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신 거룩한 영령들의 보금자리입니다. 크신 뜻 기리오니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경기도 용인 천주교 묘지내 참사랑묘역 입구에는 이같은 문구가 쓰여진 현판이 걸려있다. 참사랑묘역은 가톨릭대 의대가 시신기증자들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 지난 97년 마련한 납골묘지다. 지는 낙엽과 사그러져 가는 자연이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절. 11월 2일 위령의 날에 이곳 참사랑 묘역에서도 고인들의 뜻을 되새기게 하는 위령미사가 유가족, 의대생, 교직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봉헌됐다. 이날 봉안된 80기의 유해는 20기씩 한 봉분에 묻혔다. 죽어서까지 사랑의 삶을 남긴 이들은 땅 한 평 차지하지 않고 떠났다. 97년부터 지금까지 참사랑묘역에 모셔진 유해는 모두 400기.
『여기 계신 분들은 마지막까지 제 몸을 바쳐 참다운 사랑과 헌신의 의미를 우리에게 남겨주신 분들입니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사람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성서말씀처럼 죽음을 통해서 모든 이에게 생명을 주고 밑거름이 되어 떠나신 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립니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장덕필 신부(가톨릭중앙의료원장)는 고인들의 뜻을 받들어 가난한 이들에게 의술을 펴는 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유가족들은 이별의 슬픔에 울음을 토해냈지만 고인의 삶과 죽음에 담겨진 의미를 잊지 않았다.
3년전 암으로 투병하다 시신을 기증한 고 성치현(안드레아)씨의 아들 현수씨는 『아버지께서는 늘 「지금은 시신기증이나 화장을 꺼리는 분위기이지만 언젠가는 많은 이들이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 하셨다』며 『아버지의 뜻을 따라 나도 시신을 기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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