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 같이 웃으면서「와이키키」』
『와이키키』
『하하하…』
『뻘쭘하구먼(쑥스럽구만)』
『뻘쭘하지요? 그렇지만 성령께서 함께하시고 평신도 선교사들이 동행하니까 힘이될 것입니다』
『자, 구호를 외치고 출발할까요!』
『나가자! 선교하자!』
『나가자! 선교하자!』
신부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손에 손에 선교책자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를 들고 어깨에는 띠를 둘렀다. 10년 가까이 드나들던 신학교 정문이지만 오늘따라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늘 마주치던 주민들의 시선도 조금은 부담스럽다. 10월 25일 오후 2시, 대구대교구 새 사제 14명이 거리선교 체험에 나서는 길이다. 지난 6월 서품된 신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사제학교」프로그램의 일환이다. 10년 가까이 배우고 익힌 것을 체험하고 실습하는 셈이다.
『개신교 신학교나 불교 승가대학에선 교과목에 선교실습을 편성하고 학점으로 처리한다. 반면 우리는 실습 기회가 전무한 상태다. 아마도 새 신부님들에게 선교 현장 감각을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천주교가두선교단 이판석 신부가 말하는 거리선교 체험의 의미다. 신학교 주변 시장통, 은행과 버스 승강장 앞 등 손님(?)이 많이 오가는 3곳에 전을 폈다. 「거리신앙 상담소」를 설치한 것.
간이 탁자를 펴고 현수막도 내걸었다. 시원한 음료수랑 달콤한 사탕으로 상도 차렸다. 선교책자도 쌓아놓았다.
이제부터 예수님을 팔아야(?) 할 차례.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손님들은 바삐 오가는데 얼른 다가갈 수가 없다. 때를 놓칠새라 노련한 평신도 선교사가 상냥한 미소로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성당에서 나왔습니다…』
선교사들이 손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자 엉거주춤 다가선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공부한 건 많은데 막상 꺼집어내자니 쉽지않다. 입안에서만 맴돌뿐….
『혹시, 신앙이 있습니까?…』
선교사들의 거침없는 대화를 지켜보면서 세삼 경험의 중요성을 체감한다. 불특정 시민과의 대화기법, 얼굴표정, 자세를 배웠다. 자기소개서를 받아적고 다시 확인하는 꼼꼼함도 필요했다. 10여년 쌓은 기본이 있어서 일까? 10~20분이 지나자 자립(?)하는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재빨리 달려가 부드럽게 접근하는 모습, 웃음을 잃지않고 신호등까지 따라가 배웅하는 모습, 진지 하게 상담에 응하는 모습 등이 시작할 때와는 판이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새로웠다. 로만칼라를 착용한 신부들이 길거리서 선교한다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지나가던 신자들도 뜻밖의 광경에 놀라고 뿌듯해하며 인사를 잊지않았다. 1시간 남짓 「예수님을 판」대가로 130여장의 자기소개서를 받았다. 통계에 의하면 이중 10% 즉 13명 정도는 입교한다고. 적지 않은 성과다.
신부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시민들의 종교에 대한 반감이나 무분별한 선교에 대한 반감이 가져다 줄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좋은 경험이었다」는데는 대체로 일치했다. 사목일선에 나서는 새 사제로서, 21세기 선교를 주도하는 지도자의 입장에서 이날 체험은 의미있는 「통과의례」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