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대림절이 되면 판공성사표를 받으려는 신자들로 본당사무실은 북새통을 이룬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몇해전만 하더라도 성사표 배부를 위한 이 행렬은 또한 교무금 책정을 위한 행렬이기도 했다. 본당신부와 면담을 통해 내년도 교무금을 책정하고 본당 달력 하나를 받아 나오는 것이 대림절 풍속도로 자리잡을 정도로 흔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는 사제나 신자나 마치 「흥정」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않은 불편한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사제는 교무금 책정을 본당 재무평의회에 맡겨두고 성사집행에만 전념하기도 하고 갈수록 이러한 본당들이 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교무금 책정과 관련한 자리는 아무리 교회운영을 위한 일이긴 하지만 돈이 개입되는 일인 만큼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함은 재물의 있고 없음보다 마음의 문제이며 특히 교무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까닭이다.
교무금이란
교무금은 구약의 십일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교회유지를 위해 신자들이 의무적으로 교회에 바치는 헌금이며 가정 단위로 책정된다. 현행 교회법은 「신자들은 하느님 경배, 사도직과 애덕의 사업 및 교역자들의 합당한 생활비에 필요한 것을 구비하도록 교회의 필요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222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교무금에 대한 의무는 쉬는 신자나 열심한 신자의 구별없이 모든 신자에게 부여된 의무다. 교무금 책정과 관련해 개신교에서는 구약의 십일조 정신을 아직도 강조하고 있지만 가톨릭교회는 십일조의 규정보다는 정신을 강조하여 교구나 본당에서 임의로 책정하고 있다.
어디에 사용
본당예산은 교무금, 주일헌금, 기타 헌금에 의해서 세워지는데 이의 사용은 본당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있다. 본당의 기능은 첫째 전교활동이며 둘째 성사생활, 셋째는 사랑의 실천에 있다. 따라서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신자들은 재정적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하고 여기에서 교무금의 사용처가 분명해 진다.
교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하느님 말씀의 선포에 있으므로 선교 사업에 본당 예산이 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선교책자 제작 배포, 선교활동비, 교리반 시설 현대화, 교리교육을 위한 교재와 기자재 구입 등 선교활동과 관련된 비용이 예산의 중심이 돼야한다는 것은 교회의 사명이 선교에 있다는 것을 볼때 의심할 수 없는 명제이다.
선교사업에 이어 본당은 전례생활의 중심지로서 전례를 통해 하느님께 사랑과 충성을 드리므로 전례 집전에 있어서 이에 걸맞는 거룩한 분위기를 위해 재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본당은 하느님 사랑의 도구라는 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당에서는 소외된 불우한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연유에서 교회 교도권은 적어도 본당예산의 10분의 1은 사회복지기금으로 사용하길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본당마다 처한 상황과 경제적 형편이 달라 교무금의 사용도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어떤 처지에서도 교무금사용은 교회의 존재 이유에 합당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연체 부담
교무금이 비록 교회 유지를 위한 의무이지만 교무금을 낼 수 없어 신앙생활을 그만두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갑작스런 수입의 감소나 가정 형편의 변화로 책정한 교무금을 낼 수 없어 고민하다 아예 냉담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교무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신자들의 형편이 어려울 때는 교무금을 바칠 의무에서 면제된다.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한 밀린 교무금이나 책정액의 삭감은 본당 신부나 사목회와의 면담을 통해 삭감 또는 면제 받을 수 있다. 만약 교무금에 부담을 느껴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체면때문에 혼자 고민하다 결국 교회를 떠나는 것은 성숙된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가 봉헌하는것은 재물이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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