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올린 새 천년, 첫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이 돌아왔다. 전세계 그리스도인들은 매년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을 일치 기도 주간으로 정해 갈라진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를 위해 한 마음으로 기도를 바쳐 왔다.
특별히 올해의 일치기도주간은 2000년 대희년이 시작된 시점에서 맞은 것으로 지난 천년기 동안 빚어진 분열과 갈등의 상처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는 시대적인 소명이 강조되고 있다. 교황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두 번째 천년기 교회의 깊은 상처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도교의 분열과 갈등이 제삼천년기에는 극복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모든 그리스도교 종파들과 지속 적으로 대화를 나눠왔다.
특별히 대희년을 앞둔 최근 몇 년 동안 교황청은 그동안의 일치 노력에 박차를 가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해 10월 최종적으로 서명된 가톨릭과 루터교의 「의화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은 둘 사이에 지난 450여년 동안 계속된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교회 일치를 위한 새 로운 장을 연 성과였다.
이러한 성과는 동방교회와 개신교의 대표들을 초청함으로써 일치에 대한 획기적인 관심을 보여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꾸준하게 이루어진 대화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간 분쟁, 새 천년 위협
새천년을 앞두고 지구촌 곳곳에서 성대한 밀레니엄 행사가 준비되고 있던 와중에서도 피비린내 나는 분쟁은 끊이지 않았다. 인종과 민족 분쟁에 종교 분쟁까지 가세하면서 지구촌은 오히려 힘의 격전장이 되어왔다.
현재 민족·인종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은 전세계 40여곳. 아프가니스탄은 지난 1979년 이래 20년 내전으로 2백만명이 사망하고 3백여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수단은 1983년 내전 이래 지금까지 190만명이 희생됐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10여개 곳에 살육이 이어져왔고 난민만 700만명에 달한다. 유럽에서도 발칸 지역·터키, 북아일랜드 등이, 아시아에서도 동티모르, 스리랑카, 티벳, 카슈미르 그리고 미주 지역은 아이티와 콜롬비아가 끝없는 싸움을 벌여왔다. 일부 미래학자들이 새 천년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를 종교간 분쟁으로 꼽기도 한다. 특히 이슬람과 그리스도교간의 대립이 그러하다. 실제로 일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활동은 그러한 우려를 실제로 보여준다.
현재 종교 분쟁이 두드러지는 곳은 세계 12곳. 물론 종교 분쟁은 단순히 종교적 요인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인종, 민족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는 하다. 정교회가 다수인 세르비아와 이슬람을 신봉하는 알바니아계가 빚어낸 코소보 사태를 비롯해 이 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오랜 갈등, 정권에 저항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의 싸움으로 무수 한 양민이 학살되고 있는 알제리 분쟁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과 그리 스도교간의 갈등으로 2개월간 사망자가 100여명에 달했었고 인도 역시 힌두교도와 소수인 그리 스도교간의 갈등으로 심각한 테러들이 양산됐다.
화해와 협력 위한 노력
전세계 종교인들은 끝없는 분쟁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다. 특히 종파를 초월해 종교간 협력의 장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종교간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되찾 기 위해 활동하는 종교연합단체들은 현재 10여개가 있다.
1900년 창립돼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제 종교 자유 연맹(IARA)은 종교인 개인들의 만남을 통해 주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30여개의 자선사업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다. 19 70년 창립된 세계종교인평화회의(WCRP)는 각국별로 기구를 설립해 광범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88년 창설된 세계종교회의는 지난 1993년 좥지구윤리선언좦을 통해 인류의 당면 문제들에 대해 각성을 촉구했고 세계종교의회(WCP)는 1993년 창설돼 종교인들의 평화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그외에 유엔 산하에는 각 종교단체가 구성한 NGO나 종교연합 NGO 등 50여개 단체가 활동 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교 일치 운동, 그리고 타종교와의 대화 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종교인들이 세계 평화와 인류의 참된 발전을 위한 노력을 꾸준하게 지속해왔다. 1964년 교황 바오로 6세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를 방문해 로마 가톨릭과 동방 교회의 일치 운동에 신기원을 이룩했고 이듬해 12월에는 1054년의 상호 파문을 취소했고 1979 년에는 가톨릭- 정교회 대화위원회를 구성했다.
개신교측과는 1967년부터 루터교와 공동으로 대화위원회를 구성해 여러 차례에 걸쳐 그 성과로 공동보고서를 발표했다. 성공회와도 국제위원회를 두 차례 구성, 최종 보고서와 2개의 합의 선언 문을 내놓은 바 있다. 감리교, 오순절교, 침례교와도 각각 대화위원회를 구성해 보고서들을 발표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슬람 국가인 이란의 하타미 대통령과 지난해 3월 900년만에 처음으로 만나 두 문명을 대표해 악수를 나누고 좥종교의 공존좦을 확인했다. 이는 그리스도교계와 이슬람 계의 대립과 분쟁 우려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공존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고 있다.
◆ 그리스도인 일치주간의 유래·의미
그리스도인 일치 주간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주간으로 매년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지정해 지낸다.
이 기도 주간은 미국 뉴욕의 폴 왓슨 신부와 프랑스 리용의 쿠튀리에 신부의 노력으로 시작됐다. 1908년부터 왓슨 신부가 제안한 「교회 일치 기도 주간」을 지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로마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선택한 종교를 통해 일치하기를 기도하자는 취지엿다.
개신교에서는 1926년 세계교회협의회 전신인 「신앙직제운동」레서 교회 일치를 위한 기도 주간을 제안했고 1941년부터 그 시기를 쿠튀리에 신부가 제창한 기도 주간과 일치시킴으로써 가톨릭과 개신교가 동시에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후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일치교령을 통해 교회내 일치운동과 일치주간의 실행을 고무했고 한국교회에서는 이러한 공의회 정신에 따라 1966년 일치위원회를 발족해 1968년 1월 최초로 개신교와의 합동 기도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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