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3시에도 임종환자가 있다는 연락만 오면 "하느님이 불러주셔서 감사하다"며 아픈 다리를 이끌고 길을 나서는 할머니봉사자가 있다. 일흔일곱 나이에도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감사할 뿐"이라며 오늘도 묵주알을 굴리며 임종환자 돕기에 나서는 김양자 (데레사, 서울 홍제동본당)할머니.
홍제동 구(舊) 화장터 산비탈, 창문도 없는 단칸 셋방에서 불도 지피지 않고 전기장판만을 깔고 살면서도 남을 돕는 일에만 열중인 데레사 할머니. 서울역 노숙자들을 위한 음식봉사와 임종환자 돕기 그리고 병자방문 활동에 바쁜 데레사 할머니의 24시간은 오로지 남을 돕고 위하는데 바치고 있는 것이다.
밤낮없는 봉사활동 이외에는 9일기도, 54일기도 등 애오라지 기도로 시간을 보내는 데레사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이 심심하다든지 외롭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없어요. 남을 위한 일에 전념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인데..."라며 안타까워 한다. '하느님이 부를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무척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세민을 위한 취로사업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며 유일한 재산(?)인 9백만원짜리 단칸 셋방이 최근 경매에 부쳐지는 불운이 겹쳐도 항상 감사하다는 데레사 할머니가 남을 돕는 일에 나선 것은 1987년 영세이후부터.
암으로 고생하다 이승을 하직한 아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천주교인들의 헌신적인 봉사에 감동받아 당시 홍제동본당 주임 김승훈신부로부터 세례받은 후 지금까지 남을 돕는 일에만 매진해오고 있다.
레지오마리애 단원으로 병자방문활동에 나서며 응암동 '데레사의 집' 전신마비 장애자들을 임종할때까지 간호해주며 비신자로 살았던 세월동안 지은 잘못을 기워갚기라도 하듯 '라자로마을' 돕기등 열심히 남을 위하는 일에만 열성을 쏟아온 데레사 할머니.
7년전부터는 서울역 노숙자들을 위한 음식제공에 앞장서고 있는 은평구 신사동 '요한의 집'에서 국을 끓이고 설거지를 하는 등 허드렛일을 도와주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 사는 사위가 암으로 투병하는 1년동안 매주 화요일 새벽차로 내려가 간병하고는 요한의 집 봉사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다시 서울로 올라와 노숙자 400~500명분 국을 끓이고 음식쓰레기들을 처리하는 음식봉사에 헌신해왔다.
수년전에는 도티병원에서 자궁암수술 환자를 매일 찾아가 간병해 준 데레사 할머니는 의료진들로부터 지금도 그 환자의 친어머니로 통하고 있다고. 걸어서 30~40분은 족히 걸리는 산비탈 단칸방 임종환자를 스스로 찾아가 밤새 간병해주는 데레사 할머니의 모습에서 고통겪는 예수님을 만나는 또다른 모습이 겹쳐졌다.
"도와줘야 할 불쌍한 영혼들이 너무 많습니다. 참으로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부족합니다"는 말씀은 '있으면서 투덜대는 사람, 자기중심적으로 봉사하는 사람, 가난을 불평하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데레사 할머니의 새해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시간이 없다. 돈을 벌어서 봉사하겠다"며 내일, 모레 미루는 사람은 모두 다 귀여겨 들어야 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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