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필립 1, 21).
사제의 길은 내 것을 놓아두고 그분을 무조건 따르는 삶이다. 이 땅의 사제들로 불림 받은 이들은 사제로서보다 종이라 불리기를 꿈꾸며, 신부보다 형제로 남는 것을 더욱 귀하게 여긴다. 그래서 누구나 갈 수 없는 사제로서의 길을 한 평생 걸어온 원로 사제들은 모든 이들의 진심 어린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서울대교구는 4월 12일 명동 주교좌 성당(주임=백남용 신부)에서 세상 구원 복음 전파에 평생을 헌신한 노(老) 사제들에게 감사와 공경의 마음을 전하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로 서품 70주년을 맞은 임충신(95) 신부를 비롯해 60주년 박고안(86) 신부, 50주년 김수환(80) 추기경, 류영도(77) 신부가 이날의 주인공. 이들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등 고난과 역경의 세월 속에서도 참 사제의 모습을 지켜온 한국 교회의 산 증인들이다.
이날 축하식은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한국 교회의 최고령이자 최초로 서품 70주년을 맞은 임충신 신부를 부축하고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이날 참석한 450명의 교구 사제단과 3500여명의 신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로 노(老) 사제를 환영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건설에 한 평생을 바친 원로 사제에 대한 공경과 감사의 발로였다.
교구 사제단 대표로 축사에 나선 김현배 신부(경기북부 지구장)는 이러한 마음을 담아 『주님의 생명을 전달하는 그 삶을 신부님들께서 평생을 바쳐 증명해 보이셨으니 저희 사제단 모두가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기뻐한다』며 후배 사제들도 선배들이 보여준 모범을 따라 그리스도 왕국 건설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 축하 행사는 최고령 사제인 임충신 신부의 답사로 절정을 이뤘다. 올해 아흔 다섯인 임신부는 지난 세월 힘겨웠던 사제로서의 삶을 회고하며 가슴이 벅차 오르는 듯 했다. 특히 일체 치하 때 목숨을 걸고 신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울였던 그의 회고담은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오롯이 바친 삶은 그리스도의 향기로 흘러 넘친다. 머나먼 역정을 뚫고 그 분만을 믿고 달려온 원로 사제들의 일생. 이들의 피땀어린 노력과 정성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 교회가 이처럼 풍요로워질 수 있었으리라. 이날 참석자들은 한 마음으로 머리 숙여 원로 사제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오랫동안 교회의 존경받는 어른으로, 교구민들을 큰 가르침으로 이끌어주길 간절히 기원했다.
한편 부산교구 이영식(히지노)신부의 사제서품 금경축 축하식은 4월 12일 오전 주교좌 남천성당에서 열렸다.
교구장 정명조 주교 주례로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성유축성미사에 이어 열린 이날 금경축 행사는 교구 사제단이 성목요일에 서품기념 축하식을 마련해온 관례에 따른 것.
이영식 신부는 이날 『되돌아 보면 사제생활 50년은 오로지 하느님의 은총이었다』고 회상하면서 후배사제들이 노인사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과 교구 사제단이 형제애로 일치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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