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 놓아서는 안된다』(마르 10,9).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이며 핵심인 가정이 이혼으로 인해 파괴돼 사회의 갖가지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이혼의 직접적인 희생자가 아동이란 점에서 그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정의 대희년을 맞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혼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한국 교회가 어떠한 사목적 배려를 강구해 나가야 할지 조명해본다.
이혼 후유증
이혼율이 높아가는데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혼이 초래하는 가정적, 사회적 문제에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혼의 직접적 희생자는 자녀이다. 더욱이 사춘기 이하의 자녀들이 갖는 심리적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내놓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 25년 이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부모가 이혼한 자녀 100명을 25년동안 관찰한 뒤 이들을 부모가 이혼하지 않은 자녀 44명의 생활방식과 비교했다. 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부모가 이혼한 자녀는 60%만 결혼한 반면, 그렇지 않은 자녀의 결혼률은 80%였다. 아울러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자녀는 38%가 아이를 가졌으며, 이중 17%는 혼외자녀를 낳았고, 그렇지 않은 자녀는 61%가 아이를 가졌으며 이들은 모두 결혼을 통해 출산했다. 여기에 이혼 자녀들은 빨리 결혼하고 이혼율도 높은 것 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통해 부모의 이혼이 결국 자녀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이혼에서 파급되는 문제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혼의 결과로 생기는 편부모 가정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모자 가정), 그리고 그에 따른 빈곤의 문제는 사회가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게 된다.
우리나라 이혼의 실태와 특징
통계청이 발표한 '99년 인구동태 동계 결과' 에 따르면 연간 이혼이 무려 11만8000건으로 1일 평균 323쌍이 갈라 서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혼한 부부의 평균 동거기간은 9.9년. 평균 이혼연령은 남자 40세, 여자 36.4세로 5년미만 동거부부의 이혼비율이 31.4%로 가장 높다. 또 15년 이상 동거부부 이혼비율이 90년 11.9%에서 99년 25.9%로 대폭 상승한 것이 특징이다. 97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 란 자료집을 보면 1975년 총 이혼 건수가 1만6179건으로 인구 천 명당 0.5건이었다. 그러던 것이 10년 뒤인 85년에는 3만8429건 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96년에는 이혼 건수가 다시 두배 이상 늘어서 8만1429건으로 조사됐다. 즉 이 자료를 보면 10년마다 두배 이상 이혼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99년 이혼건수는 75년에 비해 10배이상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정부의 통계에 잡혀있지 않은 이혼이나 별거 가정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혼 사유
지난해 통계 조사에 따르면 이혼 사유로 부부불화 76.9%, 경제적 문제 7.1% 등으로 드러났다. 90년에 비해 건강으로 인한 이혼은 줄어든 반면 경제문제는 증가했다. 여기에 이혼 당시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는 경우는 71.2%에 달했다. 이혼사유와 관련해서는 여성들이 상당히 구체적인 반면 남성들은 추상적이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펴낸 '98년 상담 통계집' 을 보면 여성들은 주벽, 성격파탄, 폭언 등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남성들은 성격차이, 불순종 등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황혼이혼의 증가다. 96년 2.6%, 97년 2.7%, 98년 3%로 매년 꾸준히 증가 하는 추세다.
익히 알려진대로 배우자의 부정이나 폭력이 결혼기간 동안 지속돼온 것이 가장 큰 황혼이혼의 사유로 꼽혔다. 자녀와 경제문제, 이혼에 부정적인 사회인식 등으로 젊었을 때 이혼을 못하다가 어느정도 가족부양의 짐을 벗고 사회인식도 변하면서 이혼결심을 하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정의 위기와 교회의 역할
가정은 삶의 터전이고 사회의 기반이며 동시에 인간 구원을 위한 가정적 교회요, 보다 풍요한 인간성을 길러내는 학교이다. 따라서 가정의 건실함과 행복은 곧 사회와 교회의 건실함과 행복으로 직결된다. 교회는 가정 공동체 안에 건전한 희망과 내일의 정직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가정의 성화와 복음화에 사목적 역점을 두어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현대 세계에 있어서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에서는 혼인과 가정의 행복을 도모해야 할 만인의 의무를 가르치면서, 특히 사목자의 가정에 대한 사도직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사제직의 성품성사와 성체성사의 제정을 재현하는 성목요일을 기해 전세계의 사제들에게 보내는 교황 교서에서 사제 활동의 핵심이 가정 사목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므로 결혼과 가족치료란 분야에서 사목자들이 훈련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각종 사목 상담 프로그램 참여에 적극성을 나타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목자를 비롯한 교회 공동체는 이혼자들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할 때 동정심과 이해심 으로 식별력이 흐려져서는 안된다. 이혼자들이 현재 처해 있는 상태를 일깨워 주는 것도 중요한 일 이다.
참 가정에 관한 교회 가르침
2000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는 참된 가정을 이루는 방안으로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기 △생명의 신성함을 깨닫고 존중하기 △가족이 함께 사회에 봉사하기 등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교회는 부부의 자유로운 합의(혼인 서약)로 가정 공동체가 이뤄지는 만큼 기도와 대화의 시간들을 통해 자신들의 본분을 깨닫고, 그 본분에 끝까지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사목헌장 48항에서는 『그리스도교 가정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으로 맺어진 계약을 표상하고 거기에 참여하는 혼인성사로 이루어졌다』고 지적하고 『가족 전원의 사랑의 협력으로 그리스도를 생생하게 세상에 현존시켜 드리며 교회의 진정한 본질을 모든 사람에게 보여 줘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다시 말해 가족 구성원은 누구나 이러한 가정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 그리스도 현존의 표지로서 교회의 본질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성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언급돼 있다. 말라 2장 16절에는 『조강지처가 싫어져서 내쫓는 것은 제 옷을 찢는 것과 같다. 나는 그러한 자들을 미워한다 … 변심하여 조강지처를 버리지 않도록 하여라』라고 나와 있다. 마르코 복음 10장 10절에는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그 여자와 간음하는 것』이라며 「이혼 불가」란 대원칙을 보여주고 있다.
■ 이혼에 관한 교회법
결혼 불가해소주의 입장을 취하는 가톨릭교회의 교회법은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결혼을 무효로 할만한 원인이 있을 때 그 결혼의 불성립을 인정함에 그칠 뿐이다. 지금까지 그리스도교의 전통은 결혼이란 부부가 평생을 같이 사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을 뿐 아니라 이것은 곧 자연적 윤리적인 법칙으로 정의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현대 세계의 사목현장」은『부부는 자녀들과 사회의 행복을 목적하는 이 성스러운 인연이 인간 임의에 맡겨질 수는 없다. 혼인제도의 창설자이신 하느님께서 친히 여러가지 가치와 목적을 부여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천주교의 경우 개신교보다 이혼에 관한 규제가 매우 엄하게 적용되고 있다.
■ 건강한 부부 관계를 위한 5계
1. 결혼의 의미와 목적을 바르게 인식하자.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결혼을 선택한다. 한국가족학회 이동원 회장은 "자신의 행복한 삶에 대한 욕구를 배우자가 충족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로 결혼을 한다면 기대와 현실간의 괴리가 발견될 때마다 배우자에 대해 실망해 건강한 부부관계를 발달시키기 어렵다" 고 설명하고 "결혼은 완전히 성숙한 두 사람의 완벽한 결합이 아니라 결혼을 통해 서로의 성장을 계속해서 도와주는 양육적 가정을 가꾸어야 하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 결혼 생활에서의 갈등을 이성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대처한다.
결혼은 성장 배경과 성격이 다른 두 남녀의 결합이기 때문에 사고나 감정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갈등자체가 아니라 그 갈등 을 처리하는 방식과 갈등 상황에 대한 부부의 태도에 있다. 적극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로 갈등을 현명하게 처리하는 노력이 건강한 부부 관계를 발달시키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3. 부부간의 올바른 의사 소통 방법이 필요하다.
가족 상담 학자들 가운데 문제가 있는 부부 관계를 파악 하기 위해 의사 소통 방식을 중시하는 학자들이 많다. 건강한 부부의 의사 소통 방식은 분명하고 구체적이며 직접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가족의 의사 소통은 불투명 하고 비난이나 상대방을 폄하하는 언어로 이루어진다.
4. 부부간에 일과 사랑과 놀이를 공유한다.
대화 못지 않게 부부가 함께 하는 생활이 많을 때 서로간의 이해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로 애정을 나눌 뿐 아니라 놀이를 함께 즐기는 것은 애정적인 부부 관계를 자연 스럽게 촉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5. 가족 외의 사회 집단과 개방적 관계를 수립한다.
핵가족화 현상은 가정을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의 교류를 단절시키는 경향이 있다. 현대 사회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 이기주의는 바로 가정의 고립이 가져온 질병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원 봉사 활동과 종교 활동, 각종 사회 운동 단체에 참여해 사회적 관계를 넓히는 것이 가정 생활의 건강에 필요한 사회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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