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헉, 헉…』
『탁, 탁, 탁…』
턱까지 차 오른 거친 숨소리와 천근 같은 무거운 발소리만이 아스팔트 위에서 메아리칠 뿐 깊은 산골 마을엔 모든 것이 조용하다. 열렬한 응원단도 없이 반겨주는 사람 없이 침묵 중에 오직 한가지만을 생각 하며 경치를 구경할 겨를도 없이 앞만을 쳐다보며 그저 달릴 뿐이다. 『집 없는 이들의 설움을 집 있는 자들이 어떻게 알겠 습니까. 하지만 이 땅에는 집없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달리는 걸음걸음마다, 땀과 고통을 느낄 때 마다 이들의 설움을 생각하며 안정된 주거가 실현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달릴뿐입니다』
올해로 네 번째 맞는 「집없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달리기성지순례」를 펼치고 있는 이기우 신부(서울 빈민사목위원장.사진 오른쪽 첫번째)는 『가난한 이들의 고통에 함께 할 때 선교는 자연히 이루어지고 진정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세상이 이루어진다』면서 이들을 위해 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10월 9일 아침 9시. 전날(10월 8일) 가난한 사람들의 대희년 선포식과 기념미사를 마치고 배티성지(충북 진천군)에 도착한 달리기성지순례단은 미사에 이어 묵주기도봉헌과 순교자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13일 까지 5일간의 달리기성지순례 대장정을 시작했다. 최양업 신부의 사목 근거지였던 배티성지에서 출발, 연풍성지를 거쳐 최양업 신부 묘소가 있는 배론성지까지 170㎞를 달리는 '달리기성지순례단' 은 13일 부천에서 주민과 함께 부천 철거지역 현장까지 달리기를 한 후 성지순례를 마무리한다.
첫 날, 짙은 안개로 달리기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 하던 순례단은 아침 따사로운 햇살로 안개가 걷히자 달리는 발걸음마다 하느님의 축복과 순교자들의 전구가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닫고 힘찬 출발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무한속도로 달리는 대형차량 등으로 인해 안전 책임자들의 손과 눈은 달리는 사람들 못지 않게 마냥 분주했다.
이기우 신부 등 3명의 중심주자(走者)와 청주교구 광혜원본당 주임 김인국 신부, 청주교구 부제, 수녀를 비롯 부천지역 주거연합 지역주민(중간 참여자) 등 15여 명은 집없는 설움이 없어지는 날까지 달리고 또 달릴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사회의 작은 관심을 말없이 그러나 강하게 촉구했다. 준비위원장 유영우(토마스)씨는 『매일 각 주거연합 회원들이 중간주자로 참여하게 된다』면서 『주거권 피해를 겪는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달리면서 고통을 이겨내어 온갖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들이 달리는 이유는 한가지. 집없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최저 주거 기준인 주거기본법 제정을 위해서이다. 또 한가지는 기도하며 성지를 향해 달리는 걸음걸음의 희생으로 최양업 신부의 시성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양업 신부의 땀이 배어 있는 배티에서 배론까지 발자취를 따라 달린다. 모두가 안정된 집에서 따뜻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날까지….
※후원금 문의=(02)777-7261, 727-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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