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차 세계 성체대회를 계기로 태동한 한마음한몸운동이 설립 10주년을 맞아 11월 27일 서울대교구청 대회의실에서 1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출발당시 설정했던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목적대로 수행해 왔는지를 반성, 보다 나은 방향을 모색해 보기 위한 이번 심포지엄은 「한마음안몸운동의 성과와 과제」를 대주제로 주제발표와 종합토론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다음은 각 주제발표 요지.
■ 한국교회와 나눔운동 - 노길명 교수(고려대 사회학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 선택은 계시에 뿌리 둔 교회의 존재이유
예수의 생애는 전적으로 타인을 향해 있었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삶으로 일관해 있었다. 교회는 이와같은 예수의 삶을 따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에 있어서의 '나눔' 이란 교회 활동의 한 분야가 아니라 핵심 그 자체이며 교회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교회 나눔활동에 있어서의 우선적인 대상은 가난한 이들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은 성서적 계시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교회의 근본적인 확신이다. 가난한 이들과의 나눔에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적 영성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
영성이 결여된 나눔활동은 자칫 가진 자의 자기 과시나 자기 만족일 수 있으며 형식적 일시적인 성격을 띠기 쉽다. 아울러 교회가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는 내용물에는 제한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교회가 가진 '모든 것' 이어야 한다. 물적 자원 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과 지적자원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 아울러 나눔의 방법에는 전문성과 협력이 따라야 한다.
오늘날에는 단순한 애긍이나 자선의 수준을 넘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나눔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교회의 나눔활동에는 영성에서 우러나오는 헌신과 열정을 집결시키고 전문화하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효율적인 나눔활동을 위해서는 교구간은 물론 국제적 차원에서의 정보교환과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적인 나눔활동을 위해서는 교황청이나 유엔은 물론 다른 나라 사회복지기구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의 활동강화와 함께 전문적인 연구기관의 설립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나눔은 그리스도적인 생활의 요소이며 교회의 사명이다. 한국교회는 창립이후 나눔의 실천을 가장 중요한 복음전파의 방법으로 살아 왔으며, 이같은 한국교회의 전통은 교회의 사회적 위상을 제고시킴으로써 선교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나는 한국교회의 중산층화는 성장주의, 안정주의 등과 같은 이데올로기를 교회내에 확산시킴으로서 그리스도적 영성의 바탕인 가난의 의미를 생활화하는데 저해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생명력과 역동성을 유지하는 지름길은 가난의 영성을 지니면서 생활화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난한 교회' 란 자신이 소유한 지적 인적 물적 자원을 자기재생산이나 사회적 영향력의 강화를 위해 사용하기 보다는 사회와 나누는 교회를 지칭한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모습을 나타낼 때 생명력과 역동성은 유지되고 사회적 위상 또한 제고될수 있다. 그러나 지구화 정보화로 특징되는 현대사회에서의 나눔활동은 그리스도적 영성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여기에는 급속한 사회변동에 대한 통찰력과 함께 전문적인 지식과 체계화된 방법이 따라야 한다. 또한 교구간의 중복된 투자와 경쟁도 지양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교회 나눔활동의 방향과 방법을 연구하고 조정하는 기능의 강화가 시급히 요청된다.
■ 조직과 활성화 방안 - 조광 교수(고려대 한국사학과)
사회복지와 목적·사업 등 비슷
두 단체간 통합논의 본격화할 때
중복투자 방지·운영 효율성 위해 바람직
서울대교구에서는 사회복음화 내지 사회 구원적 차원에서 여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 중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산하 기관이나 단체에서 주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두 조직을 대상으로 조직을 점검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사회구원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각종 활동들이 더욱 활기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한마음한몸운동은 정관상에서 드러나는 목적과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상호 유사한 성격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단체는 '사회 복지의 증진과 복지사회의 건설' 및 '인간존엄성 고양과 민족화해 및 세계 평화에의 기여'를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양자가 지향하는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이 고양되고 화해와 평화가 넘치는 복지사회의 건설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일부 사업 가운데는 복지회와 한마음한몸운동이 중복되는 인상을 주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복지회와 운동본부는 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회사목의 개념 및 목적과 권고사항을 감안할때 두 단체의 통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을 통해 두 단체의 유기적인 조직을 이루어 상호 중복된 투자를 막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며 이웃과 삶을 나누는 공동체 운동 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더 잘 수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회복지에 관한 모금 창구를 단일화 하여 헌금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신자들의 혼돈을 막고 효율적 모금의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든 사회운동적 움직임과 사회복지적 활동은 교회 내지는 본당 공동체라는 하부조직을 기반으로 삼고 있기에 동일한 하부조직에 의존함으로써 생기는 혼선도 피할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단체의 통합을 통해 사회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여 간접선교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면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한마음한몸운동의 통합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두 단체를 통합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 두 단체의 통합은 통합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시너지효과라는 긍정적인 측면 이외에 두 단체의 통합으로 인해 각각의 단체가 원래 추구하고 있었던 목표가 흐려짐으로써 발생하는 부정적 결과도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단체의 해체 통합보다는 기존 조직을 유지하거나 업무 통합만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조직을 유지하는 방법이나 흡수통합 또는 업무통합 등에는 여전히 문제점이 남게된다.
그러므로 제3천년기를 전망하는 입장에서는 두 단체의 발전적 해체통합이 바람직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두단체가 발전적 해체통합을 시도할 경우 그 단체 이름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 사회복지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 복지회' '서울 까리따스' 등으로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통합 기관에서는 한마음한몸운동의 전개와 대내적인 복지시설 지원 및 북한과 외국에 대한 지원 사업을 맡을 수 있다.
■ 활동과 사업에 대한 평가 - 강혜경 수녀(스승예수의 제자 수녀회)
「北돕기」국민운동 확산 긍정평가
사업적 측면에 치중하지 말아야
한마음한몸운동은 역사속에 신비로이 살아계시고 일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믿고 현양함으로써 세상 모든 인류가 온갖 종류의 장벽을 넘어 평화를 이룩하고 회심과 나눔으로 형제적 일치를 이루도록 이바지하자는 운동이다.
아울러 자연계의 모든 피조물과도 화합하여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세상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생활 쇄신 실천운동이다.
한마음한몸운동이 성체성사에 뿌리를 내리고 그 잣대가 실천에 있음은 이운동의 정체성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간 한마음한몸운동은 고유사업인 헌미헌금부,장기기증부,생명운동부를 통해 또 지원사업인 환경보전부,우리농촌살리기운동등을 통해 성체성사의 정신을 나름대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구현해 왔다.
헌미헌금운동은 그동안 원조사업으로 구호적, 사회복지적, 사회개발적,사회운동적 성격으로 구분, 원조사업을 실시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녘동포돕기운동은 범국민운동으로까지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신자들의 참여도에서는 서울대교구 전체본당의 60.05%가 협력,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각 본당에서는 56%의 본당만이 성찬의 정신을 신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기기증운동은 장기기증을 사회전반에 확산시키고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그 의식을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나 아직 홍보와 교육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장기기증 접수 창구의 다양화, 장기기증의 가치 등을 알려주는 일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환경보전부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경우 신자들의 대부분에 달하는 사람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91년도에 열린 창조질서 보전 공청회와 96년의 농민주일 심포지엄,
그해 11월부터 이뤄진 우리농수도권생협 창립 등으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의 환경보전과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은 매우 활성화 돼 가고 있다고 할수 있다.
도농 직거래의 경우 2년만에 직매장 28개, 주말장터 23개, 생활공동체 7개가 설립되어 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이 운동은 서울대교구 안에 가두어 둘 수 없는, 타교구는 물론 국민모두가 함께 공생하는 운동으로 확산되도록 더욱 장려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운동이 너무 사업쪽으로 치우치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한마음한몸운동은 현재의 그릇된 가치관들을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 에게로 초점을 맞추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지난 10년동안 일궈 온 일들을 모두 하느님께서 친히 하셨다고 할수 있다. 그동안 물질적인 것을 나누는데 주력한 면도 없지 않지만 앞으로는 영혼의 배고픔에 마비된 사람들을 치유해 주는 일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삼라만상이 함께 호흡하는 창조질서를 지키도록 일깨우는 일이 곧 평화를 심는 일이다. 성체성사는 예수님이 하신 모든일을 우리가 행하도록 재촉하는 성사임을 명심, 생활속에서의 실천을 통해 성찬의 정신을 살려나가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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