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불리워지는 노래는? 그것은 다름 아닌 생일 축하곡으로 부르는 「Happy Birthday To You」이다. 혀끝이 잘 돌지 않는 조막 만한 어린 아이도 엄마 아빠 생일날이면 어김없이 어깨짓을 해가며 이 영어 노래를 흥얼댄다. 그러면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축제는?
단연 「크리스마스」일 것이다. 한 해를 결산하는 12월로 접어들면 어느 나라든 거리에는 오색등이 켜진 커다란 트리들이 세워지고 작은 전등들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호!호!호!』하며 흰 수염을 날리는 산타클로스들이 거리마다 나서고 캐롤이 흐르는 가운데 구세군의 자선 남비들이 곳곳에 걸린다.
아무리 없는 살림이라도 이때만큼은 풍요로운 마음이 된다. 백화점마다 특별세일을 외치며 엄청난 물량의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너나 없이 모든 사람들이 사랑 하는 이들을 위해 조금은 무리를 해가며 선물을 장만한다. 오랫동안 못 만난 이들을 만나는 시기도 이때이다. 동창들을 만나고 거래처 직원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서 밤이 새도록 거리를 배회하기도 한다.
하느님의 외아들이 인류 구원을 위해 인간으로 오셨다는 기쁨이 성탄의 참 의미이다.『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임마누엘」은 바로 이러한 기쁨과 환희, 영광의 찬가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성탄절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축제이자 그 본래 의미에서 가장 멀리 벗어나 있는 축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의미와 가치들은 자주 상업성에 악용되곤 한다.
발렌타인 데이가 그러하고 수험생을 격려하기 위한 엿과 찹쌀떡이 그러하다. 성탄 하면 생각나는 산타클로스와 성탄 카드, 온갖 화려한 선물들, 캐롤들이 그러하다. 우리 사회에서 성탄절은 인간을 위해서 비천한 처지로 내려오신 하느님의 사랑을 상징하기보다는 그저 먹고 마시고 즐기는 화려하고 들뜬 연말과 송년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소비적인 축제로 전락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그러면 성탄절의 진정한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두 말 할 것 없이 성탄의 주인공은 '아기 예수님' 이다. 인간 구원을 위해 하느님은 인간 세상에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내려오셨 으며 이처럼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신 하느님의 모습이 바로 성탄의 참의미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성탄절은 그저 가볍고 흥겨운 축제에 지나지 않는 명절이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만약 예수 그리스도가 오늘날 우리 곁에 오신다면 어쩌면 버림받는 노인이나 부모 잃은 어린이, 일거리가 없어 거리를 배회 하는 실직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성탄에 대해 조사한 한 설문조사에서 크리스마스에 무슨 계획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4명 중 한 명 꼴로 "불우이웃을 돕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올해 성탄은 예년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썰렁하다. 그만큼 우리 곁에는 불우한 이웃들이 많아 보인다. 작은 정성이라도 이들을 생각하고 돕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그처럼 의미 있는 성탄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