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산하 생명윤리연구회는 4월 7일 오후3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제2차 회의 겸 첫 세미나(사진)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생명공학에 대한 의료계와 법률계, 가톨릭 교회의 관심과 연구 현황에 대해 세명의 발제자가 발표했다. 다음은 그 요지이다.
▨ 생명과학과 가톨릭 교회의 윤리 - 이동익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윤리신학)
“수정 순간부터 생명 복제 배아도 인격체”
인간 출산에 대한 인위적 개입에 대해 교회는 체외수정이나 배아의 자궁내 이전은 기술이 인격적 인간의 기원과 운명을 지배함으로써 존엄성과 평등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하고 비배우자간의 체외수정 역시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규정한다. 인간 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교회의 양보할 수 없는 가르침이다. 따라서 인간 배아도 당연히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존엄성을 갖는다. 인간 배아에 대한 치료적 기술 조작은 인간 존재의 완전성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당한 것이다.
배아에 대한 연구와 실험 역시 그 배아의 생명이나 형태에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윤리적 확실성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잉여배아의 생산과 사용에 관련해 「예비수정란」의 폐기 또는 실험은 인간 생명을 단순한 생물학적 재료로 격하시키는 것으로 그 생산까지도 비윤리적이다.
배아 복제와 관련된 실험은 어떤 경우에나 비도덕적이다. 이는 인간 육체를 단순한 연구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세포의 생산은 인간 생명과 건강 증진에 획기적인 진전의 기대를 갖게 하지만 이에 따르는 윤리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그 중심에는 인간 배아 복제에 대한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교회는 먼저 배아 간세포를 마련하기 위해 살아있는 인간 배아를 생산, 활용하는 것, 배아를 생산해 거기서 간세포를 얻기 위해 배아를 파괴하는 것, 배아 간세포와 거기서 얻은 분화세포를 활용하는 것 세가지 모두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가르친다.
교회는 배아에서 간세포를 얻는 대신 성체(成體) 간세포의 이용을 제안한다. 그 한 방안으로 로마의 성심대학은 태반은행을 출범시켰다.
유전자 개입 및 조작은 긍정적인 측면과 윤리적 한계를 모두 포함한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삶의 조건들을 손상하지 않고 질병의 치유를 목적으로 엄격하게 이뤄지는 개입은 바람직하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인류의 생물학적 본성을 훼손하지 말 것, 인간 생명의 기원에 해를 끼치지 말 것 등 윤리적 한계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이러한 주제들과 관련해 가톨릭교회의 윤리적 판단의 기초는 세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인간 생명이 하느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인간 생명의 신성함, 선함, 그리고 불가침성이라는 특성은 인간이 그 자체로 목적이며 수단으로 전락되어서는 안된다는 원리를 제공한다. 둘째, 인간 생명의 시작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이라는 가르침이다. 따라서 수정란이나 복제된 배아 모두 하나의 인격적 개체로서 보호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과학기술은 인간에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 존엄성 존중이라는 대전제 아래 윤리성 확립과 사회적 통제 기능이 필수적이다.
▨생명공학 연구의 현실과 가능성- 권복규 교수(가천의과대학)
“곧 복제인간 탄생”
생명공학 연구는 농업, 축산, 의학, 제약, 환경 및 기타 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생명공학은 그러나 생태계 파괴 논란, 인간 존엄성 침해와 신의 영역 침범에 대한 우려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의학 분야에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유전자 치료」분야는 현재 시험단계로 아직 치료효과는 불분명하며 다만 일부 영역에서는 10년 안에 실용화될 수 있는 치료법이 있을 수 있다. 「유전자 선별」과 관련해 현재 인공수정 후 유전자 검사를 시행, 문제가 있는 배아는 제거하고 우수한 배아만을 이식할 수 있다. 「인공자궁」은 현재 수정후 5개월까지의 배아는 체외생존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 앞으로는 임신 전과정에서 체외생존이 가능한 인공자궁이 개발될 것이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질병 진단 및 소인 판별」에서는 5년내로 많은 질병들의 진단에 유전자 분석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복제」는 현재 사회적 금기가 강하지만 몇 년 안으로 복제인간이 탄생할 것이다.
인간 배아 복제는 배아 간세포의 활용 가능성으로 인해 의료계의 강력한 요구가 있으며 이를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불임치료 관련 기술」은 현재 모든 기술적 수단을 갖추고 있다. 영국의 한 여성 동성애자들은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갖기도 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인간 형질 개선」에서 지능, 신장, 외모 등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인간 수명 연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고 복제로 신선한 장기를 이식, 수명을 연장한다는 발상도 당분간은 공상에 그칠 것이다.
▨생명에 대한 각국의 법적 대처 현황- 박상기 교수(연세대 법대)
“독일이 가장 엄격”
미국은 인간 복제 혹은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연방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고 있다. 다만 1997년 대통령령과 대통령입법안이 마련됐으나 통과되지는 않았다. 국립생명윤리자문위원회(NBAC)에서 인간과 기타 종의 배아 복제 관련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체세포를 이용한 인간 복제에 대한 정부지원은 중지됐고 금지되고 있다. NBAC의 권고안은 체세포 이식의 유용성을 인정하나 윤리적 쟁점과 과학적 불확실성을 지적하고 있다.
배아 연구는 최초 14일 이내에서 허용된다. 배아 간세포 연구는 허용하지만 이때도 불임치료를 위해 간세포를 사용하는 경우에 한한다.
독일은 가장 엄격하게 인간 유전자를 이용한 조작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990년 배아보호법을 제정해 원칙적으로 인간 세포 복제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리모를 통한 인공수정은 처벌하며 생식계열세포의 유전정보를 인공적으로 변형하는 경우도 처벌된다. 다른 태아나 배아, 인간과 동일한 유전인자를 가진 인간 배아를 만드는 행위도 처벌된다.
영국은 1984년 워녹 보고서에 기초해 인간 수정 및 배아학법이 1990년 제정됐다. 이 법은 복제 기술에 대한 행정적 통제를 목적으로 하며 인간 배아와 생식체에 관한 내용, 배아와 생식체를 사용한 연구와 복제는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는다. 이에 따르면 인간 배아는 최초 14일 이내에는 특정 목적을 위해 실험될 수 있고 체외에서 제조하는 것도 허용된다.
프랑스의 생명공학 관련법은 1994년에 제정된 생명윤리법, 인체존중법, 이식 및 복제법의 세가지이다. 이에 따르면 복제 세포의 변형, 인간 복제는 인간종의 통일성을 해치는 행위로 처벌된다. 인간의 성을 선택하기 위한 유전자적 행위는 금지되며 산업,상업용으로 인간 배아를 시험관에서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부부를 위한 검사를 제외하고는 인간배아에 대한 검사나 실험은 금지된다.
일본은 복제 인간이나 인간과 동물의 잡종 작성을 금지하는 「인간에 관한 복제 기술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2000년 11월 30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올해 6월부터 시행된다.
한국은 인간 복제와 관련한 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다만 1990년에 제정된 「생명공학 육성법」은 정부 주도로 생명공학 기술개발과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안)」은 생명복제와 직접 관련된 법안으로 인간 개체 복제는 금하되 임신 목적의 수정란 생산은 허용하고 이 과정에서 생산된 잉여배아(수정란)는 연구 목적으로만 허용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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