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년 시절은 참으로 즐거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외로움이 맣이 남아 있었던 시절이었다.내 위로 누님 두분, 형님 한분, 아래로는 남동생이 하나였다. 나는 사촌형제들과 생활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부모님께서 모두 가수셨기에 외국공연으로 자주 집을 비우셨고, 대신 큰 누님과 고모님이 우리 형제들을 돌봐 주셨던 것이다. 위에 말한 「외로움」은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서 항상 부모님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
잠깐 부모님을 소개하자면, 아버님께서는 많은 노래를 부르셨지만 그 중에서도 국민들이 애창하는 대표곡 「타향살이」 「짝사랑」 「사막의 한」을 부르셨던 고 고복수(요셉)씨고 어머님께서는 「알뜰한 당신」 「삼다도 소식」 「장희빈」 등을 부르신 황금심(마리아)씨다.
일제 때는 아버님께서 임시정부가 있었던 만주 무대에서 「타향살이」를 서른 네번이나 앵콜을 받으며 참석한 모든 사람이 나라를 잃은 슬픔을 노래하며 함께 나라를 찾아야겠다는 의지를 보이던 그러한 뜻있는 무대 이야기도 여러번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부모님께서는 인기가 높았고 일제 헌병대에 끌려가 타향살이와 짝사랑을 다시는 부르지 못하도록 강요당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임자없는 들국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라는 가사가 들어간 짝사랑이라는 노래도 나라 잃은 슬픔을 노래했던 시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래를 부르셨던 아버지께서는 상당히 엄격한 교육을 하셨는데 특별히 『목에 칼이 들어와도 거짓말하지 말라』는 가훈을 쓸 정도로 거짓말을 싫어하셨고 손님들이 오시면 차렷 부동자세로 거수 경례해야 했다. 또한 늦게 일어나거나 늦게 귀가하면 겨울에도 팬티바람으로 한시간씩 밖에 나가 손들고 있어야 했다.
그때마다 어머니께서는 몰래 옷도 입혀 주시고 방에 들어오게도 하시면서 우리를 지원해 주셨는데 그러다가 아버지께 들키면 두분이 방에 들어가 조용 조용 소리내지 않고 다투시곤 했다.
부모님께서 외국 공연에 가시면 그곳에서 학용품이나 간식거리를 보내 주셨는데, 그때마다 나는 너무 좋아서 잠을 설치기도 하고 또 밖에 가지고 나가 친구들에게 뽐내거나 나눠 주기도 했다.
한번은 동생 바오로 먹으라고 부모님께서 외국에서 보내주신 분유를 사촌 형과 함께 딱 한숟가락씩만 먹기로 하고 서로 망을 봐 주며 먹었는데 한입 한입 먹다가 한 통을 다먹은 적이 있었다.
그 일이 저녁 때라 분유를 살수도 없는데다 동생이 울어대는 바람에 고모가 밤새 우셨다. 그 일로 우리는 고모님께 무척 매를 많이 맞았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돌아가신 고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언젠가 한번은 그 당시 유명한 영화 배우셨던 고 이해춘 선생님쎄서 우리 집에 오셨는데, 나는 그 분이 출연했던 「살인마」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으므로 그 분을 보자 마자 살인마왔다고 소리 지르며 도망을 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 영화는 공포영화로써 장안의 화제가 될 정도로 유명했었다. 그때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오셔서 다정하게 웃으시면서 아니라고 설명해 주시며 아버지 무릎에 앉혀 주셨는데, 그 때는 다른 때와 달리 무릎을 꿇고 앉은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아버지 무릎에 앉아 본 것이라 아버지의 다정함과 따스함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귀가하실 때 거의 빈손으로 오신 적이 없으셨는데 주로 군밤, 썩은 생선 등이었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그 것들을 파는 상인들이 불쌍한 생각이 들어 사시곤 하셨다고 한다.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두분의 사이가 너무 좋았고 잉꼬 부부로 소문날 정도 였다는 것과 예술가는 밤무대에 서는 게 아니라면서 어느 술집에서 돈을 싸들고 와도 무대에 서지 않으셨다고 한다.
이런 부모님의 착한 마음과 생활이 나에게 지금까지 좋은 영향을 주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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