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국인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의 26개 정상과 정상급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10월 20일과 21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3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한국의 첫 노벨상 수상 소식과 함께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한껏 높여준 아셈 회의가 열린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화, 신자유 주의를 반대하는 시위와 국제포럼들이 열렸다. 「안티 아셈」반(反)세계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의 진영은 「아셈 2000 민간 포럼」과 신자유주의 반대.민중생존권 쟁취 민중대회위원회와 투자협정 WTO 반대 국민행동의 두 가지.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가톨릭여성단체연대,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천주교대안경제 등 천주교 유관 단체들이 참여한 분야는 비판적 참여를 기조로 하는 민간 포럼으로 13개 분과 중 하나인 종교 분과에 참여했다.
종교분과에서 주최한 국제회의「세계화와 영성, 그 대안적 가치」(globalization and spirituality)는 「세계화」라는 이념과 현상이 민중들, 특히 제삼세계의 민중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고 서로 다른 종교적.영성적 전통들을 가진 종교 공동체들이 어떻게 그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했다. 나흘간 진행된 종교 분과 워크숍에서는 기조발제를 비롯해 「경제 세계화와 영성」「종교간의 대화와 평화」「세계화 여성 그리고 영성」등 3개 주제를 바탕으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고 아시아와 유럽의 구체적인 실천 사례들이 발표됐다.
아시아와 유럽의 10여개 국에서 온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16일 부터 19일까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한 뒤 「세계화와 영성, 통합적이고 실천적 영성을 지향하며」를 제목으로 한 최종 성명서를 발표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영성적 대안의 모색 의지를 표명했다. 참가자들은 성명에서 세계화는 신자유주의 경제적 전망을 명백히 드러낸다고 지적하고 이는 자본의 자유 이동, 인간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함이 없는 자유무역과 투자, 인간 위에 군림하는 자본의 지배, 무한 경쟁, 그리고 다국적.초국적 기업에 이익이 되는 규제 철폐와 민영화를 위한 구조 조정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명은 이러한 세계화가 종교적.영성적 전통들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특히 윤리 도덕적인 면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대부분의 종교 단체들이 예언자적인 비판에 참여하지 못했음을 반성했다.
참가자들은 세계화에 대한 대응의 첫 발걸음으로 종교간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종교간 대화를 통한 평화의 문화」건설에 매진해야 함을 강조했다. 성명은 기간 중 발표되고 논의된 바를 바탕으로 영성의 쇄신 필요성 을 절감하면서 세계화에 도전하는 영성은 보다 새로운 영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새 영성은 생명과 공동체 중심, 개방적이어야 하며 대안적 생활방식으로서 자발적 가난과 단순.소박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이미 교황청에서도 관련 문헌을 비롯해 여러 기회에 표명된 바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해 아메리카 특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문헌으로 발표한 「아메리카 교회」에서 경제 정의에 대해 강력하게 호소하고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극도의 이윤추구와 시장 경제가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소외시키며 따라서 세계화된 경제는 사회적 정의의 원칙에 따라서 점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98년 「아시아 경제 위기와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한 국제 포럼이 개최돼 IMF의 원인을 국내 문제에서만 찾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이념에 대한 비판을 토대로 한 대안 모색을 논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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