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을 위해서 주최측은 「생명의 복음」과 「평신도사도직 교령」「평신도그리스도인」「민족들의 발전」「백주년」「사회적 관심」「가정공동체」「교회헌장」「현대의 복음선교」등 여러 문헌에서 필요한 항목들을 뽑아 각국에 보내줌으로써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미리 익히고 이번 회의에 참석하도록 주선했다. 예컨대 노인들을 위한 집인「홀리 패밀리」를 찾아간 이들은「교회헌장」제39항의 가르침에 관심을 가지고 현장에 임했던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권고 「아시아 교회」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최종성명에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사랑을 강조하면서 『가난한 이들과 맺는 연대는 그리스도인들 자신이 예수님을 본받아 소박하게 살아갈 때 가장 신뢰할 수 있으며, 소박한 삶, 깊은 신앙, 그리고 모든 이, 특히 가난한 이들과 버림받은 이들에 대한 성실한 사랑은 복음의 빛나는 모범을 실천하는 일』(34항)임을 천명했던 것이다.
현장체험을 하고 돌아와서, 예수회 사제의 진행으로 방콕의 철학 교수, 경제학 교수 등과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경제발전에 따른 정신세계의 황폐화와 여기에 따른 가톨릭 교회의 책임을 강조하고, 사랑과 봉사의 원동력으로서의 평신도의 소명과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종교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코멘트도 들을 수 있었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하느님과 자연과 이웃과의 3자, 또는 4자 관계를 육화와 창조, 관계쇄신의 차원에서 재조명하는 문제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여섯 개 항목을 결의했는데, 전반적으로 사회교리에 바탕을 두고 평신도 양성에 힘쓰며 각자의 나라와 지역교회로 돌아가서 이번 회의의 후속조치를 취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아시아 교회들이 서로 연대하고 타종교 신자들과도 연대를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전체 회의에서 논란을 거듭한 끝에 가정이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한 고유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도와주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한편 개회행사에서는 방콕대교구장 미차이 추기경이 참석해 격려 인사를 했고, 방콕주재 교황대사 베르나르디 대주교는 『새천년기를 시작하면서 예수님이 탄생하신 곳- 아시아에 대한 하느님의 축복에 감사드리며 토마 사도와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성인, 그 밖에 여러 사제, 평신도 선교사들이 동방 선교에서 누룩의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지적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평신도들은 세상과 가정과 교회와 일터 등 모든 면에서- 일상생활에서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실현하는 장이 되도록 복음을 생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시아 대륙에서 가톨릭 신자들은 아주 적은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작은 누룩이 빵 전체를 부풀게 하듯이 하느님의 말씀은 인류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소수지만 누룩의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신 이 메시지 내용은 최종성명 결론 부분에서도 언급했고, 이번 회의 참가자들의 서명을 받아 교황님께 보낸 서한에서도 이를 포함한 회의 내용 전반에 걸쳐 보고드릴 수 있었다.
회의 넷째 날에는 국별보고와 지역별 보고를 듣고, 교회의 대응을 평가,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은 금융개혁,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대립과 실업문제 등을 언급하고 민족화해를 위한 일련의 노력과 기(氣) 수련과 치유기도 등에 대한 교회의 대응, 모자보건법상의 낙태허용 규정 폐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과 국회청원, 사형폐지를 위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세미나와 타종교와의 협력, 그리고 이런 서명운동을 교회운동.단체들이 연대해서 벌인 점, 제1회 아시아 평신도회의(1994) 후속조치로 서울대교구에서 사회교리학교를 개설해서 운영해오고 있으며, 평협이 1999년과 2000년에 각각 평신도대회를 개최해서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를 증언한 내용을 서로 나눈 점 등을 보고했다.
한국 외에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빈부격차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고, 불의와 부패, 외채, 경제의 세계화에 따른 급격한 사회변화, 정보화 사회에서의 종교적, 윤리 도덕적 문제 제기, 이로 인한 생명경시풍조와 확산을 보고했고, 필리핀을 제외한 아시아 전역에서 가톨릭이 소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타일랜드는 인구 6천2백만명에 가톨릭 신자가 겨우 25만명이고, 인도는 10억 인구중 힌두교가 83%, 회교가 11%, 그리스도인은 2천만명이 채 안되는 형편이라고 보고했고,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는 포콜라레운동을 중심으로 종교간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국평협 후속 프로그램 준비
한국 대표단의 한홍순 교수 진행으로 국별보고를 정리, 평가한 전체모임에서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교회의 대응면에서 평신도들의 역할이 아주 적었다는 점을 돌아보게 되었고, 무엇보다 젊은 평신도 양성에 중점을 두고 아시아적인 가치와 아시아의 규범, 새로운 아시아인으로 양성하는 문제가 새천년기를 살고 있는 오늘의 아시아 교회에서는 참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소공동체운동을 활성화시키고 타종교 신자와 선의의 사람들과 함께 공동선을 위해 일하고, 사회교리 실천, 특히 복음의 가르침에 따라서 검소한 생활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을 수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개인적인 「삶의 증거」를 발표했는데, 한국의 노동청년회 임미영 회장은 외국인 노동자를 교회가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를 들려주었다.
한국평협은 이번 아시아 평신도회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한국평협 상임위원회 등을 통해서 「현장체험-반성-행동」의 과정을 도입해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평신도들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장(場)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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