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어느새 이만큼 컸구나』
아들이 갓난아이 때 이후로 수년만에 아들의 발을 씻기는 아버지의 손길엔 유달리 정성스러움이 묻어난다. 쑥스러운 듯 발을 내민 아들은 존경어린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본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보여준 지극한 사랑, 『내가 너희를 사랑하듯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아버지의 아들을 향한 내리사랑은 그 깊이를 드러냈다. 아들은 그러한 아버지의 사랑을 마음 속에 새기며 「내 아버지, 내가족, 내 이웃을 더욱 사랑하고 이해하리라」고 다짐한다.
오월의 마지막 주일 대구 대건중학교(교장=구자호)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특별한 만남이 마련됐다. 대건중학교 「부자(父子)캠프」가 바로 그것.
학교에서 직장에서 서로의 일상에 치여 본의아니게 소원했던 아버지와 아들 사이. 「이날 만큼은」열일 제쳐두고 텐트며 먹거리를 챙겨든 아버지들이 속속 학교를 찾았다.
유치원 시절 참관수업 때 이후로 늘 바쁜 아버지의 모습만 보아왔던 아이들. 처음의 서먹한 분위기는 금새 사그라지자 아버지와 함께하는 캠프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식사도 하기 전에 아버지와 아들이 직접 만든 음식맛을 보여주느라 정신이 없다. 손을 잡고 밤새 텐트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버지도 수십년 전 동심으로 돌아간 듯 게임도 하고, 가슴 저 한켠에 묻어둔 이야기들을 편지에 속아냈다.
대건중학교는 지난 98년부터 해마다 1박2일간 교내에서 부자캠프를 마련해오고 있다.
구자호 교장은 『학교 교육방침의 최우선은 기본질서를 잘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자캠프」는 가장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간의 대화, 이웃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한마음 되어 교육현실과 청소년 문제도 함께 고민해보고 바람직한 가치관을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는 자리다.
올해는 특히 가톨릭계 학교의 면모를 십분 살려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한 「발씻김 예식」을 마련해 부자간의 사랑을 가슴뭉클하게 느껴보았다.
부자 게임, 아버지와 자녀들의 역할에 관한 특강, 가정·이웃·사회에 대한 봉사를 다짐하는 캔들 파이어, 편지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펼쳐졌다. 특히 환경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보고 실천의식을 다지고자 폐자재를 이용한 환경조형물과 책장도 제작했다.
『샬롬 샬롬 샬롬』서로의 평화를 기도하는 메아리에 이어 서로 「사랑한다」는 외침이 가 긴 여운을 남긴 캔들 파이어 시간. 아버지와 아들, 아들과 선생님, 선생님과 아버지는 손과 손을 더욱 굳게 맞잡았다. 촛불처럼 자신을 불태워 빛을 내는 사랑과 희생을 보이리라. 진한 그리스도의 향기를 세상 곳곳에 퍼뜨리리라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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