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인류의 창조주이신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시간과 역사의 주님이신 살아 계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것을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 안에서 이제와 영원히 찬미와 영예와 영광을 받으소서』(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대희년 기도」 중에서) 12월 24일 성탄 전야 자정.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굳게 닫혀 있던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청동 「성문(the Holy Door)」을 활짝 열어 젖히고 인류와 교회의 새로운 장을 여는 2000년 대희년을 개막한다. 예수 강생 2000년. 세상의 죄를 보속하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을 취해 가장 낮은 곳으로 임했던 예수 그리스도 탄생 2000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천년기의 막을 여는 대희년 개막은 실로 교회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도 크나큰 의미를 갖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교회에서 12월 25일은 구세주의 탄생 신비를 성대하게 거행하는 날일 뿐 아니라 『특별히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에 대한 깊은 체험』에 들어가는 날이며 이는 희년 폐막일 인 2001년 1월6일 주님 공현 대축일까지 계속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4일 자정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여는데 이어 로마의 다른 성당들,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 성모 대성전, 그리고 성 바오로 대성전의 성문을 교황 자신이 직접 차례로 연다.
밤 11시 성문향한 행렬
교황은 24일 밤 12시를 한 시간 앞둔 저녁 11시, 성문을 향한 행렬을 시작한다. 성가와 시편이 장엄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성문 앞에 도착하면 교황은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역사적인 예식을 시작한다. 알렐루야와 루가 복음이 낭독되고 교황은 침묵 중에 성문으로 다가가고 기도문과 신자들의 응답이 이어진다.
교황은 마침내 성문으로 향한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 양쪽 손으로 성문을 밀어 연다. 그러면 성문 안쪽에서 두명의 보조자가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문이 열리자 마자 성전 내부에는 모든 조명이 켜지고 교황은 입구에서 무릎을 꿇어 몇 분간 침묵 속에 기도를 바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이때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신자들이 꽃과 향유로 문설주를 장식하고 교황이 다시 성문 앞으로 돌아와 입구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복음서를 높이 들어보인다.
교황은 이어 성문을 통해 대성전으로 들어서고 복음서를 부제에게 전해준다. 이때 아프리카의 신자들이 환희의 표지로 나팔을 불고 찬미가 웅장하게 울려퍼진다. 찬미와 함께 제대를 향한 행렬이 시작된다. 행렬의 맨 앞에는 십자가와 촛불이 나서고 복사들과 봉사자들과 평신도, 바티칸 시 당국자들, 추기경들, 복음서를 든 부제들, 그리고 램프와 꽃을 든 아메리카와 유럽의 평신도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황으로 이어진다. 행렬이 끝나고 교황이 제대에 도착하면 대희년의 선포가 이뤄지고 미사가 이어진다.
성문 개방은 로마서만
바티칸에서 성문 개막이 이뤄지는 시간을 기점으로 세계 곳곳의 개별 교회들에서도 대희년 개막 미사가 거행된다.
「성문」을 여는 예식은 바티칸 대성전과 로마의 다른 총대주교좌 대성전에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지역교회에서의 성문 개방 예식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개별 교회에서의 희년은 예수 성탄 대축일에 주교좌 성당에서 교구장 주교가 주재하는 장엄미사 거행으로 시작된다. (강생의 신비 6항 참조)
한국에서도 이에 따라 12월 25일 교구별로 교구장 주교가 집전하는 대희년 개막 예식 및 미사가 각각 봉헌된다. 교구별로 대희년 개막미사는 단 한 대로 주교좌 성당에서 거행된다. 서울대교구는 25일 정오에 명동 주교좌 성당에서 개막미사를 거행하고 대구대교구는 오전 10시 성모당에서 계산동 주교좌 성당까지 이어지는 행렬로 시작한다. 광주대교구는 25일 오전 10시30분 임동 주교좌 성당에서 개막미사를 거행한다. 그외에 각 교구별로 주교좌 성당에서 개막미사를 거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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