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신자들이 어려운 본당 살림살이에 도움을 주고자 적극 나서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마산교구 수산본당(주임=이상원 신부.사진 왼쪽 첫번째) 신자들은 어려운 농촌 본당 재정에 보태기 위해 올해 초 심은 김장용 채소를 수확, 판매에 나섰다. 수산본당은 주일미사 참례자 수가 주일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150여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본당. 본당운영 경비 마련에 애써는 주임신부 모습에 안타까워 하던 본당 신자 들은 『경작하지 않는 땅을 빌려줄테니 채소를 심으면 어떨까』라는 한 신자의 제안에 적극 호응, 김장용 채소를 심게됐다.
구슬땀을 흘리며 경작한 채소들이 이젠 영글어 신자들에게 수확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바쁜 농촌생활에 잠시도 틈을 내기 어려웠던 신자들이지만 「조그마한 희생으로 큰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700여평의 밭에서 수확한 배추와 무를 판매하면 500만원 가량 수익이 예상된다. 이 돈을 본당 살림살이에 보태고, 지난 여름 폭풍으로 피해를 입은 이웃도 돕고, 수녀원 건립 성금 으로도 내놓으려 한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꼭 필요한 곳에 나눠 쓰는 것도 그 나름대로 보람된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신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아는 처지에 본당이 어렵다고 교무금이나 주일헌금을 많이 내라고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자들 스스로 채소를 심어 본당 재정에 보태 겠다고 제의해와 그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이상원 신부는 『본당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그들의 마음이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깊은 주인 의식을 가진 신자들도 흔치 않을 것』이라고 대견스러워 했다. 신자들은 『누구보다도 신부님이 열심히 일하셨다』며 『서툰 솜씨지만 직접 나서서 쟁기질도 하고 거름도 주는 모습에 뒤에서 구경만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자기들이 저질러(?) 놓은 일에 주임 신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잠시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는 얘기. 신자들이 정성들여 가꾼 김장 채소들은 무공해. 해충도 약을 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잡았다. 신자들의 땀과 정성이 밴 채소라서 그런지 맛도 좋고 크기도 하고 색깔도 곱다. 품질이 좋아서 팔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다.
수산본당 신자들은 이 일이 끝나면 본당에 도움을 줄 또 다른 일을 찾아볼 생각이다. 「우리 본당을 우리가 꾸려가자」라며 열심히 채소를 수확하고 있는 수산본당 신자들. 그들은 「본당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진정 누구여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는 듯 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인간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라며 굵은 땀방울을 훔쳐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건강한 신앙인의 깊은 신심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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