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성
비안네 신부는 성체께 대한 신심과 성체성사의 생활화 그리고 고해성사의 은총에 대한 인식 부족을 당시의 많은 사람들에게 일깨워 주었으며 실천하도록 이끌어 준 모범 이며 스승이다. 또한 오늘 우리에게도 그는「고해소의 성인」, 「성체의 성인」이란 강한 이미지로 여전히 살아 있으며 언제나 호소력 있는 모범이다.
1) 사도적 영성
사제직은 본래 사제 자신의 완성을 지향하기 보다 세상의 복음화 사명을 위한 헌신적 봉사를 요구한다. 사제직에 불리우는 동기는 사제 개인의 성화보다 인류 공동체의 구원을 위한 사도적 사명을 지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제가 성성(거룩함)에 이르는 고유한 길은 『그리스도의 성령 안에서 사제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 하는 것』(「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13항)이며 그는 『수행하는 직무 전체를 통하여 완덕 생활에 진보하는 것』(같은 교령 12항)이라고 가르친다.
실로 비안네 신부는 그가 맡은 사도직에 온 몸을 바쳐 수행 하면서 하느님과의 일치인 완성의 단계에 나가게 되었고 성화되었다. 그는 일상적 사목 업무로서 환자및 가정방문, 교리 교육, 고해성사 집전, 상담뿐 아니라 공부할 여건이 못된 그 지역의 소년 소녀들을 위한 학교 및 고아원 운영 등을 통해 복음화 활동에 온 힘을 기울였다. 또한 그의 성덕과 카리스마가 널리 알려지면서 수 없이 몰려오는 순례자들을 위해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매일 12시간 이상씩 고해성사를 집전 하고 상담을 해주었다.
다른 한편 공의회는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사제에게 맞갖은 영성이 요청된다고 강조한다. 『사제의 성성 자체는 그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크게 이바지한다』(같은 교령, 12항).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 백성에게 그분의 은총을 전달해 주며 성화 시키는 도구로서 선택된 이가 사제라면 그의 직무는 그에게 당연히 성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비안네 신부는 가르침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매일 영적 양식 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마음에 새기며 묵상한 후 가르쳤다. 그는 성화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매일 미사 중에 목자적 애덕을 배웠으며 성체 대전에서 사목적 활력을 얻었다. 그는 새벽 4시부터 기도와 성체조배를 하면서 미사 성제를 준비하였다. 성체성사는 그의 영성생활, 수덕 및 사도직 활동의 원천이고 중심 이며 정점이었다. 그는 다스림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봉사 받으러 오지 않으시고 봉사하러 오신 주님의 모범(마태 20, 28 참조)을 따르며 봉사에 아낌없이 투신하였다.
2) 성체 신심
비안네는 「성체의 성인」이었다. 그는 첫영성체 중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께 대한 사랑을 체험하면서 그 안에 사제 성소가 싹이 텄다. 그가 아르스 본당에 부임했을 때 다수의 교우들이 신앙에 무관심하며 주일 미사에 참례하지 않음을 보면서 그들의 회개를 위하여 감실 안에 계신 주님 앞에서 매일 여러 시간씩 열성으로 기도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가 성체 대전에서 주님께로부터 활력을 얻지 못했다면 매일 그가 자신을 아낌없이 준 그러한 사도직 수행을 결코 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감실 안에 그리스도의 현존을 생생히 느끼는 특은을 받은 비안네는 성체성사의 신심을 끊임없이 강조했으며 그것이 그의 강론과 교리 강좌의 주요 소재가 되었다. 그는 영성체를 통해 받는 놀라운 은총에 대해 다양한 표현으로 이해시키고자 애썼다. 『우리가 자주 영성체를 하면 우리 영혼은 꿀벌이 꽃향기로 목욕하는 것처럼 사랑의 향기로 목욕합니다』『영성체 하는 사람은 한 방울의 물이 대양에 파묻히듯이 하느님 안에 자기 모습을 감춥 니다』『이 성사를 멀리 하는 사람은 머리를 숙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물이 흘러 넘치는 샘 가에서 갈증으로 죽는 사람과 같습 니다. 또한 팔을 내밀지 않아서 보물을 앞에 놓고도 가난하게 지내는 사람과 같습니다』『우리가 영성체 후 무엇을 집으로 나르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하늘 나라를 옮긴다고 대답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가능한 한 매일 영성체를 하기 위하여 미사에 참례 하도록 신자들을 적극 초대하였다. 그리고 성체를 합당하게 모시기 위해 일상에서 잘 준비해야 함을 강조했다. 성체를 직접 모시지 못할 경우엔 영적 영성체라도 하길 권했다. 비안네 신부는 교우들에게 성체 조배를 자주 하도록 권면했다. 『우리 구세주께서는 사랑으로 성사 안에 계시며 아버지께 우리 죄인을 위해 끊임없이 용서를 빌고 계십니다. 그분이 우리 가운데 머무시기엔 우리가 얼마나 합당치 못합니까? 그분은 우리를 위로 하시기 위해 계십니다. 따라서 우리도 그분을 자주 방문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분을 방문하고 그분께 경배 드리며 그분이 겪는 온갖 모욕을 위로하기 위하여 15분을 쓰는 것을 그분은 참으로 반기 십니다. 우리가 감실 앞에서 그분 발치에 있을 때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맛보는 행복은 얼마나 큽니까?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을 배가시키십시오!』
비안네 신부는 성체 조배의 자세와 방법이 참으로 단순한 것임을 설명하기 위하여 그에게 감명을 주었던 노인 농부 샤팡의 모범을 소개하곤 했다. "제가 아르스에 처음 왔을 때 성당 앞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이는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아침에 일하러 나갈 때나 저녁에 돌아 올 때 성당 문앞에 괭이를 세워놓고 오랫 동안 성체 앞에서 경배를 드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뻤던지요! 언젠가 저는 그에게 오래 머무는 동안 주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를 물었습니다. 그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십니까? '신부님, 그분께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단지 전 그분을 바라보고 그분도 저를 보고 계십니다' "
3) 고해성사 : 사죄, 식별과 내적 치유의 봉사
비안네는 사제 성품을 받으면서 얼마 동안 고해 성사권이 유보되어 행사할 수 없었다. 거의 일생을 매일 12시간 이상씩 고해소에 앉아 봉사해야할 만큼 명망이 높게 되고 세기를 통해 유명하게 될 「고해소의 성인」비안네 신부가 자격 미달로 판정되어 사죄권이 유보되었다는 역사적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신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한 그에 대해 우려하던 장상들의 조심 스런 관찰의 기간이 요청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얼른 판단되기도 하지만 거기엔 큰 일꾼을 키우고 굳건히 성숙시키시고자 하신 하느님의 섭리적 배려가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사제직을 준비 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련을 겪어야 했던 비안네 신부는 실로 사제직의 고귀한 품위와 고해성사의 놀라운 은총에 대해 어느 사제보다도 깊이 느끼고 체험하였으며 감격스러워 하였다.
비안네 신부를 만나고 고해성사를 보기 위하여 차츰 이웃 교구, 프랑스 전역 그리고 유럽 여러 지역에서 주교, 신부, 수도자들과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연간 수 만 명 씩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비안네 신부는 매일 12시간 이상을 그리고 말년에 17시간 정도를 고해소에 앉아 봉사해야만 했다. 순례객들은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비안네 신부를 만나고 고해성사를 보기 위해 때론 세 주간을 아르스에 머물며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좋은 고해신부에게 요청되는 적절한 카리스마를 타고 난 비안네 신부는 은총에 협력하면서 더욱 큰 사랑, 인내, 자비로움의 덕을 또한 갖추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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