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김치가 아니라 십시일반으로 나눈 사랑입니다』동대문본당(주임=강대호 신부) 사랑의 군단이 일을 벌였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마음까지 차가워진 때 본당 신자들이 따끈한 사랑의 김장을 담궜다. 홀로 사는 노인들의 겨울나기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힘을 모은 것이다.
지난해 가정방문을 하면서 생각보다 어렵게 사는 본당 가족들을 보고서 이숙자 원장수녀가 어떻게 그들을 도울까 고민하다가 김장을 담궈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일손이 많이 가야하고 일을 벌이기 쉽지 않기 때문에 본당 신자들에게 슬쩍 제안을 하자 모두가 기꺼운 마음으로 각자의 정성을 내놓았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돈을 보태고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은 배추를 뽑아오는 등 많은 신자들이 함께 했다. 이수녀의 지휘로 진행된 김장담그기 첫날은 배추를 사러갔다. 가락시장이 아니라 충청도 둔포 배추밭에 가서 직접 배추를 뽑아왔다.
이 또한 혼자 농사짓는 노인이 키운 배추를 사기 위해서다. 둘째날은 구역장, 반장, 레지오 단원 등 아줌마 부대가 총동원돼 무 썰고 마늘 빻고 채소 다듬고 양념 준비 완료.오전부터 시작한 일이 밤 12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피곤도 잊은 채 나누는데 흥이 난 신자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일은 주임신부의 몫. 틈틈이 식당을 둘러보고 간식거리를 댔다.
숨 죽인 배추를 양념하는 셋째날, 이른 아침부터 신자들이 하나둘씩 모여 자신의 일을 찾았다. 벌겋게 양념된 겉저리를 배추 속에 하나씩 둘씩 넣어가며 사랑도 함께 담았다. 50여명의 신자들이 사흘동안 힘 모으고 사랑으로 담근 김치는 자그마치 1000포기. 이렇게 담근 김치는 반장들이 100여 가구를 직접 방문하며 배달했다.
지난해 김치를 나누면서 정말 기뻤다는 배옥희(메틸다)씨는 『피곤한 마음보다는 도울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며 『또한 다같이 모여서 김장을 담근 덕분에 잘 몰랐던 이웃 신자들과 우애까지 돈독해졌다』고 한다. 이수녀는 『모두들 힘든 기색없이 즐겁게 일해줘 너무 감사하다』며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나누는 이도 받는 이도 다함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천명을 먹이신 기적은 멀리있지 않았다. 오늘 내 이웃에게 나눈 이 김치야말로 바로 나눔으로 실천한 사랑의 기적이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