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로마나 가톨릭지식인문화운동(Pax Romana ICMICA)와 우리신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아시아 경제 위기와 교회의 역할: IMF, 인권과 교회」국제 포럼은 현재 아시아 각국이 경험하고 있는 소위 IMF, 경제 위기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다.
주최측과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IMF 체제의 원인을 국내 문제에서만 찾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면서, 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이념에 대한 비판을 토대로 한 대안의 모색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포럼의 취지와 발표문들의 타당성 등에 대한 평가는 여러 논쟁의 여지를 안고 있으나 현재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성찰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이번 포럼의 한 부분은 IMF 체제를 경험하고 있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에서 교회가 이러한 경제위기를 어떻게 대응해 왔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모색한다.
모두 8개의 세션 중 제3,4 세션에서 다루었다. 발표된 각국의 사목서한과 보고서를 정리한다.
97년 7월 이후 IMF체제에 들어선 태국주교회의는 올해 4월 12일 주교회의 명의로 경제 위기에 즈음한 그리스도인의 의무와 참여에 대한 사목서한을 발표했다.
서한은 경제 위기로 인한 실업, 소득 감소, 가정의 어려움 등 전반적인 위기 상황을 상기시키고 모든 그리스도인은 『교회의 구성원들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기를 원한다』며 『모든 이들이 사회적, 경제적 변동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 특히 실업자를 돕는 일을 촉진하고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태국 교회는 이에 앞서 태국 천주교 개발회의와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현단계 경제 상황의 충격과 교회 조직의 역할」에 대한 세미나를 2월에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현 상황에 대한 이해, 의견 나눔, 원조 담당 기관의 공통적인 활동 방향을 찾고 현재 상황에 대해 교회가 보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접근하기 위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작은 형제회 관구장인 마틴사투모랑 주교는 발표에서 아시아-인도네시아 경제 위기의 원인들을 지적하고 이로 인한 사목적 도전과 쟁점, 정책과 초교파간 협력에 대해 발표했다.
시투모랑 주교는 발표문에서 경제 위기의 내적이고 핵심적인 원인에 대해 강력한 비난의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사순절 담화문에서 비난의 대상은 도덕적타락, 특히 지도자들의 도덕적 타락이었다.
사투모랑 주교는 아시아 다른 나라 교회에 서로의 지식과 경험의 교환, 교회 조직의 전문성 있는 연구기관과의 협력 연구등 다양한 연대 활동을 권하고 도덕적 가치들이 전세계 발전의 근본적 바탕으로 자리잡기를 촉구했다.
오경환 신부(인천교구 총대리)는「한국경제 위기와 시민 사회 및 교회의 대응」을 주제로 한 세션 4에서 「IMF 구조조정과 한국 가톨릭 교회의 대응」에 대해 발표했다.
오신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받는 영향을 헌금 감소, 출판물 소비 감소, 교회 건축 중단, 복지시설 수용자 증가, 사회복지 기능 약화, 절제와 절약 경향 외에 자살, 이혼, 결식, 범죄 증가 등으로 정리했다.
오신부는 지금까지의 교회 대응이 대체로 소극적 형태를 띠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즉 각 교구장의 97년도 성탄 메시지에서의 잘못된 의식 구조와 생활 양식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올해 1월 외화모으기와 금모으기에의 적극 동참, 실직자 돕기, 상담소와 무료 급식소 설치 등에서 교회는 상당한 활기를 띠고 있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오신부는 IMF관리 체제의 토대인 세계화 체제와 신자유주의 이념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바탕으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는 비록 먼 장래를 위해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고 이러한 모색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임을 지적했다.
◆태국 정평위 위원장 블루엔 만삽 주교
인간ㆍ자연 무시한 경제개발 위주 정책 오늘의 위기 상황 초래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간 정보나눔과 위기 극복에 대한 경험나누기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IMF 구조조정과 인권 및 시민사회와 교회의 대응」 부분에서 「태국 시민사회와 교회의 대응」 발표에 나섰던 블루엔 만삽 주교(태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우본라챠타니교구장). 태국 주교회의 정평위원회장과 개발위원회장을 함께 맡고 있는 만삽주교는 태국교회의 경우 지난 2월 양 위원회 주최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에 대해 공동세미나를 연 바 있으며 4월 부활대축일을 기해서는 주교회의 사목서한「경제위기: 그리스도인의 의무와 참연」를 발표했다고 들려준다.
『지난해 IMF주제 금융 신청이후 태국의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의 실업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으며 수많은 가정들이 의료혜택이나 교육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만삽주교는 『과거 태국의 국가 발전모델은 인간과 자연을 무시한 경제 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이같은 경제위주 발전 계획들은 현재 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 원인의 한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인간 중심의 사외, 사회적이고 영적인 투자가 활발할 수 있는 사회기반 조성이 큰 몫이 될 것」이라고 태국교회 역할을 전망한 만삽주교는 이와 관련 성직자 수도자들의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 토론의 활성화도 적극 권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71년 사제서품후 76년 주교품에 오른 만삽 주교는 그간 일곱차례에 걸쳐 한국을 찾은 바 있으며 김수환추기경 고 지학순주교와 깊은 친분을 갖고 있다.
◆신언회 정평위 위원장 마이클 시겔 신부
빈국들의 지불불가 외채 2천년까지 탕감 위해 2천5백 만 서명운동
현재 로마의 「남녀 수도자 총원장 국제연합」에서는 제3세계 국가들의 외채탕감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한국을 포함 전세계 200여 개국에서 수도회 민간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운동은 세계 최빈국들이 연체하고 있는 지불 불가능한 외채(unpayabledebt)를 2000년까지 모두 탕감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2천5백만 명의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청원서는 98년 쾰른에서 열리는 G8회담에 제출될 계획이다.
「IMF, 인권과 교회」 국제 포럼에 참석한 마이클 시겔 신부 (신언회 정의평화위원회장)는 「세도스(SEDOS) 외채탕감운동그룹」코디네이터다. 남녀수도자 총원장 국제연합에서 벌이는 제3세계 국가외채탕감 운동의 배경이 된 그룹이다.
그는 포럼을 통해 외채탕감 희년캠페인에 관한 전반적 내용을 「대안적」인 면으로 소개했다.
『제3세게 외채는 매우 큰 문제입니다. 외채위기는 수많은 구조적 문제와 사회-문화적 문제 및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 위기가 점증하면서 농작물 시장 가격은 현저히 하락하였습니다.』
외채이면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더러 제3세계 부유층을 지원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라는 반대의견들도 만만치 않다고 들려준 시겔신부는 그러나 외채탕감은 「그 자체로도 상징적인 의미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이것은 권리를 가진 자들도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상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보다 적극적 지원과 관심을 호소한 시겔 신부는 『이 운동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서명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선진국과 세계은행, IMF 지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ICMICA 총무 이성훈씨
경제위기라는 현실을 신학적 성찰로 보고 나눔ㆍ연대 구현 목적
『공통적으로 유례없는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는 아시아 각국이 서로의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현실을 함께 성찰함으로써 연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팍스 로마나 가톨릭지식인문화운동(PAX ROMANA ICMICA) 총무 이성훈(안셀모)씨. 그는 이번 포럼이, IMF 체제로 상징되는 아시아 경제 위기가 해당국의 국내 문제만 아니라 잘못된 국제 경제체제에서도 기인한다는 문제 제기를 한다는 점에서 일차적인 의미를 찾는다.
8월 24일부터 29일까지 열린 「아시아경제 위기와 교회의 역할: IMF, 인권과 교회」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 위기라는 현실을 신학적 성찰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보고 나눔과 연대의 구현이라는 지향점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럼은 이를 위한 현실 분석에서 IMF체제와 이에 대한 아시아 각국 시민사회 및 교회의 대응이 과연 적절했는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
『지난 수십년 동안 가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자 열심히 일한 아시아 보통 사람들에게 이 위기는 충격입니다. 연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적은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가장 먼저 희생자가 된 가난한 사람들 스스로 조직적 대응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는 따라서 이번 포럼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선의의 사람들, 타종교인들과 함께 국제적 차원에서 위기에 대응하고자하는 응답』이며 이는 곧 시대의 징표에 따른 예언자적 소명의 실천을 향한 노력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여기에서 이번 포럼의 두 번째 중요한 의미를 찾는다. 「독립성」이라기보다는 자발성, 자율성으로서 평신도의 신앙과 현실에 대한 적극적 자세와 예언자적 소명의 실천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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