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젊은이들, 교회 청년인 만큼 성서읽고 기도하고 가난한 나라에 배낭여행하고 사랑도 하고 공부도 하고 무엇보다 남을, 세계를 위해 이바지하겠다는 뚜렷한 가치관과 목표 가진 청년 기대”
12월 22일 오후 서울 혜화동 김수환 추기경 집무실에는 청년들 특유의 발랄함과 활기가 흘러넘쳤다. 서울대교구 본당청년사목부(지도=신경남 신부)가 발행하는 청년주보인 「Catholic 청년주보」편집팀이 김수환 추기경과의 신년대담을 위해 집무실을 찾았던 것. 1시간가량 진행된 대담시간 동안 김추기경은 추기경의 젊은 시절을 들려주는 한편 요즘 청년드에게 당부하고 싶은 여러 얘기들을 밝혔다.
=IMF 경제위기가 닥친후 나라 전체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청년들도 취업문제 등 여러 문제들로 인한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시기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교회 젊은이들을 포함 이 어려운 시대를 보내고 있는 우리 한국 청년들에게 새해를 맞아 해주실 수 있는 말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십시요.
▶ IMF 경제위기로 취업문제 등 어려움을 안고 있는 청년들에게 젊은시절의 어려움 체험은 미래를 위한 성숙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한때의 어려움은 삶에 있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교훈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모두가 고통이 어려움이 빨리 지나가기를 원하고 있지만 모든 선은 고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마음깊이 간직하고 그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합니다.
=추기경님의 청년시절은 어떠셨습니까. 현재의 청년들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일제 치하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민족주의 정신이 강했던 같습니다. 늘 민족을 위해서 무엇을 할까, 의미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등을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시절 나름대로의 낭만을 얘기한다면 '젊은베르테르의 슬픔' 등 괴테의 작품과 니체의 철학서적 등을 탐독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제시대였던 만큼 일본문학인들의 책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 동경 유학시절 서점가에 좋은 신서가 나오면 수많은 학생들이 다른 이들보다 먼저 구입하기 위해 길다랗게 줄을 서서 장사진을 치는 풍경은 그당시 청년들의 풍속도라고도 할 수 있겠죠.
=요즘 청년들의 모습을 접하시면서 사회의 어른으로서 또 교회 성직자로서 느끼시는 가장 큰 아쉬움은 어떤 것입니까.
▶피상적으로 보는 입장일 수 있지만 개인적 견해로서는 젊은이들이 뚜렷한 이상 목적 보다는 외양만을 보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들어 어떤 스타를 동경한다면 그 스타가 정상에 오르기까지 쏟아부었던 노력이나 어려움은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화려한 조명을 받는 현재의 모습만 동경하고 심취하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한 왕자병 공주병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우리 교회청년들은 그리스도께 대한 이상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고 마음속에 품으면서 세상에 외치는 그런 열정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 이상의 고귀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교회 청년들을 볼 때 무척 아쉬운 마음입니다. 덧붙인다면 젊은시절은 정말 소중한 시기입니다. 그 젊은 에너지를 공동선 이상을 추구하며 쏟아놓을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인류를 위한 보다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 청년들이 20-3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일 5가지를 말씀해 주십시요.
▶교회 청년들이니 만큼 좥성서읽고 기도하기좦를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로 꼽고 싶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제3세계국가 등 가난한 나라들을 찾아보는 배낭여행'을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어려움을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가난과 고통속에 있는, 우리보다 힘들게 사는 지역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아프리카 아시아 등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에 가서 그들과 진정으로 함께하는 가운데 삶의 가치와 인간됨을 체험하는 것은 참으로 값진 경험이 되고 세상을 더 잘 알게 되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젊은이들이니 만큼 '사랑' 도 해야겠죠. 또 '공부'도 두뇌활동이 보다 활발한 젊은 시절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정말로 남을 위해 세계를 위해 이바지하겠다는 뚜렷한 가치관과 목표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교회내 청년들의 설자리가 없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교회 어른들은 '청년들은 교회의 미래' 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현실여건은 그러한 의견들에 걸맞지 못하게 열악하고 미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년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충분치는 않지만 예전에 비할 때 상당히 호전되었다고 느낍니다. 서울대교구 경우에도 10여명이나 되는 사제들이 청년들을 위해 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성서 레지오 본당청년사목 등 다양하게 나눠져 있고 청년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도 두서너곳 마련돼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청년들을 위해 나름대로 배려를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과거에는 청년들만을 위해 사목하는 사제들은 찾아볼 수 없었을 만큼 더 열악했었죠. 이런면을 볼 때 점차 그 여건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 교회도 청년들의 젊음을 교회안에 끌어들이고 예수님을 향한 가치가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힘있게 전해줄 수 있는 노력을 가해야 할것입니다.
=서울대교구장직 은퇴 등 추기경님께 98년은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99년 새해를 맞는 소감은 예년과 다르실 것 같은데요.
▶20세기는 국내사적으로 세계사적으로 엄청난 일들과 많은 변화를 인류에게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전쟁들을 치르면서 여러가지를 잃었고 또 한편 첨단과학기술이 개발되는 등 많은 것들을 얻은 다사다난한 한세기였습니다. 인종 민족갈등 등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전세계가 공통된 인식아래 하나의 인류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교회적으로도 99년은 만물의 창조주이신 성부의 해로써 대희년준비의 마무리를 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죠. 20세기의 2/3를 지켜본 가운데 한세기가 마감되는 해를 맞게 된다는 점에서 새해를 향한 개인적 감회도 무척 새로운 것 같습니다.
=새해에 특별히 계획하고 계신 목표가 있으십니까.
▶아주 긴 피정을 하고 싶습니다. 운전연습은 시간이 없어서 잘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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