자연세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과 그것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주기도 했다.
가속화될 세계화
부족시대 이래 지구 곳곳에 이주하던 인간이 점차 지구 전체로 확산, 면적이 한정된 지구를 거의 가득 채우게 된 것은 19세기말경으로 보인다.
지구를 가득 채운 인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점차 국제적인 왕래·교류를 빈번히 하면서 21세기를 맞고 있다.
이제 세계는 세계화·단일화의길로 더욱 힘차게 나아가게 됐고 그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다.
세계화로 인해 지구적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있으며, 국제 정치적으로 국가간의 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교류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사회의 세계화는 국경을 초월하여 정보를 주고받게 해주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라는 정보화가 없었더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보화는 발전 속도가 나날이 더해 가는 컴퓨터기술과 통신기술의 발전에 기인한 첨단 원격통신매체의 등장으로 이뤄진다.
정보화로 인해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기술의 발달과 시간과 공간제약을 극복하는 통신망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정보산업 종사자의 증대,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정치·일상생활 등에 급격한 생활 양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보화는 인류에게 공동 사고, 공동 반성, 의식의 일치감을 조성 결국 세계적인 문제가 일어났을 때나 전지구적 재난때 세계인으로 하여금 한마음이 되게 해 전지구적으로 공동 대처하게 할 것이다.
땅은 모든 인간의 어머니
지구·인간역사에 있어 진보라는 희망적인 면과 함께 우리는 인간생명에 해를 끼치고 파괴하는 어두운 면을 또한 보고 있다.
첫째는 환경파괴문제다.
하나뿐인 지구는 인간이 타고 있는 배와 같을 뿐 아니라 생명 유지에 필요한 근원적인 것들을 제공하고 인간생명에 필수불가결한 생명체를 생존케 하고 있다. 이 지구와 생명체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수난을 겪고 있다.
세계적 권위지인 지구환경보고서는 1990년대 초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북반구의 심한 오염지역의 오존층이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2배 이상 고갈돼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매일 적어도 140종의 동식물이 사라지고 있다.
▲온실효과 이산화탄소의 대기중 농도가 산업화이전 시대보다 26퍼센트 높아졌고 계속 상승하고 있다.
▲19세기 중엽부터 매년 기록한 바, 2천년에 가까이 갈수록 연평균 기온이 높아져 왔다.
▲매년 1700만 헥타르의 삼림(핀란드크기의 약 절반)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 미래에 대한 이와 같은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의 많은 요소들을 근본적으로 재구성 하는 한편 우리의 마음과 사랑을 전지구적인 차원으로 넓혀야 한다.
12세기때의 수도자 힐데가르트는 그 삶 자체를 삼림과 같이, 늘푸른 나무와 같이 푸르른 삶을 살았다.
힐데가르트는 『땅은 바로 어머니이다. 모든 자연의 어머니, 모든 인간의 어머니이다. 땅은 모든 것의 어머니이다. 그 속에 모든 것의 씨앗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며 땅 자체에 깊이있는 애정을 갖고 이를 표현하고 있다.
또 아씨시의 성프란치스코에게는 무서운 늑대나 태양·바람·땅이 인간 생명과 진정으로 별 차이가 없은 듯 하다. 그에게 있어서는 그들 모두가 하느님 가족의 일원이었던 까닭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 우리 사랑과 마음의 폭을 인간뿐아니라 생명계·전지구와 우주에까지 넓히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이라는 것이 절감된다.
둘째는 빈부격차의 문제다.
오늘날 세계 소득의 85%를 세계인구의 23%가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절대빈곤 상태에 놓인 10억 이상의 인구는 하루에 단지 1달러 미만으로 생존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환경위협만큼이나 충격적이다.
▲세계 어린이 3명중 1명은 영양부족 상태이다.
▲약 12억의 경우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이 부족하다.
▲매년 약 3백만명의 어린이들이 면역조치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인해 죽어간다.
▲초등학교 취학연령 아동 가운데 1억명 이상이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최근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절박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를 유지하기가 극도로 힘든 절대빈곤자수가 1천만명을 넘는 것으로 보도되고 이 같은 절대빈곤자수는 매년 늘어만 간다는 것이다.
기술문명의 발달이 가속화되어가는 현대세계에 있어 실직자와 빈곤민은 더욱 늘어갈 것이다. 인류는 하나라는 의식이 온 지구촌 가족들의 마음에 심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는 생명윤리에 따른 삶을 살아야 한다.
우주와 생명의 신비 앞에 경외심을 느껴온 것이 인간의 역사이기는 하지만, 한편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과 과학적 조작 그리고 인간에 의해 저질러지는 생명의 경시현상들이 수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의학과 유전공학에 의한 인간생명의 침해와 조작, 즉 인간복제·인간배아복제·인공수정·안락사·낙태 등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수없이 많은 생명 경시의 풍조를 조성하고 있다.
헤링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은 인간이 결코 어떤 목적을 의한 도구로써 악용될 수 없으며, 모든 인간과의 자유로운 관계 속에서 그리고 인간 자체가 목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인간생명이 존엄하고 살해될 수 없는 근본 이유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지구·우주로 확산되는 사랑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들은 우리의 의식에 대한 한 훌륭한 전환점을 제시해 준다. 우리는 이 사진들을 통해 지구가 바다와 대기, 하늘 그리고 햇빛과 살아있는 생물체들이 단일한 기능을 띤 행성의 체계 속에서 지극히 일체화되어 있고 상호 유기적인 관련 속에서 존립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욱이 점차 속도를 증가하는 정보화로 인해 인류를 공동운명체로 보는 의식도 커지게 됐다. 과학자 토마스는 지구 생명권에 대한 가장 적절한 비유는 이것이 단일한 살아있는 세포라고 말했다.
우주의 모든 생물체 중의 특이점 반성력은 또한 미래를 예견케 한다.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사랑이 인간과 지구와 전 우주로 확산되어져야 함을 새롭게 깨달아야 하는 시점이 바로 2천년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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