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지렁이가 꼬물대고, 망둥이가 설쳐대고, 수백만마리의 찔룩이와 저어새가 끼룩거리는 생명의 땅 갯벌」. 먼 나라 이웃의 땅이 아니다.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해안, 독일 북해연안, 아마존강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한국의 서해안 새만금 갯벌이다. 바지락과 백합조개가 가득했던 이곳, 어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했던 황금어장 새만금. 지금 이곳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로 자연이, 그리고 사람들이 눈물짓고 있다.
여의도 140배 규모의 땅이 생긴다며 서해안 바다에 첫 삽을 뜬 지 10년째다. 부족한 땅을 넓히고 농지 마련으로 식량난을 해결하고 새로운 공업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장미빛 미래를 건설했건만 간척 사업을 시작한 이후 새만금 갯벌에서는 계속해서 적신호가 들어 오고 있다.
생태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다. 질퍽했던 그 갯벌은 서서히 뭍으로 변해 바지락은 숨쉴 곳이 없어졌고 갯벌과 습지를 찾던 철새들은 하나둘씩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 그리고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은 제2의 시화호를 낳을 것이란 조사결과도 나왔다. 또한 새롭게 조성된 농경지에서는 갯벌이 내는 자원가치를 따라갈 수 없다며 경제적인 효용성도 전혀 없다한다.
국책사업, 경제성을 떠나 자연이 무너지고 생명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자 주민들이, 종교인들이 그리고 환경단체가 새만금 사업을 반대 하고 나섰다. 9.6km만 쌓으면 세계최대의 길이인 33km의 방조제는 서해안 바다를 막아버린다. 주민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개발 공사를 처음부터 반대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만 이들은 더 늦기 전에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관계자들은 지금껏 들인 돈이 아까워 그만둘 수 없다지만 앞으로 수질개선을 위해 쏟아부어야 할 돈은 상상을 초월하며 미래세대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야 하기에 이 간척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외친다.
지형적인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척사업을 해야했던 네덜란드도 이제는 습지를 생태공원으로 만들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도 갯벌의 숨겨진 가치를 속속 발견하면서 무분별했던 개발을 후회하고 있다. 새만금을 찾은 세계의 환경운동가들은 『천혜의 땅 새만금은 전지구의 생태보존을 위해서 꼭 지켜져야 하며 간척사업을 후회하는 나라들의 전례를 답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새만금사업 즉각 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상임대표=문규현 신부) 중 주민대표인 신형록씨는 『인간의 무지로 이 지경까지 끌고와 하느님께 죄스럽다』며 『방조제가 무너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싸움이었기에 어떠한 반대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힘든 항해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민들의 땅, 한국의 땅만이 아닌 세계의 자원 새만금 갯벌은 경제적 가치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그러하기에 책상 위에서 연필 굴리며 계획하는 이 물막이 공사를 우리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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