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포함된 가톨릭 관련 서술들은 상당히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국사와 세계사 등 역사 서술 부분에서는 기본적인 용어 사용에서부터 전체적인 사관(史觀)의 문제까지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들이 빈번하며 과학, 생물, 물리, 가정 등 다른 교과목에서도 가톨릭교회의 기본적인 가르침과 배치되는 부분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반성이 있었으나 그동안 교과과정들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그러한 지적들이 반영된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고등학교 교과서들에 실려 있는 내용들 중에서 개정, 또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되는 부분들을 살펴본다.
■ 세계사
세계사 부분에서는 워낙 미묘한 부분들이 많으며 용어 사용에도 적지 않은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중세시대와 종교개혁기의 역사 서술에는 가톨릭교회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편향된 시각이 노정되고 있다. 다만 일부 교과서에서 지적된 내용들을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비율은 매우 미미하며 여전히 많은 부분이 문제점을 안고 있다.
카톨릭
현재 대부분 언론에서도 '카톨릭'이 아니라 '가톨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유독 교과서에서만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크리스트, 크리스트교
그리스도, 그리스도교로 표기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크리스트, 크리스트교로 표기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크리스트' '크리스트교'를 함께 사용하지만 다른 교과서는 '예수 그리스도'로 표기해 '그리스도'라고 지칭하면서도 '크리스트교'를 함께 사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도 하다.
계서제(階序制), 계서제도
가톨릭교회에서 '교계제도'로 부르는 계서제, 계서제도의 수정도 필수적이다.
"로마 교황은…대주교, 주교, 수도원장, 교구 사제 등이 있어 성직의 계서제가 확립되었다"(천재교육 刊 세계사) "카톨릭 교회에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계서제도가 성립되면서…"(노벨문화사 刊 세계사)
서임권 투쟁
대부분 교과서에서 '서임권 투쟁'이라고 부르는 이 사건은 서임권 논쟁이라고도 표현되는데 본래의 의미를 충분히 나타내기 위해서는 '평신도(황제)의 성직 서임권 논쟁'이라고 표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11세기에 전개한 교회의 자율권 회복 운동인 그레고리우스 개혁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는 성직 매매와 평신도(황제)의 성직 서임권에 투쟁하는 것이었다.
동서 로마교회의 분열
'동서 로마 교회의 분열'은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분열, 또는 라틴 교회와 비잔틴교회의 분열로 표기되어야 한다. 특히 로마 가톨릭 교회와 그리스 정교회로 표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용어는 분열 이후에 생긴 용어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교과서 대부분은 바로 로마 카톨릭교와 그리스 정교의 분열로 서술하고 있다.
"11세기에 이르러 비잔틴 황제를 수장으로 한 그리스 정교와 로마 교황을 으뜸으로 한 로마 카톨릭교로 완전히 분열되었다"(보진재 刊 세계사).
종교개혁의 원인
종교개혁의 원인에 대한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쟁점을 갖고 있으며 일치된 견해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현재 교과서안에서의 종교 개혁의 원인에 대한 서술에서 종교적 요인에만 그치지 않고 당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측면의 배경도 함께 서술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루터의 파문 이유에 대해서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성상 숭배
'성상 숭배'라는 용어도 '성화상 공경'이라는 용어로 바뀌어야 한다. 가톨릭 교회가 성상을 하나의 우상으로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같은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도 '성상 숭배'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
일부 교과서(보진재刊 세계사)는 '성화상 공경'이라는 용어를 정확히 사용했지만 천재교육, 노벨문화사 등의 교과서에는 '성상 숭배'가 사용됐다. 아울러 동방교회에서 일어난 사건은 '성화상 공경'이 아니라 '성화상 파괴 논쟁'이었다.
면죄부
중세 교회의 부패를 비난할 때 가장 흔히 인용되는 소위 '면죄부'의 경우 성 베드로 대성전 건립을 위해 반포된 대사를 얻기 위해 선행의 행위로 기부금을 낸 것을 지칭하는데 이는 명백하게 '대사'라는 용어로 대치돼야 한다. 대사는 죄를 사면 또는 사죄하는 것이 아니라 고해성사를 통해 용서받은 죄에 대한 벌을 사면하는 것으로 분명히 '면죄부'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면죄부'를 판매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교황 레오 10세는 성 베드로 성당의 개축비용을 마련하고자 독일에서 면죄부를 판매하게 하였다"(노벨문화사 刊, 고등학교 세계사 170쪽).
"독일은…성 베드로 대성당의 수축비를 마련하기 위한 면죄부 판매가 성행한 지역이었다"(천재교육 刊, 고등학교 세계사 175쪽).
다만 일부는 각주를 달아 '대사'의 의미를 별도 해설하고 본문 설명에서는 다소 어색하기는 하지만 면죄부와는 다른 개념인 '면벌부'라는 용어를 사용해 개선된 면을 보이기는 했다.
"카톨릭 교리상 인간이 지은 죄는 없어지지 않고, 다만 그에 대한 벌을 면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대사, 혹은 면벌부라고 부른다"(보진재 刊, 고등학교 세계사 190쪽 주 ①)
로마제국의 교회 박해 원인
로마 제국의 교회 박해의 원인을 황제 숭배 거부에 국한해 서술함으로써 부족한 감이 있다. 박해의 원인은 대강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그리스도인들의 유일신 신앙이 로마의 다신교와 충돌한데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만이 하느님이라는 신앙에 따라 황제 숭배를 거부했다. 두 번째로는 로마제국이 모든 국가 재난을 그리스도인들이 국가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책임을 전가해 민중의 증오를 증대시킨 때문이며 세 번째로는 황제들이 국가 위기 의식을 박해로 극복하려고 한데 있다.
따라서 황제숭배 거부라는 한가지 이유로만 박해의 원인을 서술하지 않고 그리스도교의 발전이 로마 제국의 황제들에게 위협이 된 정치적 요인도 함께 서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국사
국사 교과서의 경우에는 특별히 용어 사용상의 오류는 별로 발견되지 않으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안일한 서술 등이 눈에 띈다.
천주교의 박해 부분에서 그 원인의 서술이 유교적 집권 세력의 입장에서 주로 기술돼 평형을 잃은 감이 있다. 잘못된 표현도 발견된다. 예컨대 '제사 의식을 무시'한다는 설명은 '당시 교회의 원칙에 따른 제사의 의식 불이행' 등의 서술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동학의 발생 부분에서는 서양 세력의 침략적 접근과 천주교의 전파를 같은 맥락에 배치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아울러 동학과 천주교의 관계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쇄국 정책의 역사적 의의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자주성이나 문화적 자부심의 발동 등을 강조하기보다는 당시 외세의 침략 위협으로부터의 자기 보위와 더불어 진취적 문화 수용에 의한 근대화 추진의 당위성이 함께 서술되어야 할 것이다.
■ 사회과학
사회, 문화 및 과학 분야의 교과서들에서는 인구 조절이나 생명의 기원, 생식 분야 등 윤리적인 문제들이 걸려 있는 부분들에서 종교적 신념이나 윤리적 가르침 등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 항목들이 발견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생명의 기원과 진화의 과정에 대한 서술에서 순수하게 자연과학적인 설명에만 의존 서술하고 있으며 인구 조절에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고려는 비교적 가볍게 처리된 후 피임이나 인구억제의 측면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고등학교 사회,문화(두산刊)에서는 인구 폭발 및 자원 고갈에 대한 항목에서 세계 인구 증가를 설명하면서 이를 인류의 장래에 큰 위기로 지적하고 적절한 인구 억제를 미래 사회의 주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또 중학교 기술, 가정1(동화사)은 청소년의 성 행동과 관련된 문제 부분에서 피임법을 소개하면서 루프, 콘돔, 먹는 피임약, 다이아프라금 등의 피임 기구나 피임약을 소개하고 있지만 교회에서 권장하는 주기법 등을 이용한 자연가족계획법에 대한 소개가 없다.
진화에 대한 설명을 보면 중학교 과학3(두산 刊)에서 진화의 설명 중에서 자연선택설, 돌연변이설, 격리설만 실려 있을 뿐 개신교나 가톨릭 등 그리스도교에서 가르치는 창조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고등학교 생물I(천재교육 刊)에서는 시험관 아기를 소개하면서 체외수정기술이 1985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보급돼 아기를 갖지 못하는 불임부부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그것이 갖는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의 급속한 발전은 이로 인한 윤리적인 문제들을 대거 야기하는데 이에 대한 신중하고 적절한 가르침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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