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성(性) 윤리가 10대에서부터 기성세대에까지 끝을 모른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회윤리로는 용납되기 어려운 미성년자와의 원조교제가 최근 2~3년동안 급격히 번져 가면서 무너지는 가정이 양산되고 있고 경찰은 전국 53개 윤락가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미성년 매매춘과의 50일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상황이다.
또 일산 성남 안양 인천 등 수도권 신도시 에서는 30~40대 유부남 유부녀들의 성적 탈선을 부추기는 나이트클럽 부킹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성윤리의 부재 현상은 흔히 성문란이라는 용어를 접했을 때 떠올릴 수 있었던 - 성개방 풍조에 영향을 받은- 10대, 20대들에게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니라 기혼세대라고 할 수 있는 30~40대 ,더 넓게는 장년층에까지 번져 있다는 데서 문제의 화두를 찾을 수 있다.
전국 윤락여성 150만명
우선 최근 사회내 가장 큰 이슈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10대들의 매매춘 경우부터 살펴보자.경찰은 단란주점 등에 접대부를 공급하는 서울시내 무허가 직업소개소가 97년 5000여개에서 최근 3~4만개로 급증한 점, 티켓다방, 증기탕, 원조교제, 폰팅, 출장안마, 삐삐걸 등 신종 윤락업이 급속히 확산된 점 등을 고려, 전국의 윤락녀는 15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미성년자는 5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윤락녀 3명중 1명이 미성년자라 는 말이다.한국청소년선도회 한 관계자는 전국 사창가 윤락녀의 80%, 술집 접대부의 50%가 10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0대들의 매매춘은 IMF 이후 중산층이 급격히 몰락하고 빈민층이 증가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검찰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97년 현재 가출한 청소년만 2만여명이며 이들중 여자가 85%로 대부분 유흥업소로 빠져드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낮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밤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중고생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관계자 들은 지적한다.이러한 현상은 서울에서 보다 단속이 허술한 수도권 외곽과 지방도시에서 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벤트사나 전화방 또는 폰팅, PC통신, 인터넷을 통한 신종 윤락행위, 이른바 원조교제는 더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중 PC통신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보도방(여자들을 유흥가에 불법 소개하는 조직)은 번창일로에 있다고 한다.
특히 요즘에는 사무실을 차려놓고 하는 기업형 보도방이 아니라 휴대전화나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1인용 보도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화방이나 폰팅은 여자들의 경우 무료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원조교제의 주요 루트가 되고 있는데 특히 전화연결용 컴퓨터 단말기 1대만 있으면 집에서도 쉽게 영업을 할 수 있는 폰팅이 법원의 불법판결을 받은 전화방보다 각광(?) 을 받고 있다.원조교제에 나선 10대들이 남자를 한번 만나고 받는 돈은 10~20만원. 상대 남자들은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분포를 보인다.
학력 직업의 차이도 찾을 수 없다. 핸드폰을 사준 뒤 수시로 이들과 연락해 만나는 중년 남자들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 추 진본부 집계 결과, 작년 한해 10대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모두 950여명. 그중 126명이 구속됐다.
추진본부 관계자들은 이는 실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며 성격상 외부에 드러나기 힘든 일이어서 단속이 어렵다고 밝혔다.
성윤리의 해이는 10~20대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IMF 경제위기가 발생한 무렵 자녀 들의 과외교습비 마련 등을 위해 시도된 주부 매춘의 사례들이 매스컴을 장식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기혼녀들의 부업형 매춘과는 다른 혼외부킹족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평범한 남편이나 아내들의 도덕적 자세가 느슨해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그 심각성이 크다.청소년의 부킹 형태를 모방해 성인나이트 클럽 간판을 내걸고 30~40대를 대상으로 하는 부킹 전문 업소들이 수도권 신도시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확산되는 ‘혼외부킹’
혼외부킹을 하는 계층들은 30~40대의 기혼 남녀들인데 특히 여성의 경우 얼마전까지는 자영업자나 직장여성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근들어서는 가정주부들에게까지 대거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는 것.전문가들은 IMF 한파를 그럭저럭 견딘 후 자녀양육 문제도 어느 정도 손을 털었지만 문화적 욕구, 연령적 갈등이 채워지지 않는데서 30~40대들의 혼외부킹이 비롯되고 있다 고 이같은 세태를 진단했다.
이같은 총체적 성윤리의 추락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경제상황이 아무리 악화되었다 할지라도 10대들을 포함,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수가 150만을 헤아린다는 것은 단순한 성개방 풍조로만 풀 수 없는 우려 그 이상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성의 담론 화가 터부시됐던 한국적 상황은 제대로 된 성교육 여건, 성문화를 형성시키지 못했고 여기에 홍수처럼 밀려드는 말초적인 각종 성관련 정보들이 성의 본질을 쾌락추구의 수단으로만 인식 시켜 버렸다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드러낸다.
또한 7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성장 위주의 사회 분위기, 그리고 낙태문화로 조성된 반생명적 분위기 등도 그렇다.10대들의 경우 역시 물질 만능주의와 그에 따른 윤리의식의 실종 ,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퇴폐 영상문화와 유해환경을 원인으로 짚어낼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내일 여성센터 회장 최영희씨는 10대 매매춘은 잘못된 성의식, 술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혼외부킹등에서 드러나는 30~40대 기혼자들의 윤리의식 부재 역시 성에 대한 가치관 윤리관 부족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성이 범람하는 세태속에서 자기 정체감이 결여된 사람들이 성적 탈선으로 강 렬한 쾌락을 추구하거나 정체감을 확인하려는데서 발생한다 고 지적했는데 이러한 세태를 반증해주는 한 조사결과가 흥미롭다.
최근 이화여대 이근후 교수는 기혼 미혼 여성들을 대상 으로 현대사회와 성윤리 연구 를 벌인 바 있는데 조사대상자중 전체의 54%가 외도욕구를 느낀다고 답했고 외도는 부도덕한 것으로 해서는 안된다 는 답은 45.1%에 그쳤다.
여기 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10대에서부터 40대 중장년층에까지 이르는 이같은 윤리의식 실종 현상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 해결 가닥을 잡아나가야 할 것인가.
그것은 기성세대의 바람직하지 못한 성문화를 고쳐나가는 것에서부터 비롯되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락알선을 접대의 공공연한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는 남성들의 성(性)사고, 매춘의 온상이 되고 있는 향락업소들의 증가 현실을 직시해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성문화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특히 청소년들의 성적 타락 원인을 아이들의 잘못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어른들 에서부터 추적해 나가야 할것 이라면서 남성들의 성(性)수요와 이를 뒷받침하는 유흥 퇴폐 문화를 바로잡을 때 10대들의 성문화는 건전하게 정착될 수 있을것 이라고 전했다.
매매춘 생활에 젖은 이들을 재사회화하고 사회에 편입시킬 사회적 안정망 구축도 필요한 사항이다.가톨릭 입장에서 인간의 성은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 안에 새겨주신 사 랑에 대한 구체적 능력을 완전하게 하는 일부분(교황청 가톨릭교육성, 인간의 사랑에 관한 교육지침) 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또한 성은 인격의 한 기본 요소이며 곧 존재양식의 하나이자 표현 형태의 하나이며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고 감정을 전달하며 인간의 사랑을 표현하고 실천 하는 형태의 하 나라고 말한다.
성(性)은 창조선물 일부
교황청 가정평의회는 덧붙여 그러므로 인간의 성은 좋은 것이며 그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의 모습과 모상대로, 그리고 남자와 여자로(창세 1, 27)지어내셨을 때,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던 창조선물의 일부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은 교회안에서 조차 청소년들은 물론 기성세대 신자들에게도 제 대로 전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일학교의 예를 들면, 세태가 반영해 주고 있는 심각성에 비해 성에 관한 교육과정은 극히 미미하다.한 윤리신학자는 사랑을 자칫 감각적인 차원에서만 생각하는 쾌락주의나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성의 올바른 의미를 교육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어릴때부터 건전하고도 책임감 있는 성교육이 필요한 현실 이라고 강조하면서 구체적 으로는 생명의 신비를 비롯해서 성과 사랑의 의미, 혼인, 책임감을 요구하는 성에 대 한 교육들이 각 본당의 초등부 학생들에게서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회내 관계자들은 성에 대한 가치관 윤리관 혼란 현상을 빚고 있는 한국 사회 현실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온 생명을 전달하는 성, 책임있는 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역할 주체는 누구보다도 교회여야 하고 또 교회 안에서부터 솔선수범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생명의 보루 라는,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그 몫은 바로 교회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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