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얼싸안고 뒤엉켜 한 핏줄임을 확인한 남과 북은 또 한번 이산가족들의 눈물에 젖어들었다.
이산가족들은 반세기만에 「어머니」,「아버지」,「형」,「언니」를 목놓아 부르며 이젠 한이 되어버린 이산의 상처를 달랬다. 주름진 얼굴과 하얗게 센 머리에 묻혀버린 반세기 아픔은 만남의 기쁨 속에 눈물과 함께 녹아 내렸다. 반세기를 기다려 온 만남의 현장에서 이루어진 한 형제의 길을 되찾는 길지 않은 시간, 반 백년 응어리진 한이 녹아 내리는 소리가 메아리 쳤다.
⊙…북한 가톨릭신자로는 최초로 남쪽 땅을 밟는 북측 방문단 단장 장재언(사무엘) 위원장을 따뜻하게 맞이하려는 교회의 노력도 곳곳에 숨어 있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등 한국교회 관계자들은 방남단이 도착하기 훨씬 전인 아침부터 「환영 이산가족상봉」, 「환영 조선 카톨릭교 장재언 위원장」이라고 쓴 피킷을 준비해 나와 장단장이 공항 청사를 나서자 포옹과 함께 따뜻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또, 서울 평협 민족화해특별위원회 윤갑구 위원장 등은 방남단이 북한으로 돌아갈 때도 공항에 배웅을 나와 끈끈한 동포의 정을 전했다. 남측 교회 인사들은 장 단장을 위해 의약품 등 정성어린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으나 끝내 전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6·25때 의용군으로 간 남동생 박균호(66)씨를 50년만에 만난 균련(마리아·70)씨는 『죽었다고 제사까지 지낸 동생을 만나게 돼 꿈만 같고 너무 반가워 눈물이 계속 나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며 『동생과 통일의 그날에 다시 만나자고 굳게 약속했다』고 아쉬움을 표시. 북에서 온 오빠 안종국(70)씨와 상봉한 종순(데레사·63)씨는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리고 빨리 통일이 앞당겨졌으면 좋겠다』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셔서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쟁통에 혈혈단신으로 월남한 김형일(요셉,69)씨는 반세기만에 북한을 방문, 여동생 봉성(67)씨와 조카 행성(57)씨를 만났다. 며칠 안에 다시 만나자던 약속을 50년만에 이루고 감격적으로 재회한 김씨는 『동생을 보는 순간 너무나 죄스러운 마음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면서 『아쉬움만 안고 돌아온 만남이었지만 열심히 생활하며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고 싶다』며 통일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기도. 또 막내 누나 곽순덕(71)씨와 큰조카 등을 상봉 하고 돌아온 곽동춘(다비오.69)씨는 『1.4후퇴 당시 만삭이었던 형님 부부와 부모님을 남겨두고 떠나왔던 것이 못내 한으로 남았다』면서 『모두 돌아가신 지금, 앞으로 그분들을 위해 기도 드리면서 살고 싶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신자로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을 이끌고 북한을 찾았던 봉두완 (다위·65) 단장은 2차 상봉과 관련해 『남북의 단장이 신자였다는 점은 2000년 대희년에 하느님이 내려주신 크나큰 은총이었다』고 밝히고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을 하나로 이어 화해와 협력, 그리고 사랑의 공동체를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해도 수안이 고향인 봉 단장은 10월30일 평양으로 출발하기 앞서 북한 방문의 감격과 염원을 담아 자작시를 짓기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의 제도화를 위해 남북 양측이 끈기있게 대화하고 타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한 봉 단장은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면회소 설치가 당면 과제라며 신자들의 기도와 성원을 당부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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