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우 신부 수상소감
“교회권위의 학문억압 없어야”
제4회 가톨릭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와 함께 더 없이 큰 기쁨을 안겨 주신데 대해 먼저 이 학술상을 제정하게 한 고인의 유족들과 상을 주관하는 가톨릭신문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학술상 제정의 장본인인 양한모 선생의 영전에 겸손되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분은 벌써 생존시부터 저와 저희 연구소를 아껴주셨습니다. 수시로 연구소를 찾아주시고 저와 학문적인 대화를 나누었으며 저희 연구소를 재정적으로 돕기 위해 연구소 후원회장도 맡아 주셨습니다.
그는 학자로서 고독했던 것 같습니다. 저서 「신도, 그 하찮은 존재인가」를 발간했을때에도 출판기념회 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소에서 조촐하게 기념회를 마련해 축하해드린 기억이 납니다. 홍윤숙 여사는 부군의 이러한 학문적인 고독을 누구보다도 느끼시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홍여사는 18년전 제가 회갑을 맞았을 때 축하의 뜻으로 보내주신 헌시에서 저에게도 이런 고독이 있을 것으로 이해하고 위로해주셨습니다.
『이 땅에 주의 말씀 씨 뿌리고 피흘리고 꽃피운 역사, 묻히고 흩어 졌던 200년 교회사를 낱낱이 캐내고 구슬로 엮으니… 주여 보소서. 당신 종의 가시밭길, 고독과 희생의 수만날들을… 주여 따뜻이 굽어 보소서』그 기원이 오늘 실현됐습니다. 가톨릭신문사로 말하면 저와 연구소를 더할 수 없이 아껴주셨습니다. 한국교회사의 계몽과 교회사 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저와 연구소를 많이 키워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이 영광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이 상을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는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 뜻밖의 수상
저는 이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너무나 뜻밖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상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논문집이 심사 대상에 오른 것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마 이 상은 연구소에 주는 것이고 제가 그 대표로 받게 되는 것으로 말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상은 먼저 연구소에 당연히 주어졌어야 했을 것이라고.
아시다시피 오늘날 학문의 각 분야는 놀라울 정도로 분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연구 능력은 점점 한계를 느끼게 되고 따라서 이제는 점점 공동 연구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개인만이 아니고 연구 기관을, 아니 연구 기관을 더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부탁입니다. 부탁이 또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학술상을 통해 학문을 장려할 정도로 학문의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 선진국들에 비하면 그것은 아직 미흡한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아직 학문이 액세서리에 불과합니다. 즉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고 따라서 필요불가결의 것은 못된다고 생각됩니다.
두 가지 저술 준비
필수품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학문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즉 학문이 통하고 전문가가 통하는 그런 풍토의 조성이 시급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의 교도권이나 교회의 그 밖의 권위들이 학문에 간섭하고 학문을 억압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여건과 풍토 조성에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주실 것도 아울러 부탁드립니다.
이제 상을 받았으니 앞으로 저의 정신 건강이 허락되는 한 더욱 학문에 증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저는 특히 두 가지 저술을 끝내고 싶습니다. 하나는 세계 교회사의 개설서이고 또 하나는 우리 한국천주교회사의 통사입니다. 앞서도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교회사의 한 분야도 점점 분화 전문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2천년의 세계 교회사를 전문적으로 저술 한다는 것은 서구의 학자들에게도 불가능하거니와 아시아의 교회 사가들에게는 언어의 한계가 있어서 더욱 불가능한 일이고 따라서 개설서에 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개설서의 번역이 아니고 거기에 역주를 많이 붙이고 우리에게 더 관심이 있는 동부 아시아나 우리 교회사의 사실들을 첨가하여 보완해나갈 작정입니다.
한국천주교회사의 통사로 말하면 이미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은 2004년 즉 연구소 설립 40주년에 끝낼 예정입니다. 이것은 특히 연구소에 있는 원사료, 1차 사료들을 바탕으로 하여 기술될 것입니다. 이것을 끝낼 수 있도록 저의 건강을 기원해주시고 또한 이 책이 나오면 이 상을 또 주시 겠다는 약속으로 저의 용기를 북돋아 주십시오. 다시한번 시상 관계자와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이것으로써 저의 유언이 될지도 모를, 저의 솔직하고도 진심에서의 이 답사를 끝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축사
“업적 말할 필요 없는 국보”
최석우 신부님의 제4회 가톨릭학술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상을 제정하신 가톨릭신문과 학술상이 탄생하는데 밑거름이 되신 양한모 선생의 유족 홍윤숙 여사께도 축하를 드립니다.
최신부님과 저는 이미 어려서부터 친구로 지낸 사이입니다. 소신학교 동창생일 뿐만 아니라 일본 유학갈 때 함께 동행했고 학병도 함께 했습니다. 저는 교회사 분야에 깊은 조예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최신부님의 업적에 대해서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역사 연구는 그 사회의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알며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소명입니다. 한 사회와 국가가 밝은 미래를 열고 건설해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역사를 제대로 연구하고 조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가톨릭 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사 연구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고 미래를 설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사 연구가 교회 발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최신부님의 금경축 미사때에도 제가 축사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저는 최신부님을 「국보적인 존재」라고 불렀습니다. 그만큼 한국교회사 연구에 있어서 최신부님의 업적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최신부님에게도 큰 영예이지만 상을 제정해 주신 가톨릭신문사와 양한모 선생의 유족들에게도 매우 뜻 깊은 일입니다.
한국교회 최초의 학술상인 가톨릭학술상이 더욱 발전해 앞으로 더 큰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 이원순 박사 축사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한국교회사의 상징적 존재”
최석우 신부님의 업적은 먼저 교회 바깥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1982년 외솔상을 수상한데 이어 1986년에는 한국일보 출판제작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가톨릭학술상은 세번째 상이 됩니다. 사실 그동안 밖에서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정작 교회안에서 이런 기회가 없어 안타까움을 느끼던 차에 오늘 제4회 가톨릭학술상을 수상함으로써 이 안타까움을 풀 수 있었습니다.
최신부님은 한국교회사, 한국교회사연구소를 상징하는 분입니다. 모든 성직자가 높은 성덕과 학물을 지니고 있지만 최신부님은 교회사 연구를 위해 겸허하게 학문의 길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셨습니다. 같은 역사학도의 입장에서 동지적인 따스함을 느낍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당시 신구교를 막론하고 처음 세워진 연구소였습니다. 개인 연구자의 독자적인 작업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집체적인 연구를 위해 연구소의 필요성을 느끼고 설립한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교회사 연구의 핵심으로 연구 성과를 촉진했습니다.
430여종의 유인물이 연구소에서 발간됐고 이에 자극받아 개신교에서는 100주년을 기해 연구소와 연구회를 만들었습니다. 천주교횐에서도 오늘날 7개의 교회사 연구소가 설립됐으니 이 모두 최신부님의 교회사연구소 창립에 자극받은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물을 출간해 교회사, 문화의 지식 저변 확대에 기여했습니다. 따라서 한국교회사연구소는 단순한 일개 연구소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제 제3단꼐의 교회사 연구가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단계는 선교사가의 순교자 현양, 2단계는 일제시대와 해방 후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는, 즉 전 세계에 흔터져 있는 한국교회사 사료들을 수집해서 연구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었습니다. 최신부님은 특히 2단계 연구를 너무나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 오경환 신부 심사평 (인천 연수본당 주임·학술상 심사위원장)
“50년 학문 축적된 노작”
양한모 기념 가톨릭학술상 운영위원회가 제4회 가톨릭학술상 후보들의 저작을 예비 심사한 후, 조광 교수, 황경식 교수, 장동하 신부 그리고 본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 추천하여 보내준 연구 저작은 모두 4편이었습니다.
심사에 오른 각각의 저서가 모두 나름대로의 성과와 업적을 축적한 훌율한 저작들이라는 점에 대하여 심사위원들 사이에는 크게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학문적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볼 때에 최석우 신부의 논문집 「한국교회사의 탐구 Ⅲ」이 가톨릭학술상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저작이라고 판단했고, 제4회 수상작으로 만장일치로 의결하였습니다.
일생 동안 한국 가톨릭 교회사 연구의 외길을 걸어온 최석우 신부가 수품 5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이 저작은 회갑과 고희를 기해 발간했던 「한국교회사의 탐구 Ⅰ」과 「한국교회사의 탐구 Ⅱ」와 함께 50여년 동안의 학문적 무게를 느끼게 하는 역작입니다.
대부분 고희 이후에 집필된 논문들을 담고잇는 이번 논문집은 박해시대의 한국교회, 일제시대의 한국교회, 순교전통의 발견과 현양, 한국과 서양 등 4부분으로 나뉘어 묶여있는 23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의 기원문제, 병인양요와 조선 천주교회, 한국 천주교회사와 신축교안, 안중근의 의거와 교회의 반응, 일제의 식민정책과 항일운동, 성 김대건 신부에 대한 연구와 현양의 의의 등은 제 개인의 흥미를 더욱 자극하는 논문이기도 합니다.
한편 가톨릭학술상 1회부터 3회까지의 수상자가 모두 성직자였기 때문에, 또 다시 성직자를 수상자로 선정하는 것에 대하여 적지 않은 주저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우려 때문에 결코 이번 수상자인 최석우 신부의 평생 연구 업적을 과소 평가하거나 훼손할 수 없다고 저희 심사위원들은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며, 이에 따라 올해 제4회 가톨릭학술상 본상을 최석우 신부에게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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