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희년에 맞이하는 올해의 사순 시기는 회개와 화해의 시간으로 특별한 성격을 띱니다.
희년은 성자 안에서 인간이 되시기까지 당신을 낮추신 성부의 자비와 그리스도의 위대한 선물인 화해를 특별히 마음 깊이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따라서 올해는 그리스도인만 아니라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도 용서하시고 화해시키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지닌 쇄신의 힘을 경험하게 해줄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미온적인 사람과 의심하는 사람까지도 포함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 사랑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비를 베풀어주십니다.
보잘 것 없는 것과 그릇된 희망에 지쳐버린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충만한 생명에 이르는 길로 나설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성년 동안 교회는 개인과 공동체 차원의 화해를 위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각 교구는 신자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러 갈 수 있는 특별한 장소를 지정하였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하느님의 빛 안에서 자신 들의 죄를 인정하고 또 고해성사를 통하여 새로운 생명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2000년 사순시기 동안 우리의 신앙이 시작되었던 성지의 순례자가 되어 그리스도 강생 2000년 을 기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 자신은 순례의 단계마다 교회의 자녀들과 온 인류를 위하여 용 와 화해를 청할 것입니다.
회개의 길은 하느님과 화해하게 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고 충만 한 생활 곧 믿음과 바람과 사랑의 생활에 이르게 합니다. 희년의 은총은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자신의 신앙을 새롭게 하도록 촉구합니다.
이것은 빠스카 신비의 선포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신자들은 빠스카 신비를 통하여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들이 구원을 얻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희년의 은총을 통하여 주님께서는 또한 우리의 희망을 새롭게 하도록 권유하십니다. 실제로 시간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았으며, 하느님과 끝 없는 기쁨과 충만한 친교를 나눌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줍니다.
마지막으로, 희년을 통하여 주님 께서는 우리에게 사랑의 불을 다시 지피라고 부탁하십니다.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뚜렷한 표징인 친교와 평화와 사랑을 증언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이러한 사명을 안고 있는 교회 공동체는 행동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죽은 것(야고 2, 17 참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리 스도인들은 사랑을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 주고, 세상 끝날까지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나타내어야 합니다.
이 희년 동안 우리는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특별히 궁핍하게 살거나 기아와 폭력과 불의에 시달리는 우리 형제 자매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내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성서에 나오는 해방과 형제애의 이상, 성년이 우리 앞에 다시 한 번 제시하는 이상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옛 유다의 희년은 사실상 노예를 풀어주고, 빚을 탕감해주며,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요구하였습니다. 오늘날에는, 새로운 형태의 노예생활과 비극적인 형태의 빈곤이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제3세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희년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은 이 고통과 절망의 외침에 귀기울이고 응답하여야 합니다. 이 천년기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마저도 갖지 못한 수많은 우리 형제 자매들의 절규를 듣고 거기에 자애로이 응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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