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교황 바오로 6세는 『교회는 미술가를 부른다』라고 역설했으며 지난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또한 예술가들이 교회로 돌아올 것을 호소하는 서한을 예술인 들에게 보낸 바 있다. 이처럼 일찍부터 교회 안에서는 종교미술에 있어서 예술인 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강조해왔다. 그리하여 60년대 바티칸에서는 교회미술품을 소장하는 박물관을 비롯해 현대종교미술관을 마련해 예술가들의 활동을 적극 권장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교회 미술인들도 교회미술을 한국적인 것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 초기에는 유럽의 종교미술이 그대로 수용되긴 했으나 1920년대 운석 장발 선생의 김대건 신부 초상화 작업을 비롯해 한국미술인들에 의한 혜화동 성당건축 등 교회미술에 대한 움직임이 일찍부터 전개돼왔다. 이후 미술인들은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를 결성해 다양한 전시활동과 교회건축물 제작을 통해 성미술의 토착화를 위해 힘써왔다. 이러한 미술가들의 꾸준한 작업에도 불구 하고 교회미술이 문화로서, 예술로서 인식되지 못하고 또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제도적인 장치의 미흡과 사목자들의 인식부족을 우선적으로 손꼽을 수 있다.
7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급성장으로 현재 1년동안 수십 개의 성당이 새롭게 건축되고 있다. 그러나 교회미술에서 큰 역할을 하는 성당건축이 사목자들의 인식부족과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예술성을 무시한 채 건축물로서만 무분별하게 지어지고 있다. 이것은 신학교 교육과정에 있어서 미술은 물론 문화와 관련된 커리큘럼이 전무, 일선 사목자들의 교회미술과 음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예술분야에 관심이 뛰어난 사목자들만이 성당건축 등 성미술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성직자들의 교회미술에 대해 넓은 안목과 함께 성상, 회화 등 미술품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한국교회미술발전에 있어서 절대적이라고 하겠다 .
최근 절두산 성지가 교회박물관으로 거듭나고 평화화랑의 개관으로 예술인들의 문화공간이 교회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나 화랑의 경우 협소한 공간과 부대시설의 미흡함은 해결해야될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주교회의 문화위원회는 가톨릭미술상을 제정해 가톨릭 예술인들의 활동을 독려하고 예술가들의 발굴을 위해 힘쓰고 있으나 예술가들의 활동이 교회 안에서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평화화랑과 절두산 박물관을 비롯해 한국교회미술을 한눈에 볼수 있는 미술박물관과 상설 미술관 등 문화공간이 우선적 으로 더 확보돼야 하며 가톨릭미술인들이 교회건축물에서부터 교회미술 전분야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사목자들이 나서야 한다. 이에 가톨릭미술인들은 뛰어난 예술성을 바탕으로 가톨릭정신과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 교회미술이 토착화될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
현재 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 500여명을 비롯해 협회에 미등록된 수천명의 미술인들 등 한국미술계의 거장들이 대부분 가톨릭 신자임을 감안할 때 교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바탕된다면 한국교회미술의 전망은 아주 밝다. 또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및 가톨릭미술가협회가 신자교육은 물론 교회미술 토착화와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공급하고 활성화한다면 한국교회미술이 문화로서 그 자리를 확고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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