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국제 토론회
IMF체제 아래 홈리스(무주택자)가 양산되고 이로 인해 서민들의 생활이 피폐화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주거권을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이기우 신부)가 한국도시연구소(소장=하성규)와 공동으로 11월 6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IMF시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국제토론회」에서는 국민들의 주거권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제적 노력과 한국 사회의 과제」를 주제로 각계 전문가를 비롯해 관계자 등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특히 민간단체가 추진 중인 주거 기본법 시안이 제출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날 법제처 정태용 법제관이 발표한 주거권 시안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경제적 부담으로… 적절한 주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제2조)」고 밝혀「주거권」의 개념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선언적 의미에서 주거권을 정책적 이념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키르티샤아 국제주거연합(HIC:Habitat lntemational Coalition) 총재와 스코트 레키 「철거 및 주거권센터(COHRE:Center On Housing Rightand Eviction)」대표 등 저명 해외 인권운동가들이 발표자로 나서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주거권 보장을 역설하기도 했다.
키르티 샤아 총재는「세계의 주거권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철거가 비록 합법적 행위라 하더라도 피해자는 모든 것을 잃게 되니만큼 보편적 인권에 어긋난다』고 강조하고『주거권 실현은 전 사회의 책임이지 한 기관이나 단체가 짊어질 책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문제를 외화시키기보다는 내면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먼저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주거권을 기본적 인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대 조성을 역설했다. 이어「보편적 권리로서의 주거」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스코트 레키 대표는『주거권이란 단지 물리적인 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생활과 건강, 존엄성, 가족, 삶 자체를 지켜주는 것을 말한다』며『한국에서의 주거기본법 제정은 주거권 실현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날 행사에 앞서 김수환 추기경은 축사를 통해 『「적절한 주거」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라는 점을 인식해줄 것』을 당부하고『가난한 이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되는 주거기본법이 입법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밝혔다.
◆빈민사목위 국제토론회 해설
부끄러운 국내 복지정책 ‘자성’ 의 계기
『집없는 사람에겐 애국심도 기대하지 말라』 주거권이 국가존립의 기초임을 대변해주는 경구(警句)가 무색하도록 IMF 이후 주거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이기우 신부) 등의 주최로 열린「IMF시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국제토론회」는 주거권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우리의 풍토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번 국제토론회는 주거자원 배분의 형평성을 고려하는 주거기준 지표조차 없는 단면을 드러냄으로써 선진국 진입을 자임하던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부끄러운 현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ㆍ 주거권과 관련해서는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도 유엔 세계주거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해 주거권이야말로 인간의 기본 권리임을 강력하게 천명한 바 있을 정도로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유엔이 정한 세계 무주택자의 해였던 지난 1987년 전세계 가톨릭신자들에게 보낸 회칙「사회적 관심」의 제17항과 18항에서 주택의 위기와 실업의 위기는 대표적인 사회악의 결과라고 천명하며『이같은 현상은 그 사회가 경제적으로는 물론이요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병든 징표입니다. 주택난이 해결되지 못하는 사회는 인간의 발전이 이룩되지 못한 사회』라고 가르친 바 있다.
주거문제에 있어 최저ㆍ 유도ㆍ희망 주거기준 등으로 세분화해 정책을 펴나가고 있는 선진국의 상황에 비춰 주거권의 개념조차 서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날 토론회에서조차 주거권이 헌법적 권리로 명시돼야 하는지 아니면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지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국제토론회는 오후 6시 15분 국회 후생관에서 있은「주거기본법 입법추진위원회 결성식 및 리셉션」으로 이어져 향후 기본적 인권으로서 주거권 보장의 필요성을 알리고 보장을 촉구하는 기틀을 새롭게 마련하게 됐다.
한편 주거권과 관련해 1948년 제정된 세계인권선언이 주거의 권리를 기본적 인권으로 명시한(제25조) 이래「유엔 경제적 ㆍ 사회적 ㆍ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1966)」「사회 진보와 발전에 관한 선언(1969)」「개발에 있어 권리에 관한 선언(1986)」에 이르기까지 주거권을 인권의 주요한 부분으로 보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계속되어 왔다.
◆ 빈민사목위 토론 참가자 인터뷰
▣ 세계주거연합 총재 키르티 샤아씨
“빈민은 당당한 사회의 일부분”
『도시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경제 계획을 세우고 도시 경제안에서의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못하는 부분들이 공헌하는 바를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포럼참가로 첫 한국방문의 기회를 안게 되었다는 세계주거연합 키르티 샤아 총재. 그는「도시빈민지역의 발생은 그들 자체가 가진 능력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불의 구조적 착취 불평 등이 빚은 현상이고 잘못된 계획들과 비능률적 행정이 낳은 것」이라면서 「도시빈민은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바퀴로서 당당한 사회의 한 부분」이라고 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에 대한 단순 강제철거가 지역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덧붙여 그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도시와 나라경제 발전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고 강조한 샤아 총재는「한가구를 철거할 때마다 한가구의 사회적 고아가 발행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철거는 사람을 파멸시킬 뿐」이라고 역설한다. 특별히 그는 아시아 호랑이 중 가장 경제적으로 부유하다 할 수 있는 한국은 현재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지만, 철거에 대한 대안적주거와 보상을 해줄 수 있을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실천」이라고 못박는 샤아총재는 구체적으로는 금융과 시장의 지원이 될 것이란다. 그는 이에 앞서 가난문제를 「공감」하는 노력이 필수조건이자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사회안에서 철거를 영원히 추방시키고 적절한 주거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ㆍ』
건축학자로서 72년부터 현재까지 저렴한 서민주택 공급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 책임을 맡고 있는 샤아 총재는 건축학자답게 포럼 후 자유시간을 이용 명동대성당 등 서울시내 주요 건축물들을 카메라로 찍기에 바빴다.
▣ 주거권 센터 대표 스코트 레키씨
“소외계층의 인권문제에 역점”
전세계인들의 적절한 주거권 신장을 위해 주력하고 있는 인권단체 「철거 및 주거권센터」 대표 스코트 레키(Scott Lekie 미국인)씨는 국제인권변호사로서 12년 동안 세계인들의 주거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인권차원에서 주거문제로 인한 인권침해가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절감 92 년 철거 및 주거권센터를 직접 세웠던 그는 센터를 통해 주거권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하는 총체적 인권문제에서 파악 문제해결을 도모하고 있는데 특히 여성 아동 등 소외계층에 역점을 두고 있다. 8명의 인원이 본부 스위스 제네바를 비롯 호주 미국 등 전세계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주거문제 상황은 80년대와 비교할 때 현저히 개선됐다」고 밝히는 그는 「세계적으로 버마 나이지리아 등이 현재 가장 심각한 주거문제를 앓고 있다」고 전한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등도 적극적 개선이 필요한 나라들이라고.
▣ 일본 소피아대 에두아르도 안조레나 신부
“주거문제 민ㆍ관 함께 논의해야”
『이번 포럼은 주거권 문제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고 정부 입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일본 소피아대 교수로서 SELAVIP(Latin America and Asian Low Income Housing Service)아시아 대표를 맡고 있는 에두아르도 호르게 안조레나 신부(예수회)는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도 이번 포럼이 갖는 긍정적 결과의 한 부분」이라면서『빈곤층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 가운데서도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논의를 가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주거환경 개선방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아시아 도시 서민층의 주거 실상을 조사 이를 세상에 알리는「자조주택(self-help housing)」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는 안조레나신부는 이러한 활동으로 94년 라몬 막사이사이상 국제이해 증진 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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