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은 교황의 이름과 권위로 보편 교회의 선익과 봉사를 위해 운영되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에겐 그만큼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이 주어져 있다.
이러한 세계 교회의 심장부에 한국의 여성 신자가 당당히 활약하고 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고문서실 담당자인 양숙자(수산나·55)씨. 지난 92년부터 근무한 양씨는 선교지역인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에 파견됐던 선교사들의 편지와 문서들을 정리, 보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욱이 인류복음화성은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동남아 등을 관할하는 성이라 한국 교회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제가 하는 일이 바로 간접선교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선교사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선교하던 분들이었어요. 이들이 선교지에서 보내온 편지들을 읽다보면 얼마나 투철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활동했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교회 역사학자들이나 교회사 관련 박사학위 논문 준비중인 학생들의 발길이 잦다. 그동안 한국 교회에서도 최석우 신부, 최승룡 신부, 윤민구 신부 등 많은 교회사가들이 고문서실을 방문했다. 양씨는 특히 대전교구 김기만 신부가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김신부는 1년간 이곳에서 자료와 씨름해 결국 한국 교회 관련 문서를 새롭게 찾아냈다고.
『참으로 기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한국 신부님이 수많은 문서들속에서 우리 교회 자료를 찾아냈을때 문서실에 근무하는 보람을 느꼈어요』
현재 고문서실에는 1622년 1월이후 현재까지의 2만여 문서가 보관돼 있다. 한국 교회와 관련된 내용은 중국 교회 문서안에 포함돼 있다고.
양씨는 처음부터 로마에 정착할 생각은 없었다. 1982년 가톨릭대학교 교리신학원을 졸업한 양씨는 이후 4년간 광주대교구 교육국에서 근무하다, 보다 큰 꿈을 품고 로마로 건너가 우르바노 대학에서 선교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92년 양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본 인류복음화성측에서 그를 전격적으로 채용하면서 오늘의 터전이 마련된 것이다.
『훌륭한 선교사들의 삶과 정신을 이 문서들에서 배울 수 있어요. 선교사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여건 속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열심히 기도하며 선교사로서 살고 싶은 바람입니다』
역사가 바탕이 될 때 비로소 새로운 미래가 주어진다고 강조한 양수산나씨. 그는 자료 보존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한국 교회안에서도 문서 보관에 대한 중요성이 널리 확산되길 희망했다.
양씨는 『이곳 사람들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문서나 자료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대단하다』고 설명하고 『문서나 자료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만큼 모두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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