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머님과 형님과 함께 면목동 성당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탔다. 그 버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피정이라고는 처음 가는 것이어서 마음이 얼떨떨 하였다. 버스는 서울 면목동을 출발하여 용인 영보 수녀원을 향하여 가는데 사람들은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용인 영보 수녀원에는 그야말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정을 하기위해 왔는지 인산인해였다. 처음 성전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놀랐는데 그것은 음악봉사자들이 그룹사운드로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 전기기타 섹스폰 등 예전에 내가 다니던 라틴 음악 위주의 성당 분위기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순간에 가톨릭교회가 망할 때가 되었나하고 생각했다.어렸을 때 개신교 예배당에 잠깐 다닌 적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때나 특별히 교회에서 선물을 준다고 하면 가곤 했을 때 들었던 노래, 즉 복음성가들을 들을 수가 없었다. 또한 청년과 장년들이 어우러져 율동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관심이 없었고 밖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을 친구들 생각뿐이었다.
복음성가가 끝나고 기도하고 강의가 시작되었는데 나는 강의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기억으론 그 날 저녁부터 강의가 몇번 있었는데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겠고 도통 귀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취침시간도 밤 12시가 넘는데다가 또 얼마나 일찍 일어나는지 밤새 뒤척이며 잠도 못잔 것이 무척 힘들게 느껴졌다.
형님은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어머니께 죄송하다고 하며 짐을 싸가지고 나가셨다. 나도 따라 나가고 싶었지만 어머님때문에 할 수 없이 더 머물러 있게 됐다. 피정 두번째 날인 그날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며 말씀을 들었지만 나는 통 마음이 밖에서만 나가 있었지 피정은 건성이었다. 그렇게 두번째 날도 밤 12시가 다 되어 잠을 청했지만 잠을 설치고 일찍 기상을 했다. 그리고 나서는 성체조배 시간이 되었는데 성체 현시를 해놓고 묵상을 라고 했다. 그러나 성체조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내가 성체현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겠는가? 어머님께서는 나에게 『너도 기도 좀 해라』하시는데 기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을 뿐만아니라 기도해본 기억도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망자를 위하여 빌으소서』하던 가톨릭 기도서의 「돌아가신 부모를 위한 기도」밖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옆에 있는 사람들처럼 조용히 눈을 감고 손을 모으고 잠시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갑자기 내 귀 『아들아 이제 왔느냐』하는 음성이 들렸다. 깜짝놀라 눈을 떠서 누가 나를 불렀나하고 앞 뒤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내 주위에는 조용히 눈을 감고 묵상하는 사람들 뿐이었고 나를 부른 사람은 없었다. 내가 잘못들었나하고 다시 눈을 감고 있는데 다시 『아들아! 아들아!』하고 두번 부르는 거룩한 음성이 들리면서 내 마음이 그리고 온 몸이 녹아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며 누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면 이 세상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따스한 사랑, 말도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도 따뜻한 사랑의 감정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그렇게 음악을 좋아했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좋아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 친구들과의 만남 그리고 세속의 쾌락을 원없이 즐겨봤지만 내 마음 속에는 항상 외로움과 허전함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즐거운 자리라도 그때 뿐이었고 돌아서면 왜 이렇게 허전할까 하며 풀어지지 않는 마음을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나를 끝까지 사랑해 주고 나만을 생각해주는 사람, 나 또한 누군가를 변함없이 끝까지 사랑해 주길 원지만 한번도 그러한 사람을 만날 수도 없었고 그러한 사랑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성체조배 시간에 나를 안아 주는 그 사랑은 바로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그 사랑, 그 느낌이었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위로의 따뜻함이었다.그 순간 나는 또 한번 놀라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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