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6일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피선 20주년이다. 피선 후 동구권과 구 소련을 포함한 공산권의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사의 변혁을 이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그는 이제 제삼천년기를 여는 2천년 대희년을 기점으로 참된 평화와 사랑, 그리고 생명이 넘치는 새로운 사랑의 문화, 생명의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오늘도 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는 교황으로서 재위 20년 동안 인류의 모든 비극과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의 문턱」을 넘어 그리스도 안의 참된 평화와 사랑이 세상에 넘치도록 기도하고 있다. 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피선 2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사상, 업적과 가르침을 알아본다.
1978년 10월 16일 오후 6시18분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 앞 광장에 모인 수많은 인파는 시스틴 성당의 굴뚝 위로 솟아오르는 흰색 연기를 보고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즉위 한 달이 채 못돼 서거한 전임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뒤를 이을 새 교황이 탄생한 것이다.
455년 만에 비이탈리아인, 그것도 공산치하의 폴란드 출신 캐롤 보이티야 추기경이 요한 바오로 2세라는 이름으로 제264대 교황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듬해 자신의 고국이자 공산국가인 폴란드를 사상 처음으로 방문하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89년 12월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와의 세기적 만남을 이룸으로써 세계를 양분했던 동서냉전의 종식을 앞당기는 초석을 놓았다.
그 후 다시 10년이 흐른 오늘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새로운 천년의 문을 여는 시점에서 즉위 20주년을 맞았다.
교황은 즉위 20주년이 되는 10월16일 별다른 대형 행사를 갖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 베드로 광장에 붙어있는 그의 숙소 아래에서 한편의 영화와 뮤지컬 공연될 것이고 고향에서 수천명의 폴란드인들이 로마로 와서 폴란드 민속 노래를 불러줄 것이다. 또 18일에는 피선 2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를 자신이 직접 봉헌할 예정이다.
전세계 10억 가톨릭신자를 이끄는 교황의 피선 기념 행사로는 약소하다. 하지만 교황은 20주년을 자신의 방식대로 거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은 10월 중순 발표될 예정인 새 회칙 「신앙과 이성」이다. 교황은 이 회칙을 통해 인간 이성에 대한 맹목적 신뢰가 무너진 현대 세계에서 참된 지성과 믿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가르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천년 대희년을 넘어서 제3천년기를 향한 끝없는 구상을 하고 있다.
요아킨 나바로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은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나 미래를 향한 끊임없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교황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미래를 향한 구상은 대개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번째는 「종교간 대화와 그리스도교 일치」에 대한 관심이다. 교황은 내년에 루마니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 방문은 가톨릭과 동방교회간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이며 모스크바까지 여정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황은 또 아브라함의 탄생지, 오늘날 이라크 땅과 그 외의 다른 성지 방문도 희망하고 있다. 2천년 대희년을 기한 예루살렘 방문과 함께 교황은 시나이, 이집트 땅의 성지에서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지도자들을 만나고 싶어한다.
두 번째는 「인권」 문제이다. 여기에서 인권은 단지 정치적인 개념에 그치지 않는다. 교황이 인권 문제를 논할 때에는 생명의 가치와 인간 존엄성, 가정의 소중함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교황은 낙태, 안락사, 유전자 실험의 비인간성과 인간 존엄성의 파괴를 지적한다. 인위적 인구 조절 프로그램이나 동성간의 결합에 대한 법적 인정과 같이 가족의 가치를 훼손하는 오류에 대해서도 비난한다.
이러한 윤리적 문제들은 유엔을 포함한 각종 국제회의에서도 심각하게 논의돼왔다. 20세기 초에는 맑시즘과 같은 정치이데올로기가 인권의 수호자로 자처했지만 이제는 보편적 인권의 최고 수호자는 교황이라는 주장이 인정되고 있다.
세 번째 영역은 「문화와 신앙의 대화」이다. 교황의 새 회칙「신앙과 이성」은 아마도 도덕적 진리에 관한 이전의 회칙 「진리의 광채」를 발전시킨 것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교황은 단지 윤리적 원칙들을 규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선과 악」, 진리와 도덕에 대한 현대인의 태도를 깊이있게 분석하고 그 뿌리를 밝혀낼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노령과 병마로 인한 교황의 건강 문제에 대해 근심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자신의 소명을 실현하는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 행동하는 교황, 지구 28바퀴 거리 해외순방
191개국 중 119개국 방문
회칙 12개 등 가장 많은 문헌 발표
현 추기경 대주교 주교 10분의 9 임명
행동하는 교황으로서 요한 바오로 2세의 면모는 그가 즉위 후 20년 동안 나선 해외 순방길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총 84회의 해외순방 총연장거리는 무려 112만km, 지구를 28바퀴 돌 수 있는 거리이며 전세계 191개국 중 119국을 방문했다. 그중에는 두 차례의 한국 방문도 포함된다.
그외에 교황의 20년 동안 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회칙 12개, 교황령 9개, 교황권고 9개, 교황교서 31개 등 역대 교황 중 가장 많은 문헌 발표.
▲ 280명 시성, 804명 시복식 거행
▲ 추기경 160명 임명. 현재 교황 선거권을 가진 115명 중 101명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임명한 추기경.
▲ 현재 전세계 주교, 대주교, 추기경 중 10분의 9를 임명.
▲ 1566년 이래 처음으로 보편 교회를 위한 공적 교리서인 「가톨릭 교회 교리서」반포.
▲ 1983년 라틴교회에 대한 새 교회법, 1990년 동방교회를 위한 새 교회법 반포.
▲ 61개국과 새로 외교관계 수립. 그 중에는 미국, 멕시코, 이스라엘이 포함되며 구 소련 지역의 국가들과도 오랫동안 중단됐던 관계를 회복했다.
▲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넷에 등장한 첫 교황.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연표
▶ 1920. 5. 18 : 폴란드 바도비체(wadowice)에서 출생. 본명은 카롤 요제프 보이티야(Karol Josef Wojtyla)
▶ 1945. 11. 1: 사제 서품
▶ 1946 - 1948 : 로마 안젤리쿰(Angelicum) 대학교에서 윤리신학연구
▶ 1984. 5 : 귀국. 니에고비츠(Niegowic) 주임사제
▶ 1984. 12. 16 : 야겔로니카 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 받음
▶ 1949. - 1951 : 크라크프 성 폴로니안(St. Florian)성당의 주임사제
▶ 1953. 10 : 크라코프 신학교에서 사회윤리학 및 신학원론 강의
▶ 1956 : 루블린 대학교 윤리학 정교수
▶ 1958. 7. 4 : 크라코프 보좌주교(Ombi의 명의 주교)
▶ 1958. 9. 28 : 주교 서품
▶ 1962 - 1965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참가
▶ 1963. 12. 30 : 크라코프 대교구장.
▶ 1964. 1. 13 : 대주교 서품.
▶ 1967. 6. 26 : 추기경 서임
▶ 1969, 10 : 폴란드 주교회의 부의장
▶ 1978. 10. 16 : 교황으로 피선
▶ 1978. 10. 22 : 제264대 교황으로 즉위
▶ 1979. 6. : 폴란드 첫 방문
▶ 1981. 5. 13 : 베드로 광장에서 피격, 두 번의 대수술과 93일간 입원
▶ 1983. 1. 25 : 새 교회법 공포
▶ 1984. 5 : 한국 첫 방문
▶ 1989. 10 : 한국 두 번째 방문(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
▶ 1989. 12 :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만남
▶ 1992. 7: 소장 종양, 담석 제거 수술
▶ 1992. 11. 16 : 새 교리서 공포.
▶ 1994. 4. 28 : 숙소에서 실족, 골절상 입고 수술
▶ 1994. 11. 14: 「제3천년기」 발표.
▶ 1996. 11. 10 : 사제서품 50주년
▶ 1998. 2. 8 : 공산국가 쿠바 방문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