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맺은 인연은 남다르다. 르완다와 과테말라 주재 교황대사 시절 교황 방문이 이루어져 두 번이나 대사관에서 직접 교황을 영접하는 기회를 가졌다.
모란디니 대주교는 신앙인으로서. 교회에 헌신한 고위 성직자로서, 그리고 교황과의 개인적ㆍ인간적 교분을 통해서도 교황을 「거룩한 아버지(the Holy Father)」로 부른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0월16일 피선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금세기 교황 중 가장 재위기간이 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재위 20주년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겠는지요.
▶ 누구나 잘 알고 있겠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생애는 그야말로 인류와 교회를 위한 헌신적 봉사의 삶이었습니다. 이는 그분이 재위 기간 동안 가장 많은 국가를 사목 방문했다는데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20년 동안 전세계를 누비며 인류의 구원과 평화를 위해 봉사하셨습니다. 그분이 아직 방문하지 않은 곳은 팔레스타인 지역과 러시아, 중국과 북한 정도입니다.
▷ 말씀하셨듯이 교황은 그 열정적인 사목순방으로 「행동하는 교황」으로 불리고 생명을 위한 단호한 가르침으로 「생명의 수호자」, 그리고 끝없는 분쟁의 인류 역사 안에서 평화를 위해 싸우는 「평화의 건설자」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대사님께서는 어떤 이름으로 교황을 부르고 싶습니까.
▶ 누구나 자신의 가슴 속에 교황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요. 말씀하신 호칭들을 포함해 타종교인들에게는 「대화의 교황」으로 불릴 것이고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정의와 인권의 옹호자」로 부르겠지요.
주님이 직접 세우신 대리인
제게는 무엇보다도 「거룩한 아버지」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저에게 그분은 바로 하느님이 교회에 맡겨주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은 이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말씀하셨지요. 모든 형제들에게 교황은 바로 신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교황」은 교회가 만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직접 당신의 대리인으로 세우셨다는 것입니다.
한국적 전통에서도 한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위치는 가족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지요.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든 교회 구성원의 아버지, 거룩한 아버지로서 교황을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지요.
▷ 대사님께서는 교황님과 많은 개인적 교분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르완다(90), 과테말라(96)에서의 두 차례에 걸쳐 교황의 방문을 받아 영접하는 은총을 가진 바 있지요. 그 외에는 로마에서의 알현을 통해 뵙곤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7월7일 알현했지요ㆍ개인적으로 만나 대화하는 경험을 통해서 「거룩한 아버지」라는 칭호는 제게 더욱 절실한 의미가 됐습니다.
교황 기도하는 모습 보면 감동
누구나 심문이나 TV등을 통해 교황의 기도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하지만 저는 그분이 기도할 때마다 감동을 받습니다. 그분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룬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러한 영적인 일치가 곧 사도적 삶으로 이어져 모든 인류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분으로 헌신하고 계신다고 할 수 있지요.
젊은이들에 함께 교회건설 호소
교황님은 특별히 젊은이들에게서 미래를 봅니다. 그들을 부르며 힘을 북돋아 함께 교회를 건설해 나가자고 호소하십니다.
▷ 이미 잘 알려진 것이지만 교황님께서는 특별히 한국 교회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위기 극복위해 기도
▶ 물론입니다. 두 차례의 방한은 교황님께 큰 감동이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하게 그리스도교 정신이 구현되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십니다. 그 때문에 교황님은 한국과 한국 교회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계십니다.
한국과 관련해 교황님의 또 다른 근심은 분단 상황입니다. 특히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에 대한 큰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그래서 세 번씩이나 교황청 대표단을 보내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난 7월에도 대표단을 보내 지원하면서 종교자유의 확대도 요청했습니다.
남한도 물론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을 교황님께서는 잘 알고 계십니다. 그 때문에 특별히 북한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하루 빨리 남과 북이 하나가 되도록 주님께 청하고 계십니다.
▷ 교황님의 건강은 어떠신지요.
▶ 올해 78세로 연세가 높으시지만 그것이 세상과 인류를 위한 봉사를 멈추게 하지는 못합니다. 20년 동안 세계를 누비시면서 한 차례도 제대로 쉬지 못하셨고 여러 번에 걸친 암살 기도와 병환으로 고생도 많이 하셨지요. 그러니 편찮으신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육신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신적, 정신적으로 완벽한 건강을 유지하고 계십니다. 여기에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선택하신 그분과 언제나 함께 계시면서 도와주심을 보게 됩니다.
▷ 주한교황대사로 부임하신지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활동하신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 외교관으로서 33년 동안 세계 여러 곳을 다녔지만 아시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게는 큰 은총이며 선물입니다. 문화적, 영신적, 종교적, 교회적인 면에서 비어 있던 공간을 한국에서의 생활을 통해 채울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부임하자마자 한국은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의 도덕적ㆍ영신적 풍요함은 이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으며 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머물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 몽골교회 첫 사제서품 집전한 모란디니 대주교 특별 요청
“또 다른 이웃, 몽골교회 적극적 관심과 지원 절실”
대전 이준화 신부ㆍ샬트르 성바오로 수녀 파견
농업 진흥ㆍ어린이 교육에 헌신적
몽골주재 교황대사를 겸하고 있는 모란디니 대주교는 최근 몽골을 방문하고 최초로 사제서품식을 거행했다. 복음화가 시작된 지 이제 5∼6년이 지난 몽골은 한국교회의 또 다른 이웃이다. 모란디니 대주교는 이미 한국에서도 몇 명의 선교사가 파견돼 있는 몽골의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모란디니 대주교가 9월11일부터 18일까지 몽골을 방문, 울란바토르에서 콩고 출신 피에르 카세우나마(Pierre Kaseunama) 부제의 사제서품식을 거행함으로써 몽골의 첫 사제가 탄생했다.
모란디니 대주교의 현지 방문은 지난해 부임 후 인사차 가진 예방과 올해 4월 부제서품에 이어 세번째이다.
원래 몽골 복음화는 지난 1922년 처음 시도됐다. 하지만 정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선교사의 진출이 어려웠고 그 후 공산 치하를 거쳐 92년에야 처음으로 교황청과 외교관계가 시작됐고 몽골정부의 초청으로 몇 명의 선교사들이 정식으로 파견됐다.
선교사가 입국한지 6년, 몽골교회의 복음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그동안 77명이 세례를 받았고 20명이 예비자교리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에서 수녀들이 파견돼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고 대전교구 이준화 신부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농민들을 위한 농업진흥본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진출해 버려지는 아이들을 위한 활동에 협력할 예정으로 특히 직업교육센터 등을 통해 성장한 청소년들의 직업 교육에 힘쓸 계획이다. 예수회에서도 성직자를 파견해 현지 고등학교와 대학교 교육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을 갖고 있다.
모란디니 대주교는 몽골인들이 그리스도교에 대해 호기심과 함께 큰 호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 관리들도 마찬가지로 가톨릭교회가 선교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몫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울란바토르 「러시아 문화센터」에서 거행된 이번 서품식에도 정부 고위 관리들을 비롯해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몽골교회를 책임지고 있는 벤체슬라오 파딜라 신부는 지난 봄 주교대의원 회의 아시아 특별총회에 참석하고 교황을 알현했다.
모란디니 대주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몽골교회는 한국의 또 다른 이웃』이라며 『신앙적 활력이 넘치는 한국교회가 몽골의 복음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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