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VIS】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4월 27일 교황청 사회과학학술원 총회 참석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구화」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영어로 진행된 연설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총회에 참석한 전세계 각국 대표자들에게 이같이 말하고 『동유럽에서 전체주의가 무너진 이후 인본주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어 시장 경제가 실제로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어 『지구화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사람들, 자본과 재화의 움직임에 있어서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이는 『시장과 시장 논리의 승리이며 많은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것은 강요된 것으로 체험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지구화는 그 자체로 악한 것도 선한 것도 아니다』며 『선악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어 『어떤 체제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봉사에 이바지해야하며, 어떤 체제든지 그것은 공공선과 사람들의 연대에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지구화가 가져온 문화적인 변화에 대해 지적하고 『지구화는 급격하게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기존의 문화가 제대로 적응하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로 기술과 노동관계가 변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황은 아울러 『또 다른 수준에서 생명의학 분야에서의 새로운 발견들은 입법자들이 적절한 준비를 갖추기 전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바로 여기에서 인간의 유전자 정보들이 마치 비용과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됨으로써 인간 본질을 넘어서는 권력을 갖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개탄했다.
교황은 특히 지구화와 윤리 문제를 결부지어 『지구화 자체의 부산물로서 발생한 것이며 실용주의를 특성으로 하는 잘못된 윤리적 사고방식이 등장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윤리는 한 체제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체제든 그 안에 내재한 인간적인 요소들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윤리는 체제가 인간의 필요에 적응해야 하며 인간이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 희생되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특히 지구화와 관련한 교회의 입장에 있어서 두 가지의 원칙을 확인했다.
첫째 그 자체로 목적이자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되는, 그리고 자신이 주체로서 결코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며 더군다나 거래되는 상품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되는, 인간 존재의 결코 양도할 수 없는 가치가 바로 지구화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확인해다. 교황은 둘째로 인간 문화의 가치를 강조하고 지구화가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지구화는 반드시 삶을 해석하는 열쇠로서 문화의 다양성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결론적으로 『인류는 지구화의 과정을 이미 걸어나가고 있지만 그것은 결코 인간 그 자체를 반영하는 공통의 윤리적 기준들 없이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며 『엄청난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도 그 문화들을 꿰뚫고 있는 보편적 인간 가치는 존재하고 이것이 바로 모든 개발과 진보의 지침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따라서 교회는 『인간 사회의 모든 요소들이 전체 인류와 모든 민족에게 봉사하는 것으로서의 지구화를 증진하는데 함께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