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대회 가진 중남미
지난 9월 말 아르헨티나의 소도시 빠라나(PARANA)에서는 중남미 대륙의 모든 나라에서 참가한 150여명의 주교들과 수많은 성직자·수도자·평신도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 제6차 라틴 아메리카 선교대회가 열렸다.
매 4년마다 1주일간 열리는 이 대회는 1999년 말이라 시간적 개념이 주는 의미와 함께, 새로운 교회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는 중남미 교회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한 자리였다. 쇄신(개인과 교회)·선교(새로운 복음화)·지역교회(토착화)라는 주제에 대하여 활발한 발표와 나눔을 가졌고 이 주제들이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하는 중남미 교회의 큰 틀이 되어야 함을 천명하였다.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중남미 교회의 큰 주제는 단연 좥선교좦이다. 세계의 다른 교회들 도 그렇겠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국가별 교구별로 지역 공의회 등을 통해 대희년의 축복과 기쁨이 사람들 안에 깊숙이 자리하도록 지속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해 오고 있다. 그 바탕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선교헌장」에 뿌리를 둔 선교정신이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중남미의 거의 모든 나라가 80∼90%의 신자율을 보이고 있고 성탄·부활축일때는 물론 예수 성심 축일·성 베드로 바오로 사도 축일·성모무염시태축일 등 교회의 축제일이 바로 국가 공휴일인 대륙. 그러면서도 늘 썰렁하고 비어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미사에 참례하는 비율이 그나마 좀 낫다는 도시가 2∼3% 정도이니, 역사 깊고 웅장한 대 성당에는 차라리 관광객이 더 많이 찾아오는 형편이다. 이름만 신자일 뿐 책임의식도 없고 받는 데에만 익숙해버린 수동적인 신자생활. 뼈대는 있지만 살아 움직이는 세포의 근육이 부족한 교회이다. 이러한 교회의 처지를 극복하고 신자 개개인의 능동적·신앙생활 실천을 이끌어내기 위해 새 로운 복음화가 절실히 요청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신자들 스스로의 선교의식의 고취가 대희년을 맞이하는 중남미 교회의 큰 소망이자 노력의 초점이 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칠레
칠레 남쪽의 아라우까니아(ARAUCANIA) 교구에서는 지난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대희년을 기념하는 교구 신앙대회가 열렸다. 중앙 제대에 자리한 사제단의 반 이상이 외국인(주로 유럽인들) 선교사들이었고 주교 역시 독일인이었다. 이날 강론의 요지는 『이 제대를 우리 칠레인들로 채우고, 나아가 이들의 나라에까지 칠레인 선교사들을 보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풍경을 보는 것은 비단 이 교구 뿐만 아니라 칠레를 비롯한 중남미 여러 곳에서 이제 흔한 일이 되고 있다.
우리 각자가 지역 교회에서 활발한 선교사의 삶을 살고, 나아가 세계의 복음화에 앞장서는 선교사가 되자는 움직임이 대희년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중남미 교회의 거센 물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칠레 산티아고 대교구에서 교구장 집전으로 봉헌된 선교주일 미사는 그 물결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었다. 미사 중에 칠레 교회의 이름으로 평신도·수도자·사제 「선교사」를 아프리카와 유럽 등 세계 각지로 내보내는 파견예식이 있었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의 사고를 바꾸기에는 충분한, 변화하는 중남미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이고 신선한 자리였다. 이렇게 이제 중남미 교회도 받는 교회에서 보내는 교회로 변화하는 모습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자신의 처지가 어려울지라도 나눔으로써 더 많아진다는(마태오 14, 20) 하늘 나라의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희년의 축복을 선교의식의 고취를 통한 새로운 복음화에 초점을 두고 적어도 10여년 전부터 구체적으로 노력해오고 있는 중남미 교회. 세계 10억 가톨릭 인구의 거의 절반이 모여있는 대륙이 그 비중에 걸맞게 교회의 중심에 서서 「온 천하에 기쁜 소식을 전하라」(마르코 16, 15)는 그리 스도의 사명을 앞장서 실천하게 되기를 기도하는 교회.
변화의 몸짓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고 있고 이 변화의 짜릿한 느낌을 조금씩 맛보고 있기에, 3000년대를 기다리는 이곳 중남미 교회는 설레임과 희망 속에서 세기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욱 길어진 여름 해가 지금 이 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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